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5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2024.9.27(금) ~ 9.29(일)
아시아의 도시,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
Cities of Asia, Tales of Humanity and Beyond
아시아문학상
개요
취지
세계문학은 그간 유럽이 편집해 왔다. 각 대륙의 권역별 불균형은 거의 숙명으로 이해되었다. 1920년대에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후 미국이 수상국가의 반열에 드는 게 1930년, 라틴아메리카에 영예가 돌아가는 게 1945년이었다. 여기에 아시아가 합류한 것은 1968년 일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수상하면서이고, 아프리카 작가는 1986년 월레 소잉카가 수상하면서이며, 아랍작가는 1988년 이집트 나집 마흐푸즈가 수상하면서이다. 그러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내부에는 전혀 다른 유형의 거장들이 출현하여 독자적 문학정신의 길을 개척하고, 인류의 미의식에 새로운 영감을 부여해 왔다. 미래에는 인류의 문학을 어떻게 편집해가야 하는가? 아시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질문이 우리로 하여금 세계사적 지평에 있는 문학적 기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왔다.
배경
아시아의 작가들은 갈수록 새로운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날 언어 생태계의 파괴가 그 자체로 생명의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어는 모든 문화 활동의 토대요, 모든 민족어는 사실상 모든 민족문화의 주거지이다. 약소 언어들이 항구적인 수난과 시련 속에 놓여 있을 때 그 언어의 영혼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언어의 마을도 인간이 사는 마을처럼 한 집에서 불이 나면 모든 지붕들이 위험에 놓인다.
제정 이유
문학이 국경을 넘는 시대의 새로운 출구로서 세계 도서시장에 편입되고 있는 아시아 각국 문학의 정체성을 확인할 공동의 장(場)이 필요하다. 20세기가 끝나갈 때까지도 아시아의 작가들은 유럽문학이 지나간 길을 뒤따르며 더듬어가고 있었다. 유럽 근대주의를 기반으로 한 세계문학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새로운 인류문화의 대안으로서 아시아적 고민의 현 단계와 출구를 점검하고 공유할 상황이 되었다.
목적
아시아 작가들을 미학적 교섭이 가능한 공동의 장으로 불러낸다. 유럽문학이 근대문명 속에서 끝없이 은폐되어가던 인간 존재의 총체 상을 되찾는 일에 선구적 기여를 해왔다면, 그곳에서 문명을 배워온 아시아문학은 다시 인간을, 인간이 애초에 떠나왔던 대지의 일부로 되돌려 보내는 시대를 선도해갈지 모른다.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지적 거장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작가들이 국가적 민족적 배타성을 극복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와 정신을 담는 미적 형식을 획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아시아문학상은 ‘아시아문학의 장(場)’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제정 취지문
문화는 우리가 사는 마을처럼 한 집에서 불이 나면 모든 지붕들이 위험에 놓인다.
변화된 세계는 무엇보다도 아시아의 작가들이 세계시장경제체제의 오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지구촌 모두가 세계시장경제에 흡수된 상황에서 오지의 작가들이 세계 자유무역주의가 발휘하는 가공할 힘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크다.
시장이 작은 곳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절대성을 갖지 않지만, 시장이 커지면 반드시 브랜드에 의한 지배현상이 생긴다.
이 현상은 노골적인 상업주의적 경향을 만연시켜 오늘날 문학의 진정성을 해체시키는 주범으로서 금세기 미학을 변질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지상의 모든 문학이 자기 지역의 맥락과 현실의 관계망 속에서만 문제의식을 구성할 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기’와 ‘타자’의 관계를 동시적인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문학정신들의 만남은 새로운 미학적 열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아시아의 작가들이 남을 흉내 내지 않고도, 자신의 언어로 소통의 국경을 넘는 모범을 만들고자 한다.
아시아문학상은 아시아 출신 작가의 영광을 위해서 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문학의 미학적 지평을 높이는데 기여한 작품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되는 것이다.
수상작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아다니아 쉬블리(팔레스타인)의『사소한 일』은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강렬하게 환기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환기에만 그쳤다면 수상작으로서도 미흡함이 남았을 것이다. 2부로 구성된 서사에서 3인칭으로 제시되는 이스라엘 점령군 장교의 1949년 이야기와 1인칭 지식인여성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반세기 후의 이야기는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는 어떤 위안도, 희망도 없다. 소설은 독자에게 오직 팔레스타인이라는 곳의 야만적 현실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오늘날의 그 참혹한 삶이 어떠한가를 한번 생각해 보라는 듯하다.
작가는 짐짓 뒷짐을 지고 1949년에 이스라엘 병사들의 손에 무참하게 유린된 한 소녀의 흔적을 밑도 끝도 없이 찾아나서다가 맞는 한 여성의‘최후’를 암시하고 있을 뿐이다. 극도로 건조한 어조의 1부에 이어 온갖 상념이 끓어 넘치는 2부까지 읽으면 우리는 두 학살의 진실 찾기와 단죄가 왜 위안이나 위로로 대체될 수 없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광주에, 제주도에, 아니 한반도 전역에 켜켜이 쌓인 식민지폭력의 역사적 흔적을 증언해야만 하는 한국의 작가, 독자들이『사소한 일』에서 뜨거운 연대의식을 실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74년 팔레스타인 갈릴리에서 출생했다. 영국 이스트런던대학교에서 미디어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 주제는 ‘대 테러전에서 시각 매체의 역할’. 이후 영국과 팔레스타인, 독일 등지 대학에서 비평 이론과 문화론을 강의했다. 2002년 첫 장편소설(영문 번역본 『접촉(Touch)』)을 베이루트에서 출간했고, 2004년 두번째 장편(영문 번역본 『우리 모두 공평하게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We Are All Equally Far From Love)』)을 출간했다. 아울러 희곡 『실수』가 런던의 트리스탄 베이츠 극장에서 상연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영어를 포함하여 많은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알카탄 재단이 주관하는 ‘팔레스타인 젊은 작가상’을 두 번 수상했다. 2005년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초청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 작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어로는 단편소설과 산문이 여러 편 번역 소개된 바 있지만, 장편소설로는 『사소한 일(Minor Detail)』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