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ACCF 애니메이션 모꼬지 ‘찾아라! 애니메이션 친구들’

여름방학 기간, 유모차를 끌고 아이도, 부모도 즐거운 모두의 축제

폭우 내리는 한 여름의 주말을 계획하는 육아기 부모들

가만히 있어도 고온 습기에 땀이 흐르는 한 여름, 폭우마저 쏟아진다. 몸의 에너지 가득한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만 있기에는 길고도 아까운 주말. 엄마,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고, 주차나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광주에서 8살과 4살을 둔 남매를 키우며 육아휴직 중인 한 관람객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염두에 두고 홈페이지에서 여러 전시 및 프로그램들을 검색했단다. 두 아이가 유튜브를 많이 보면서 《브래드 이발소》 등 애니메이션에 친숙해져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운 좋게도 어린이문화원에서 ACCF 애니메이션 모꼬지 『찾아라! 애니메이션 친구들』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서둘러 두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고 했다.

제3회 ACCF 애니메이션 모꼬지 『찾아라! 애니메이션 친구들』

올해 제3회를 맞이하는 ACCF 애니메이션 모꼬지 『찾아라! 애니메이션 친구들』은 지난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을 뜻하는 순 한국말이다. 어린이문화원을 관리 운영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에서 기획, 개최하고, 두다다쿵, 레인보우 버블젬, 쥬라기캅스 등 광주에 기반을 둔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고고다이노 우리동네공룡, 상상꾸러기 꾸다 등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13곳이 참가했다. 올해는 일본 TBS와 대만 타이베이 멀티미디어 제작 협회(TMPA) 협력으로 DigiCon6 Asia 작품들과 대만의 우수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준비되었다.

기존에 10월 한글날 무렵에 했던 행사를 올해는 7월 말로 일정을 변경하여 개최하였다. 가을에 야외로 나가는 인구도 많고, 문화예술계도 행사가 경쟁적으로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다. 이에 반해 여름휴가와 방학 기간 아이들과 즐겁고 교육적인 시간을 갖기 원하는 부모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행사 일정을 옮긴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관람객이 삼분의 일이 더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캐릭터 인형들과 아이도 어른도 흥겹게 참여하는 캐릭터 퍼레이드

캐릭터 인형들이 손을 흔들며 등장하자, 아이들이 앞다투어 앞으로 나온다. 하이파이브만으로 흥분하는 아이들, 캐릭터 인형들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는다. 유튜브나 TV에서나 보았던 캐릭터들이 내 앞에 있으니 흥미롭게 눈을 반짝인다. 캐릭터 인형들과 함께하는 댄스 타임, 가위바위보, 엄마, 아빠 대상 고전 애니메이션 주제곡 퀴즈 맞추기 등을 진행하는데 아이들도, 엄마, 아빠도 신나서 참여한다. 음악에 흥이 나서 저마다 몸을 흔들어 대는 아이들과 아빠들. 가장 주목받은 건 이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풍성한 선물이 주어졌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북적이며, 흥이 나는, 원초적이어서 재밌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 참여자는 말했다.
때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있는 것도 안도감을 주지만, 역시 재미는 함께하며 흥이 나야 한다.

이미 예약이 가득 찬 체험 프로그램, 할까 말까?

나도 후배와 함께 고학년 두 아이를 데리고, 오전 10시 30분에 어린이 문화원에 도착했다. 다목적실에서 행사가 주로 개최되는데, 무료입장이지만, 일부 체험프로그램은 유료이다. 체험프로그램의 경우, 오전 예약인원이 이미 마감되어, 오후 2시에나 가능했다. 부지런한 부모들이 이미 예약을 마친 것이다. 한참을 고민했다. 약 4시간여를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이 축제를 즐길 수 있을 만한 콘텐츠와 재미의 매력이 있을까? 나는 두 아이와 함께 리플렛을 보며,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어떤 체험프로그램을 할지 함께 회의하여 최종 일정 계획을 세웠다.

