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제협력공연 <숨 공 장> 시범공연
몸과 음악으로 표현한 기후 위기
요약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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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시원한 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파랑, 하양이 청량하다. <숨 공 장>의 리플릿을 보니 시원한 바다가 떠올랐는데, 다시 보니 푸른 바탕 위로 밝게 보이는 것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다. 너무나도 흔하고 쓰고 버리기 쉬운 플라스틱들이 푸른 바다일까, 하늘일까, 그 위로 가득하다. 한 번의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플라스틱들. 과연 이 공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것일까?
<숨 공 장>은 도시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현대무용에 라이브 연주가 함께하는 공연이다. 인간의 편리 추구를 위해 개발되는 도시와 그 속의 빌딩과 자동차 매연, 전기의 소모 등으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공기’, 우리의 ‘숨’을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음절과 음절 사이 의도적인 쉼은 제목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공연의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도록 의도한다.
그 의도된 쉼처럼 느린 움직임으로 시작된 공연은 강렬한 타악과 만나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무대로 끌어 당겼다.
도시와 그곳에 살아가는 인간의 관계를 직선과 면, 공간과 도형으로 접근한 안무를 보여준 다섯 명의 무용수가 보여주는 움직임과 그에 더해진 강렬한 타악기 비트와 전자음, 파도와 바람의 소리를 닮은 연주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연주 없이 무용수들의 움직임만이 무대를 채웠을 때, 관객들 모두가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숨을 죽이며 집중했다. 아마도 이 순간 공연을 보던 우리는, 이 공연이 우리의 삶의 터전인 도시에서 깨끗한 숨을 쉬고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겨 버린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우리 자신의 이야기임을 몸으로 함께 느끼고 있던 것은 아닐까.
예술로 말하는 기후 위기
그동안 전당에서는 다양한 기후 위기 관련 전시나 공연들을 선보였다. 지난해 진행됐던 전시 <하늬풍경>도 예술가들이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는 작업을 보여줬다. 이렇게 예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 위기를 다루고 있고, 실제로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싶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허 프로젝트’의 허성임 안무가는 “기후 변화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고 서로 연대 의식을 만들어 함께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또한 “이번 작업을 통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기후 변화를 우리 가까이 가져오고 우리가 동참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보고자 했다”고 말하며 우리 앞에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를 예술로 대응하는 모습을 <숨 공 장>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2024 ACC 국제협력 공연사업은 아시아 문화자원을 창작 원천으로 삼아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여 아시아의 가치를 세계 속으로 확산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올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숨 공 장>은 한국과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허성임 안무가를 주축으로 하는 ‘허 프로젝트’와 홍콩에 기반을 둔 타악기 전문 연주 단체 ‘툴박스 퍼커션’이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문화와 환경은 다르지만 기후 위기를 주제로 연대 의식을 만들어갈 두 단체의 협업, 특히 환경보호의 실천적 측면에서의 활동이 매우 궁금하다. 창작의 과정에서 고민한 이야기들과 크고 작은 실천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작품의 안과 밖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공유될 것인지 그들의 다음 단계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함께하는 기후 위기
공연 창작 노트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의 교통과 건물, 인프라 등 도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고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시 서울만 생각해 봐도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가량이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엄청날 것이다.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인구는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있고, 나 또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 때문에 우리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향할 수 있을까?
바다 면적의 0.1%도 되지 않는 산호초 지대는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리기도 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산호초는 어류, 연체동물, 벌레류, 갑각류, 극피동물, 해면동물 기타 조류 등 모든 해양 생물의 25% 이상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면적도 작고 영양분도 거의 없는 바닷물에 있음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찾고 번성하는 산호초는 우리의 도시와 닮았다.
도시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면적으로 따지면 매우 일부일 뿐이다. 그렇지만 도시의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로 인해 도시의 건물, 교통, 인프라가 성장했다. 도시가 성장하면 사람들은 도시가 주는 편리성과 생산성, 다양성, 경제성 등을 이유로 다시 도시로 몰리게 된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고 도시가 성장하는 구조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생산해 내게 되니, 도시는 기후 위기의 주범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에서 거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누구보다 빠르게, 활발히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해 일회용품 사용을 대체하거나 환경에 관한 다양한 활동들이 일어나는 것도 도시가 가장 빠르다. 도시에는 사람이 많은 만큼 기후 위기에 관심 있는 사람 또한 더욱 많이 거주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활발하게 서로 교류하며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작은 면적에서 북적대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해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다양성을 통해 더욱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산호초 지대에서 모여 사는 바다 생명들을 떠올리게 한다. 적은 면적이지만 함께 모여 사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러한 생태계 다양성의 보고인 산호초가 백화 현상으로 죽어가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그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25%에 달하는 바다 생물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지구 생명체를 위해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하고 작게라도 실천해야 할 때이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무더운 여름을 색으로 바꿔보면 햇살 아래 빛나는 노란 유채꽃의 색이 떠오른다. 유채꽃밭 뒤로 넓게 펼쳐진 바다는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게 만든다. 바다를 닮은 파란빛,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채운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우리에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모두에게 편한 숨을 쉴 수 있게, <숨 공 장>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 by
- 임우정 (larnian_@naver.com)
- Photo
-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