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ACC 산책투어’

“ACC에서 뜻밖의 자연을 마주하다”

ACC의 자연을 만나는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

ACC에는 전시, 공연, 체험 등 문화예술만 즐기러 간다? 아니다! ACC에는 자연도 즐기러 간다!
2015년 개관 이후 10년에 가까운 세월, ACC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해 오는 동안, 더불어 나이테를 키워온 존재가 있다. ACC의 시간만큼 묵묵히 뿌리를 넓히고, 줄기와 잎을 틔우고, 키를 키워온 바로 ACC의 수목들이다. 이제는 제법 나이테가 굵어진 아름드리나무들이 무성해진 잎으로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계절마다 피고 지는 앙증맞은 꽃이 눈을 즐겁게 한다.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는 ACC 곳곳에 뿌리내린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계절투어 프로그램이다. ACC가 가장 초록초록한 봄부터 여름까지 아시아문화전당의 꽃과 식물들과 눈 맞춤하며, 마음속 깊이 푸르름을 품고 가는 시간.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를 떠나본다.

“가까이서 한번 보실까요? 이 친구는 줄기에 흡착근이라는 게 있어요.
어디든 붙잡을 수 있는 것만 있다면 붙잡고 올라가는 재주꾼이에요.
이 능소화의 이름이 ‘능가할 능’에 ‘하늘 소’를 써서 ‘하늘을 능가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정말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것 같죠?”
“이 식물의 이름 아시는 분 있을까요? 동물의 이름이 붙은 아주 재미있는 식물이에요.
바로 ‘노루오줌’인데요. 뿌리를 캐어 들면 오줌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초여름부터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운답니다.”
“이 나무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면 ‘댕강’하고 소리가 난대요.
그래서 이름도 ‘꽃댕강나무’인데요, 꽃이 정말 아름답지요? 초여름에 피기 시작해서
겨울 첫눈이 올 때까지도 꽃이 피는 나무예요. 꽃만큼 향기도 매우 아름다워요.
한번 가까이서 맡아보시겠어요? 어떤 분은 라일락 향이 난다고도 하더라고요.”

능소화, 노루오줌, 꽃댕강나무가 건네는 이야기

여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줄기를 뻗어가는 ‘능소화’부터 투박한 이름과 달리 연분홍빛 어여쁜 꽃을 피우는 ‘노루오줌’, 작은 별처럼 앙증맞은 하얀 꽃이 뜻밖의 진한 향기를 품은 ‘꽃댕강나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고유하고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여름이 깊어지는 이맘때 넘쳐나는 생명력을 뿜어내는 꽃과 나무들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곳곳에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는 아시아문화광장부터 지하 녹지섬, 나비분수와 열린마당까지 해설사와 함께 가볍게 산책하며 40여 분 진행된다.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는 꽃이 피는 시기를 고려해 상상마당에서 민주평화교류원, 플라자브릿지에서 열린마당으로 코스를 변경하여 운영하였다. ACC 구석구석 숨겨진 자연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보물찾기와도 같은 시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여름철 무더운 장마철에 꽃을 피우는 흔치 않은 나무가 바로 모감주나무입니다.
아래에서 보면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황금비가 내리는 것 같다고 해서
영어로는 ‘Golden rain tree’라고 불려요.
여름철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으시면 꼭 모감주나무 앞에서 인증사진 찍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모감주나무야 아름답구나~ 팽나무야 고맙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녹지섬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여름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모감주나무’다. 초록 잎에 노랗게 피어난 모감주나무꽃이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뿜어낸다. 황금색 꽃물결이 나무 전체를 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피어나 멀리서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아시아문화광장 중앙에서 만난 ‘팽나무’는 ACC에서 가장 키가 크고 우람한 나무답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맘때 열리는 초록빛 둥근 팽나무 열매는 맛이 달고 영양가도 풍부해서 새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된다. 팽나무 고목이나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팽이버섯, 그리고 넉넉한 그늘은 팽나무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새들에게는 소문난 맛집으로 사랑받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이들에게는 푸르른 휴식처가 되어주는 고마운 팽나무다.

“꽃이 100일 동안 피고 진다고 하는 배롱나무입니다.
7월부터 시작해서 8월, 9월까지도 붉은 꽃을 볼 수 있는데요.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라 그런지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 여름날의 추억이~’

장마가 끝나는 8월에는 문화창조원 옆 열린마당의 배롱나무숲 길을 꼭 거닐어봐야 한다. 강렬한 태양도 아랑곳하지 않고 붉은 꽃을 피워낸 배롱나무 40여 그루가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가 여름을 즐겨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화사한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서 더위도 피하고, 여름날의 추억도 남겨보면 좋겠다.

하얀 꽃에 아찔한 향기를 간직한 치자나무, 초록빛 잎과 초록 열매가 무럭무럭 커나가는 모과나무, 정겹고 반가운 여름꽃 원추리, 공조팝나무, 명자나무, 미선나무, 금목서, 비비추, 산수국, 호랑가시나무, 덜꿩나무, 히어리···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크고 작은 식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ACC에 이렇게 다양한 식물들이 더불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감동스럽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자연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체험 프로그램 ‘꽃과 소재 다발 만들기’

산책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껏 충만해진 마음으로 향하는 곳은, ACC 문화창조원 내에 자리한 대나무 정원. 산책투어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눈과 귀로 즐겼다면, 이곳에서는 직접 손으로 만들고 체험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꽃과 식물을 활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마크라메 화분 걸이 만들기, 꽃과 소재 다발 만들기 등 그때그때 재료와 주제가 달라진다. 이날은 봄, 여름철 꽃과 다양한 식물 소재를 조합해서 계절의 싱그러움을 담은 초록 다발 만들기가 진행됐다. 쉬땅나무, 그레빌리아, 베로니카, 루스커스, 골든볼, 미니 부들 등 재료의 특징과 다발을 만드는 요령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본격적인 만들기가 시작된다.

서툰 솜씨지만 정성 가득 담아 초록 꽃다발을 완성해 가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초록 다발은 물만 잘 갈아주면 한 달도 너끈하다고 하니, 한동안 집안에서도 자연의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겠다. 느리게 걸으며 ACC의 식물들이 건네는 자연의 이야기에 푹 빠지고, 나만의 자연 작품까지 만들어보는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는 총 24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내년에는 한 뼘 더 자라난 나무와 꽃과 함께 더 풍성한 이야기로 찾아올 것이다.

프로그램은 마무리됐지만, 계절마다 피고 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자연은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9월부터 10월까지는 단풍으로 물든 전당을 만나볼 수 있는 ‘알록달록 ACC 산책’투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 말없이 가장 좋은 벗이 되어줄 ACC의 넉넉한 자연을 만나보자.

  • 노형미 |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 참가자. 광주 북구

    “초등학생 아이랑 함께 참여했는데요, 그동안 몰랐던 나무와 꽃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돼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냥 풀이구나, 꽃이구나 했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예림 | ‘초록초록 ACC 산책투어’ 참가자. 광주 북구

    “ACC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왔는데 오늘처럼 ACC를 깊이 느껴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해설사님 설명을 통해서 식물도 많이 알게 됐고, 초록 다발 만든 것도 정말 만족스럽고, 보람찬 시간이었어요.”

 

 

 

 

 

by
유연희 (heyjeje@naver.com)
Photo
ACC 제공,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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