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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분이다. 1분 안에 오직 ‘춤’으로 심사위원과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지, 어떤 상대를 만날지 알 수 없다. 정해진 것은 무대에서 주어진 단 ‘1분’이라는 시간뿐. 힙합, 왁킹, 락킹, 팝핑 등 분야별 장르 안에서 DJ가 무작위로 선곡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쿵쿵쿵, 심장을 두드리는 강한 비트에 손끝은 이미 리듬을 타고 있다. 땀으로 수놓은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연습, 그리고 또 연습. 365일의 수많은 1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관객들의 환호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갈고닦은 실력이 폭발할 시간이다. 자, 시작이다.

온몸으로 열정을 표현하는 힙스터들의 축제, 2024년 광주스트릿컬처페스타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국내외 전문 스트릿 댄서 1,240명이 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댄스 배틀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광주스트릿컬처페스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배틀라인업9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되었으며, 나흘간 광주스트릿컬처페스타를 찾은 관객은 지난해보다 5천 명 늘어난 1만 5천 명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1과 아틀리에에서는 페스타 첫날부터 1:1 춤 배틀 예선이 시작되어 페스타 마지막 날 결승을 통해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우승자가 최후의 주인공이 되는 여느 경연대회와 달리, 배틀라인업9은 참가자와 관객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고 감동하고, 감탄하며 오롯이 최후 1분의 주인공이 되었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는 동작이지만, 하나의 장면을 마스터하기 위해 흘린 땀방울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장인정신에 대한 존중과 예의.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스트릿댄스 마니아들의 스웨그가 아닐까.

‘광주라인업’의 시작에는 ‘빛고을댄서스’의 춤에 대한 열정과 세계 무대를 향한 꿈이 있었다. 빛고을댄서스는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트릿 댄스 팀이다. 광주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릿 댄서가 되자는 포부로 ‘광주라인업’을 기획했다. 2014년 팀 연습실에 각 지역의 춤꾼들을 초청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다 이왕 이렇게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더 많은 사람들과 열정의 순간을 나누고 싶어졌다. 광주 라인업은 해를 거듭하며 조명과 무대가 갖춰진 공연 전용공간, 광주 아르코 콘서트홀로 장소를 옮겨갔다. 2022년 KBS 공개홀을 거쳐 2023년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며 명실상부 광주의 대표 축제로 거듭났다.

올해로 9회째 맞은 광주라인업.
빛고을댄서스의 팀원으로 1회부터 지금까지 행사를 준비해 온 ‘로로’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년 힙합 부문 배틀라인업의 심사를 맡았던 프랑스 출신의 스트릿 댄서 스파이더(Spider)는 올해 대회 참가자 댄서로 광주를 다시 방문했다.

배틀라인업9이 열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1과 아틀리에는 가변적 공간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사면을 모두 개방한 무대로 꾸몄다. 또한 공연에 최적화된 음향과 조명으로 관객의 몰입을 끌어냈다. 나흘 동안 배틀라인업9 예선과 본선이 진행되는 동안, 5.18민주광장에서는 이틀간 퍼포먼스 사이드와 쇼케이스, 참여기관들의 홍보부스와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스트릿 댄스의 성지가 되어가고 있는 광주. 내년에도 전 세계 춤꾼들이 광주에 모여 펼칠 뜨거운 무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