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가 만나는 첫 공연, <얼굴과 얼굴 - 마주 ; 봄>

ACC 모두를 위한 극장

‘ACC 모두를 위한 극장 - 생애주기 콘텐츠’는 영유아 대상 공연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 대상의 공연까지 생애주기별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진행하여 올해 3회차를 맞는다. 올해(2024년 6월 14~16일) 상연된 극단로.기.나래의 1세를 위한 공연 <얼굴과 얼굴 - 마주 ; 봄>을 소개한다.

영유아가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영유아 공연’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들었던 생각이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고 나서 그것은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아기마다 다르지만 보통 돌 무렵은 낯가림이 시작되는 시기로 아기들은 이때부터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러한 아기의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 제작된 <얼굴과 얼굴 - 마주 ; 봄>은 1세 아기들이 좋아하는 ‘얼굴’을 주제로 인형과 오브제를 활용하여 사람과 세상, 사람과 사람의 첫 만남을 표현한 연극이다. 12개월쯤의 아기를 대상으로 청각, 촉각, 시각을 통한 감성 자극에 집중하도록 제작됐다.

안녕? 첫 만남!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은 아기들을 실로폰 소리로 맞이한다. 어린이 극장 앞 공간에 아기들과 부모들이 둘러앉아 있고 배우들이 아기 앞을 1대1로 대면하며 인사한다. 공연을 함께 볼 친구로, 직접 만든 소품 인형을 아기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서 놀라지 않도록 한명 한명 말을 걸어주었다. 배우들의 인사에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마주 보는 아기들의 얼굴이 마치 신기한 광경을 본 듯했다. 준비 과정 없이 공연을 시작했다면, 아기들이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에 놀랐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극단 측의 배려가 인상 깊었다.

신발을 벗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좌석은 영유아와 보호자 1명이 함께 무대에 둘러앉는 체험석과, 그 위에는 동행한 보호자를 위한 마주봄석이 있다. 아기들은 엄마 혹은 아빠와 둘러앉아 무대 위의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우리 우리누리 어화~ 둥둥~♪우리누리
마주~ 보아 우리둘이♪

직접 연주하는 악기 소리와 노래, 배우들의 몸짓에 아기들의 눈이 반짝였다. 공연 전 미리 상호작용을 해서인지 아기들은 생각보다 잘 집중했다. 이 공연은 ‘12개월 이하’와, ‘12개월~18개월 이하’로 관람 연령을 구분하여 상연하는데, 필자는 기어서 움직이는 12개월 이하 아기들이 보는 공연을 관람했다.

이 공연의 특별한 점은 아기들이 연극 소품을 만져도 되고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다는 것이다. 보통은 아기를 데리고 공연을 볼 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아기가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내서 다른 관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것인데, 아기들이 처음 만나는 공연 경험을 자연스럽고 편안한 환경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부분이 공연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용감한 아기 돌진!

여러 아기 중 한 아기가 배우들 쪽으로 기어서 돌진한다. 가장 호기심 많고 용감한 아기가 아닐까! 아기의 첫 반응에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올랐다. 세상을 향한 첫 발걸음처럼 느껴졌달까.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모두 성격이 달랐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아기, 모든 걸 지켜보고 상황 파악 후 나아가는 아기, 다른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은 아기, 비록 앞으로 가진 않아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가진 아기 등 한명 한명이 모두 공연을 잘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한 아기만 배우 쪽으로 다가갔지만, 나중에는 여러 명의 아기가 무대 중심으로 향했다. 부모들에게는 아기들의 반응을 발견하는 것도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듯했다.

아기들은 새로운 환경에 천천히 적응하며 배우들과 마주 보고, 다른 친구들과 마주 보며, 공연 제목처럼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본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작은 사회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 바람, 별빛이 머물다 간 곳

‘자연’을 상징하는 은유들로 가득 찬 무대는 아기들의 청각, 촉각, 시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청량하고 맑은 자연의 소리와 악기 소리로 공간을 채우고, 인형 오브제, 부채 등 아기들이 좋아하는 소품들과 빛과 그림자를 통해 눈코입을 만들어 얼굴을 형상화하는 등 아기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한 배우들이 커다란 실크 스카프의 끝을 잡고 흔들거나 아기에게 살포시 놓고 몸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많은 부모가 과도한 미디어 노출이 어린 아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경험하는 공연

아기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세상은 어떨까? 아기에게 집 밖으로 나온 세상은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미지의 세계일 것이다. 정서가 발달하는 영아기에는 새롭고 낯선 환경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공연을 통한 자극이 아기의 정서와 감각 발달에 효과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이 공연의 자문을 맡은 장재키 원장(좋은문화병원 신경과학예술교육원장 / 뇌신경학자, 액팅코치)은 “감각과 지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신(新)소통하는 사회적 뇌를 구성하는 데이터가 된다. 영유아 공연은 다양한 사람들의 신체적 움직임, 예술을 통한 다양한 감각과 지각 활동, 함께 반응하기 등 집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감각 경험 환경을 제공한다.”라고 말한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이 끝난 후 아기가 무대 소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처음 공연을 본 이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사진도 찍고, 배우들과 만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12개월 아기와 함께 온 관람객에게 이번 공연을 본 소감을 물었더니, “이맘때 아기들을 위한 공연은 거의 없는데, 찾아보던 중 영유아를 위한 공연을 한다길래 지인들과 보러왔다. 아기 개월 수에 맞춘 참여형 공연이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편안했고, 구성이 잘 된 공연이구나 생각했다. 앞으로 이런 맞춤형 공연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관객 만족도 설문조사에 의하면 95%가 매우 만족한다, 5%가 만족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100%가 향후 ACC 어린이 공연을 재관람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얼굴과 얼굴 - 마주 ; 봄>은 아기들이 직접 무대에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아기가 공연을 ‘관람’한다기보다는 공연을 ‘경험’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세상에 갓 나온 아기들의 특별한 하루가 오래도록 기억되길.

 

 

 

by
소나영 (nayeongso@daum.net)
Photo
A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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