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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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유엔난민기구 UNHCR은 전 세계에 전쟁과 폭력, 박해 등으로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1억 2천 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12년 동안 계속 늘어가던 난민은 시리아,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수단 등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74년 전 한반도에도 긴 피난의 행렬이 이어졌다.
6.25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10만여 명의
전쟁고아와 1천만여 명의 이산가족이 생겼다.
전쟁은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교전단체간 무력을 사용하는
행위로 정의하지만, 전쟁의 무기가 겨냥하는 것은 세상의
수많은 가족들이다. 전쟁 중 발생한 민간인 사상을 ‘부수적 피해 collateral damage’라 하지만, 전장에서 사망·부상·실종되는 군인은 누군가의 자식이거나 부모이므로 가족은 최종적 피해를 입는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한국전쟁이 휴전하고 30년이 지난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 TV에서는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감동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으로 전쟁과 분단 속에서
이름 없는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사연을 생생한
영상으로 전달했다.
첫 방송이 나가고 다음 날 새벽부터 KBS 주변과 여의도 광장은 출연을 신청하러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KBS 본관 건물 벽면은 물론 거리와 광장, 가로수까지 헤어진 가족을 찾는 벽보로 도배되었다. 10만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을 절절히 기다리며 여의도광장에 모였고, 전 국민은 상봉 장면을 TV로 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총 138일, 45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 특별 생방송에서
100,952건의 이산가족이 신청하고, 53,536건이 방송에 소개되어 10,189건의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이산가족의 이야기에 함께 눈물 흘리면서 온 국민이 30년간 응어리진 전쟁의 상처를 치유했고, 이산가족들이 쏟아낸 저마다의 사연은 전쟁에 대한 피해자들의 절절한 고발이며 생생한 증언이 되었다.
2015년 10월 녹화 원본 테이프를 비롯해 2만여 건의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자료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전 세계인들이 함께 보게 되었다. **
이 별 없 는 세 대
하지만 전쟁의 상처는 너무 커서 한 번의 만남으로 한 가족으로 다시 묶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30년이라는 세월은 한 번에 건널 수 없는 간극을 만들며 서로 엇갈리다가 평행선이 되는 삶들을 만들어냈다. ***
1988년 최초로 등록을 시작했던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2024년 4월 말 기준으로 13만여 명이고, 그중 9만여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존자 4만여 명 중 70%가 80세 이상으로 한 달 평균 300~400명 씩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제 수십 년 세월을 견디며 단 한 번의 만남을 염원했던 세대는 사라지고 있다.
이후에 오는 세대는 “돌아갈 고향도 없고, 무수한 만남 속에서 진정한 만남도 없고, 그래서 이별 없는 세대”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걸 새로 시작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새로운 세대는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
- Photo
-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 UNHCR, Global Trends report 2023, 2024. 6.13
유엔난민기구 본부는 매년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 전후로 글로벌 동향보고서(Global Trends Report)를 발행해 전 세계 강제 실향 문제에 대한 주요 동향 정보를 제공한다.
** KBS 아카이브, KBS 이산가족 찾기
*** <길소뜸>, 감독 임권택, 출연 김지미 · 신성일 · 한지일, 1985년
****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김주연 옮김, 『이별 없는 세대』, 문학과지성사, 20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