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아시아 의식주 여행 ‘푸드헌터와 함께하는 국수 로드’

아시아 여행을 가고 싶은 호기심 많은 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미리보는 기획코너

1.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 실크로드를 거쳐 전파된 밀과 국수 문화

‘식’ 문화를 통한 아시아 배움 여행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아시아의 먹거리와 공예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2024년 하반기-ACC 아시아문화예술
교육’을 8~12월까지 문화정보원 문화교육실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문화예술교육’은 신청 첫 날 20초 만에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ACC 전문 강좌로, 이번 교육과정은 아시아의 국수와 커피에 대해 알아보는 ‘ACC 아시아 의식주 여행’과 공예와 문자, 춤을 통해 아시아인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ACC 아시아 예술 체험’으로 구성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22년부터 대중적인 시각으로 아시아문화에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일상과 가까운 ‘의식주’ 문화에 착안, 먼저 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 로드 시리즈’를 연속성 있게 기획 해왔다. 올해 봄에는 ‘과일 로드’ 강의를 처음으로 선보인 바 있고, 이번 하반기 강의에는 전남대학교 이기중 교수가 여행 기록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수를 소개하는 ‘아시아 국수 로드’ 강의로 시작한다. ‘아시아 국수 로드’ 시리즈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수의 역사와 식문화의 특징에 대한 강의와 함께 대표적인 국수들을 직접 먹어보는 체험을 한다. 이 4개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지역적으로 역사와 문화가 다르지만, 음식문화로는 국수 문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강의의 첫 번째는 ‘베트남’ 편이다.

인류학자의 강의도 듣고 음식도 먹고

중국 북방은 밀이 주식이어서, 밀국수가 발전하지만, 중국 남방의 경우 밀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쌀로 만든 국수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베트남 국수는 중국 남방의 쌀 문화와 쌀국수의 영향을 받았다. 베트남은 지형적으로 길기 때문에 지역별 기온 차가 크다 보니, 식재료가 달라지고 다양한 식문화가 발전했다. 특히 19세기 이후 화교들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면서 국수문화가 전해졌다. 각 나라에서 토착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형태의 국수가 탄생했다고 한다.
베트남 환경의 특성상 쌀이 이모작, 삼모작 할 수 있어 쌀국수가 발전했으며, 크게 쌀이 넓은 면‘phở’와 가는 면 ‘분bún’으로 볼수 있다. 베트남의 음식 이름은 조리 형태+식재료 명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료의 명칭과 조리 형태만 알아둔다면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실패할 걱정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오늘의 체험 음식은 더운 여름날, 강의를 들으러 온 이들을 위한 선물 같은 분짜(bún chả)다. 베트남식 액젓 느억맘 소스에 얇은 쌀국수 면을 담가 구운 고기와 함께 먹는 베트남식 대중음식인 분짜는 레몬과 라임을 곁들여 새콤달콤하게 먹는다. 분짜의 분은 얇은 쌀국수 생면이고, 짜는 다진 고기를 뭉쳐 구운 음식으로 한국의 동그랑땡과 비슷하다.

아시아 여행을 가고 싶고 호기심 많은 이들을 위한 강의

국수 로드 강의를 하시는 이기중 교수님의 본업은 문화인류학자이자, 교수이다. 주전공은 영상 인류학이지만, 영화나 음식,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 자신을 푸드헌터라 말씀하신 이기중 교수님은 어려서부터 특별히 음식과 여행을 관심을 갖고 지금까지 140여개 나라를 여행하셨다. 인류학자로서 음식이 하나의 주제가 될 것 같아 강의해왔고, 좋아하는 음식과 여행으로 책을 내기 시작, 맥주, 국수에 관해 책을 썼고 올해는 위스키 로드라는 책도 발간하셨다. 교수님의 책은 음식과 여행을 결합하고, 도시의 역사 문화에 관한 인문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되, 직접 가서 먹어본 음식을 소개한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좋아하시는데 주로 스트리트 음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셨다고 한다. 푸드 헌터가 음식이나 맛집의 선택은 어떻게 할까. “일본 음식에 대한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100일간 일본의 국수를 찾아다니며, 먹어봤지요. 저는 일본 국수에 관한 책만 200여권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검색만 해도, 맛집과 후기까지 전부 볼 수 있지만, 이미 가기 전에 제 머리 속에는 가야할 곳에 대한 맵이 그려져요. 구상은 있으나 직접 가서, 또 현지에서의 얻게 되는 정보들, 검색한 거 다 합쳐서 필연과 우연이 겹친 속에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이 강의를 어떤 분들이 들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저는 이 강의를 여행가고 싶은 사람, 베트남을 가고 싶은 분들, 음식에 뜻이 있는 청년들, 호기심 많은 이들이 들었으면 합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더 알고 싶고, 더 들으려고 하니까요.” 말했다.

