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만들고 즐기는 ACC
전당을 누비는 어린이 해설사와 탐험대원
요약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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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재잘 조잘조잘 까르르, 어린 목소리가 ‘선생님, 뛰어도 돼요?’ 묻고 타닥타닥 작지만 빠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선선한 가을 주말 ACC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함께 다니며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 낸다. ACC 어린이 해설사가 함께하는 ‘ACC 어린이 탐험대’다.
ACC 어린이 해설사의 투어와 함께 전당의 공간과 공공미술 작품을 탐험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전당의 특징과 다양한 요소를 담은 나만의 달력을 만들어 보는 ‘ACC 어린이 탐험대’는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했다. 지난해 전당 전문 해설사들과 함께 처음으로 어린이 해설사를 양성했던 ‘ACC 어린이 해설사’ 교육과 이와 연계한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ACC 어린이 탐험대’가 올해는 어린이문화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8월 여름방학을 맞아 짧지만 집중된 해설사 교육을 마친 ACC 어린이 해설사들은 ‘ACC 어린이 탐험대’에 참여한 어린 친구들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선배이자 해설사가 되어 주었다. 5학년과 6학년인 어린이 해설사들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동생들과 함께 전당의 주요 공간과 공공미술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고, 미션을 헤쳐 나가며 전당 곳곳을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채웠다.
서로서로 손을 잡고 백승우의 <세븐데이즈>를 시작으로 아시아문화광장을 가로질러 함정이 가득한 스티커 사이에서 정답을 찾아 작품 <승리>를 완성했다. 전당의 가을을 알리는 금목서 향도 맡아보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보물찾기를 통해 채광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시아 문화의 창인 전당에서 아시아 곳곳의 랜드마크를 찾아 작은 여행을 떠나본다.
어린이 해설사들과 함께 5개의 미션을 완성하고 나면 2부는 달력 만들기 체험이 이어진다. 오늘 전당을 돌아다니며 만난 공공미술 작품들로 만들어진 스탬프와 다양한 스티커, 아시아의 12지신, 탐험대원들의 사진 등으로 나만의 달력을 만들며 ‘ACC 어린이 탐험대’ 활동이 마무리됐다.
어린이가 만들고 즐기는 문화놀이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 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린이 해설사의 발굴에 있을 것이다. 어린이 해설사가 없었다면 ‘ACC 어린이 탐험대’ 프로그램은 크게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어린이 해설사가 있기에 완성되는 이 프로그램의 주역인 2024년 ACC 어린이 해설사 몇 명의 소감을 들어봤다.
최◯◯ 어린이 해설사는 어린 동생들에게 전당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해설사의 역할도 좋지만 전당을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동료 해설사, 참가자와 간식도 먹고 함께 노는 것 같아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어린이 탐험대 활동이 일을 한다기보다는 즐거운 놀이 같이 느끼는 것은 그도 아직은 어린 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ACC 어린이 해설사로 활동한 박◯◯ 해설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전당에 관한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어린이 해설사 활동이 매우 재미있다며, 중학생이 되는 내년에는 청소년 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목포에서 광주를 오가며 교육과 탐험대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 어린이 해설사는 도서관과 박물관, 전시장 등 다양한 전당의 콘텐츠를 한 곳에 즐길 수 있는 문화정보원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전당의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전당을 찾기를 바랐다.
몇몇 어린이 해설사들은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는데, 소중한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온전히 한 명의 어린이 해설사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점이었다. 4명에서 5명의 탐험대원으로 이뤄진 한 조별로 2명의 어린이 해설사가 같이 활동하는 것이 이 열정적인 어린이 해설사들에게 오히려 해설사로의 사명감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한 어린이 해설사는 여름에 전당에 관해 공부할 때 평소에 가볼 수 없던 창‧제작 스튜디오와 같은 곳을 전당 해설사와 함께 살펴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ACC 어린이 해설사 활동이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전당에서 제공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스스로 전당을 공부하고 설명하며 어린이 해설사들은 자기 안에 자기만의 전당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대부분 6학년인 어린이 해설사들은 올해가 지나면 다시 어린이 해설사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활동이 끝나더라도 전당에서 즐겁고 특별한 경험들이 그들의 기억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당을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개굴개굴 고래고래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만큼 귀여운 ‘개굴개굴 고래고래’는 옛 베트남의 이야기를 새롭게 쓰고 그린 동화책의 제목이며 ACC 창‧제작 어린이공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나무가 많고 동물들이 가득한 숲에 어느 날부터 갑자기 비가 오지 않기 시작했고, 나무들은 말라가고 동물들은 하나둘 숲을 떠나간다. 이를 해결하고 비가 다시 내리게 하고자 고래 선생을 찾아가는 개구리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다.
비가 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험에 나선 개구리는 결국 고래 선생의 뱃속에 들어가게 되고, 비가 오지 않은 이유가 고래 선생의 숨구멍을 막은 수많은 플라스틱 때문임을 알게 된다. 막힌 고래 선생의 숨구멍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다시 숲에 비가 내리게 한 개구리의 이야기는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해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어린이문화원을 찾은 이날, 어린이극장 앞 로비에서는 어린이연극 ‘개굴개굴 고래고래’ 관람 전과 관람 후에 빈 야자의 속에 씨앗을 넣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악기인 마라카스를 만드는 체험이 진행되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 안을 곡물이나 비즈 등으로 채우고 통에 그림을 그려 나만의 악기를 완성하는 체험에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공연을 보지 못했어도, 동화책을 읽지 않았어도 자연의 소리를 닮은 마라카스의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어린이 해설사와 탐험대,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과 체험 등,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감수성을 키우는 밝고 따뜻한 어린이문화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공연, 체험,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고, 단순한 참여가 아닌 직접 공부하고 발로 뛰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가서 더욱 의미 있는 프로그램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이 이제 내년이면 10년이다. 앞으로의 10년에는 어린이문화원을 통해 전당을 만난 어린이들이 청소년, 성인으로 성장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새롭게 변화하는 전당을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한 어린이들의 미래에 ACC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놀이터가 되어 줄지 기대하며, 미래 문화의 주인공인 어린이들과 함께 성장할 어린이문화원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
- by
- 임우정 (larnian_@naver.com)
- Photo
-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