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주목할 아카이브

전시 『길 위에 도자』는 제목부터가 함축적이다.
‘길’과 ‘도자’는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인다.
두 가지 모두 흙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반대를 지향한다.
은 끊임없이 두 지점을 연결하려는 과정이고,
도자기는 그 자체로 완결된 형태를 이루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도자기는 대칭적인 비례와 균형을 이루는
완벽한 형태를 추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완벽에
이르기 위해 평생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박물관 아카이브, 이경모의 사진

『길 위에 도자』의 작품들은 모두 캄보디아와 베트남,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도자기들이
다. 내면에서 두 세계가 충돌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아시아에서 시작된 도예가 어떻게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미국에서 현대적으로 해석되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찌그러지고 깨져도 괜찮아

도자기는 결함이 있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국계 미국의 도예가 스티븐 영 리 Steven Young Lee는 찌그러지거나 뒤틀리고 깨진 도자기들로 이 전통적 관습에 도전한다.

스티븐 영 리, 모란무늬 매병

스티븐 영 리, 독수리구름무늬 매병

사물의 본성은 깨진 틈 속에서 빛난다. 사람도 완벽함이 아
니라 모자라고 뒤틀린 모습에서 개성이 드러난다. 여러 요
소 중 어느 하나가 균형을 깨트리고 우세해지면서 그것만
의 본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스티븐 영 리, 「불완전한 긍지」 세 개의 달항아리로, 빨강, 하양, 파랑의 유약색은 미국 성조기에서,
기본 모양은 한국 도자 문화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달항아리에서 가져왔다.

조선의 달항아리가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은 색감과 함께 그 모양의 불안정성에서 나온다. 위아래로 두 개의 사발을 서로 포개어 붙이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비대칭 균형이 생겨 달항아리만의 고유한 미가 만들어졌다.

인간은 대칭적 비례를 추구하지만, 자연은 비대칭적 균형을 이룬다. 왼손과 오른손, 여자와 남자처럼 서로 같으면서도 전적으로 다른 것이 서로를 보완하며 균형을 이룬다.
그 어느 것도 비대칭적으로 무언가에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수많은 사물이 불완전한 이유는 그 결함이 있는 것들이 함께 조응하며 이 세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며, 어느 누군가가 반대쪽에서 그런 나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Photo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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