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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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말과 글은 짙은 어둠 속에
잠기더라도 어느 순간 그 시대의 사람들을 싣고 다시 찾아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로를 건넨다.
극작가 박조열(1930-2016)은 1963년 관광지대를 시작으로
총 10 편의 희곡을 발표하며 그 구성과 주제 의식, 세련되고
섬세한 유머감각으로 한국 연극계에 큰 공헌을 했다. 또한
연극 대본 사전 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
운동에 앞장섰다.
1974년
1974년에 발표한 박조열 작가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은
‘별을 보며 밭에 나가고 달을 보며 집에 돌아오는 삶’밖에
몰랐던 오장군이 군대에 징집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동화적 상상력과 실험적 기법을 더해 조직사회의 소모품이 된
인간의 모습과 다시 돌아가지 못할 가족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오장군’은 장군이 아니다. 아들이 태어나면 ‘장군’이라는
아명으로 부르면서 건강하고 고명한 대장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욕심에서 발상을 얻었을 뿐이다.
1975년
오장군의 발톱은 1975년 초연할 예정이었으나,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등병 오장군이 군대 생활 중
사령관의 전용 변소를 사용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사령관을 품위없이 묘사했다는 이유였다.
1988년
공연 금지 조치는 14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오장군의 발톱은
1987년에 심의를 통과해 1988년 극단 미추에서 초연을 했다.
이후 오장군의 발톱은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작품상, 희곡상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 희곡의 중요한 정전이 되었다.
2024년
지난 12월 11일, 초교 집필 후 반세기가 지나 오장군의 발톱은
국립극단 젊은 배우들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났다.
오장군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서럽게 “엄마… 꽃분아…
먹쇠야…”라고 부른 뒤 날카롭게 들리는 총소리에 배우가
고개를 떨구자, 200석의 자리를 꽉 채우고 숨을 멈춘 채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관객들은 지금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그 시대 속
과거의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힘을 얻었다.1
언어는 어둠 속에서도 어디선가 기록으로 보존되고 살아남아
더 큰 힘을 얻는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
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실처럼 연결하며,
그 실을 통해 흘러온 과거가 현재를 돕는다고 말했다.2
1. 남북분단부터 최근 계엄령까지 떠올라,
무등일보, 2021.12.1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빛과 실, 2024. 12.7.
https://buly.kr/6tav3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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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극립극단과 아르코예술기록원 등 공연문화예술아
카이브 네트워크 협의체(K-PAAN)와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은 검열기구에 접수된 ‘오장군의 발톱’ 심
의 대본과 구술 기록물을 제공했고, 국립극단은 ‘오장군의 발
톱’ 낭독회 공연을 선보였다.
- Photo
-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