강의에 참여한 한 참여자는 “베트남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자주 가긴 했지만, 그곳에서 먹는 음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다시 여행 간다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참여자는 “간단한 시식 정도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대로 된 분짜를 맛 볼 줄은 몰랐어요. 저녁을 든든하게 먹었어요!”라고 웃으며, 후기를 밝혔다.

기획코너 1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회고작를 원작으로 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오래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2010)>처럼 살아보는 것은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삶이지만, 어느 순간 이게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간의 일, 가족, 사랑 등에서 벗어나 과감히 일 년의 긴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진정한 사랑도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파스타를 먹는 그 순간에 얼마나 집중하며 감각적으로 행복해 보이던지, 음식에 관심이 없던 나에게 먹는 것의 감각과 행복에 대해 새삼 각성을 주었던 영화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음식 그 자체의 맛도 생의 기쁨이지만, 음식을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음식을 먹는 그 과정의 분위기, 함께 하는 사람, 대화 등 음식은 단지 생존의 수단이기 전에 문화이자, 관계이자, 중요한 소통의 언어이다. 음식을 나누며 사람들은 마음과 몸의 긴장을 풀며 느긋해진다. 식사 시간에는 갈등도 누그러지며, 관대한 마음을 준다. 그래서 행복한 여행은 좋은 사람 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하는가 보다.

기획코너 2

실크로드를 거쳐 전파된 밀과 국수 문화

신석기 시대 인류가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며 빵, 국수 문화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요한 재료인 밀의 발생지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즉 서남아시아권이지만, 실크로드의 경로를 따라 중앙아시아 거쳐 중국으로 밀과 국수 문화가 전파된다. 그래서 실크로드를 밀로드라고도 한다. 인간이 밀로 국수 만든 이유는 밀에는 글루텐, 즉 찰기 있는 성분 때문이다. 한편 동남아시아는 쌀국수가 특징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메밀로 만든 국수 특징이다. 한국 국수 문화의 특징은 냉면, 메밀냉면으로 세계적으로 국수를 차게 먹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아시아권 국수문화는 대부분 중국을 통해 전파되었다. 중국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 거쳐 국수와 국수 제조기술 등이 전파되었으며, 당나라 때 국수를 미엔, 면이라 부르기 시작, 송나라 때는 국수가 대중화된다.

‘아시아 국수 로드’는 ‘커피 로드’로

이번 국수 로드 강연 시리즈를 마친 후에는 윤오순 작가의 ‘아시아 커피 로드’ 강연과 체험이 있을 예정이다. 윤오순 작가는 자신의 여행 경험을 중심으로 세계 커피 시장 속에서의 한·중·일 커피 산업의 역사를 설명한다. 특히 동아시아의 생두와 원두의 특성을 비교하고 직접 커피를 내려보며 카페에서 뛰어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하는 등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추민승 주무관은 “아시아 각 나라의 역사와 지형, 음식 문화 특성을 통해 각 나라마다의 식문화 갖게 된 계기 등을 유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었다. 현재에 대중화된 음식들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의 역사적인 고유한 식문화의 특색과 과정 등을 생각했다. 이 배움의 과정이 또 하나의 아시아 여행이고, 우리는 여행하듯, 그곳의 대표 음식들을 먹는 체험 등을 통해 아시아문화에 대한 경험을 새롭게 할 수 있길 바란다.” 말했다.

by
천윤희 (uni94@hanmail.net)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공감 링크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