“아시아의 도시,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

문학은 옛것과 새것, 인간과 비인간을 연결하는 다리다. 도시 또한 공간 속에서 문학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아시아의 자연과 천만 갈래 인간의 삶은 문학과 도시라는 용광로에서 하나 되어 끓어오르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를 공급하는 끝없는 원천이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벅차게 희망으로 내딛던 인간의 발걸음이 어느덧 우리의 지나온 흔적을 지우고 스스로의 존재를 위협해, 까마득히 잊혀졌다 발견되는 고대의 도시들처럼 고립과 소멸의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선 것은. 섬뜩한 공포가 도시를 덮을 때 보호받지 못하고 먼저 스러지는 것은 언제나 가장 약하고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존재들이었다.

인간이 자연에서 느끼던 합일의 경외는 일상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AI, 로봇과 같은 새로운 비인간적 존재들 속에서 느끼는 낯섦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징후에서 현실로, 나날이 뚜렷해지는 기후위기는 비인간 존재들의 낮은 수런거림에서 인간들의 절실한 비명으로 섬뜩하게 치환되어간다. 드론이 정밀타격하는 학살현장이 무인카메라로 촬영돼 숏폼 영상으로 실시간 공유될 때 디지털화된 인간의 공포는 좋아요라고 외치며 전쟁의 숫자로 치솟아오른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흐려져가는 시대 속에서 아시아의 도시는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풍요만을 바라보며 전력으로 달려왔던 한 시대의 끝자락에 멈추어, 문학은 창백한 도시의 얼굴을 어루만지고자 한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되찾고, 침묵하는 존재들의 마지막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팬데믹이 막을 내린 후 안녕함을 잠시 누릴 틈도 없이 닥쳐온 전쟁과 기후위기의 한복판에서, 아시아의 문학은 고통과 연민이라는 인간 본연의 목소리와 존재를 새기고자 하는 무력한 각자(刻字)의 몸부림의 멈추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문학이 그 기원부터 짊어지고 걸어온 가난한 보퉁이 속에 든 전부이며,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오늘 여기 빛의 도시 광주에서, 문학이 가져온 그 오래된 의지를 다시 펼치어 나누고자 하는 이유다.

존경하는 문인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2024 제5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내외 작가분들께서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시고, 온라인과 이 축제의 현장에서 문학의 열정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따뜻한 환영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아시아의 도시,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우리 도시와 그 속에 숨 쉬는 다양한 존재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선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올해 도서관과 연계한 행사와 ‘책읽는 ACC’ 프로그램을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문학 작가들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도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뜻깊은 축제가 될 것입니다. 이 가을, 책이라는 주제를 계절에 맞추어 풍성하게 준비한 이번 행사가 여러분께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길 기대합니다.
특히,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아시아 전역의 문인들과 독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입니다. 우리는 아시아의 문학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를 세계와 나누며 아시아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그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학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오시는 모든 문학인들의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학의 발전을 위해 힘쓰며, 문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문학은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향한 나침반입니다. 이번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아시아 문학의 가치를 기리며, 동시에 전 세계에 아시아의 목소리를 전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이번 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아시아문학교류행사 운영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이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