11시 오전에 캐릭터 퍼레이드를 먼저 보고, <실감콘텐츠>와 <미디어아트> 전을 감상하고, 어린이문화원 내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자. 그리고 1시에 애니메이션 <우당탕탕 아이쿠, 우당탕탕 은하안전단>을 보고, 2시에 체험프로그램을 하자고 합의했다. 다만, 고학년 두 아이가 유료와 무료 체험을 두루 둘러보더니, 애초에 리플렛을 보고 생각했던 체험이 아니라, 다른 체험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고학년 두 아이가 하기에는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체험프로그램이 반제품이고, 이미 해본 것들이 많다고 했다. 둘러보니 체험하는 아이들이 주로 5~7세가 많아 보인다.
초 저학년만 해도 <실감콘텐츠> 코너에 있는 게임에 빠져있다.

유모차 미는 부모들과 미취학 아동이 즐기는 대중적인 축제

이 행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겠다. 축제 이름이 ‘애니메이션’을 달고 다소 거창한 감이 있어, 국내외 수많은 산업적 시사회나, 전문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제,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한 마켓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겠다. 그러나, 직접 참여한 관객의 시선에서 볼 때, 이 행사는 ‘어린이문화원’ 주 고객들을 위한 대중적인 실내형 캐릭터 축제이다. 타겟 대상을 모든 연령의 어린이로 했으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유모차 미는 부모들과 그 부모들의 양육하는 영유아기부터 미취학 아동에게 최적화 되어있다. 한번 나갈 때마다 유모차 가득 짐을 실어야 하고, 아이들의 잠투정과 먹는 것, 쾌적한 화장실과 수유실, 응급 상황에 대비한 안정적 대응,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은 주차 공간과 재미와 교육적 요소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전시 공간에서는 누리기 힘든 편안함, 시장 같은 느낌의 북적거림이 마음 편히 즐거운 축제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지나가는 한 아이의 말 “엄마 너무 행복해요!”라는 말이 놀랍지 않은가.

그럼에도 다음을 위해 더욱 기대하는 것들

“오늘 아이와 알찬 시간 잘 보냈습니다. 여러분도 꼭 한번 가보세요!”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입니다”

“오늘 다녀왔는데 체험 거리도 많고 괜찮네요~ 내년에도 하면 가보고 싶어요”

행사 기간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조막만 한 아이들 손을 잡고 오가는 그 많은 유모차 부대로 바글대는 이 행사에 대한 반응들이다. 그럼에도 관객들과 더 오래 만나고 찾아오는 행사가 되기 위해 바라는 것은, 주 고객 욕구에 맞추어 행사의 기획과 프로그램이 보다 정교해졌으면 하는 점이다. 너무 많은 목표를 두다 보면, 본래 가졌던 장점과 강점이 약화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은 유아기 대상 부모들과 아이들이 가장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고 한다. 이미 초등학교 들어간 순간 학업 위주의 교육적 열망들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행사의 재미를 ‘체험’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면, 연령별 특성을 고려하여 방과 후나 어느 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반제품보다는 특성화된 주제나 아이템, 재료로 새로운 체험 워크숍을 개발하거나 선별하는 노력이 함께 필요해 보인다. 또한 애니메이션 축제인데, 애니메이션의 큐레이션도 시대 언어에 맞는 주제를 두거나, 연령별 관심사를 반영하는 등 기획력이 필요하고, 상영 공간도 관객 입장의 일정 계획과 동선을 고려하여 배치하여 더 많은 이들이 관람하길 바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의 유승재 주임은 말했다.

“제가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1회 행사부터 지금까지 기획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문화원 공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역의 우수한 협력 자원들을 발굴, 네트워크 하여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호남대학교, 애니메이션 기업체 등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관객들의 호응이 느껴지는데,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탁월한 기획의 행사가 관객의 외면을 받을 때도 있고, 의외의 지점에서 관객 반응이 폭발하는 행사도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이 이미 보유한 어린이들의 놀이와 교육적 공간으로서의 강점, 입소문으로 찾아드는 관람객들의 요구를 잘 살펴서 더 성장하고 사랑받는 축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by
천윤희 (uni94@hanmail.net)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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