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인공지능, 인간, 다중우주

“우리는 사건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한다.

햅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

최소화, 최대화라는 목적을.”

영화 ‘콘택트’의 원작으로 알려진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햅타포드라는 정체 모를 생명체를 마주한 주인공은 그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동시적 의식’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후 주인공은 인생의 목적지를 깨닫는 동시에 현재라는 과정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달성하게 될 인생의 목적은 최소화일까, 최대화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햅타포드의 문자체계 ‘햅타포드B’를 연상케 한다.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가지고 진행 돼 왔다.
또한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현재에서 미래를 기억하는 창제작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15년 크리에이터스 인 랩 「플라스틱 신화들」을 통해서다. 이후, 해마다 ACT 페스티벌, ACT 쇼케이스 등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레지던시 기간 동안 완성된 결과물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동시대를 반영하는 흥미로운 주제와 창작자들의 창발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가 올해도 국제 공모를 통해 12인(8팀)의 창작자 선정을 마치고, 약 4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창작자들은 지난 7월 31일 오리엔테이션 및 네트워킹을 마치고, 8월 1일 518워크, ACC투어, ACT스튜디오 투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는 매해 시의성 있는 주제로 눈길을 끌어왔는데, 올해 주제도 예사롭지 않다. 챗GPT의 등장으로 일상과 가까워졌지만 ‘인공지능’은 여전히 탐구의 대상이고 SF영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다중우주’는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다. 과연, 이 광활하고도 난해한 주제를 가지고 창작자들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낼까?

네덜란드 출신으로 멀티미디어 조각 및 퍼포먼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싸이언 동주(Cyan D’Anjou)는 디지털, 컴퓨팅과 인간의 경험이 융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적, 사회적 영향력을 상상하며 다양한 설치 작업과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여 왔다.

  • ‘인공자궁’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운데요, 어떤 주제를 담고 있나요?

    주제가 흥미로웠어요. 디지털 세계가 진화할수록, 그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의 행동양식과 태도 또한 달라지죠. ‘인공지능과 인간, 다중우주’라는 이번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디지털세계와 통합되어 간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역할과 통찰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해왔던 작업과도 연결 지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작업을 펼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 레지던시 기간 동안 어떤 작업을 진행할 예정인가요?

    다이닝 퍼포먼스와 함께, 모든 것이 기억되는 디지털 메모리 설치 작업을 통해 현실과 디지털 세계에 양립하는 인간의 모습을 관객과 공유할 예정입니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라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는 저도 기대가 되는데요. 레지던시 기간 동안 리서치와 다양한 협업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미국 국적의 작가 레이 엘씨(RAY LC)는 광저우(중국 광둥) 출생으로 고향과 비슷한 발음을 지닌 광주에 친숙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 신경과학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 레지던시 소개 프로그램으로 518워크에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떠셨나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전일빌딩, 녹두서점 옛터 등을 방문했는데요. 홍콩의 민주화운동이 떠오르기도 했고, 현재 구상 중인 작업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The more we remember, the more we forget’ 이라는 가제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고정된 기억의 실체에 대한 프로젝트 구상을 하고 있거든요.

  •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를 통해 시도해 보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미디어 스튜디오를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물리적 현실에 존재하는 로봇과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로봇을 활용해 관객 참여형 VR챗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현재는 무엇인지,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실제인지 혹은 믿고 싶은 어떤 것인지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창작자들은 ACT 페스티벌 2024에서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크리에이터스 토크에 참여할 예정이다. 창제작 결과물은 11월 22일~24일에 열리는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관객에게 선보인다. 미래와 현재가 한 페이지에 쓰인 햅타포드의 문자처럼, 시공간을 초월해 펼쳐질 창작자들의 새로운 작품세계가 기대된다.

 

by
송재영 (tarajay@naver.com)
Photo
ACC 제공,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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