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를 맞은 어린이‧가족문화축제 ‘하우펀(HOW FUN)’

어린이도 어른도 오월에는 ACC로

4월 시원한 봄비가 내리고 나니 5월이 더욱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연둣빛 여린 잎들이 조금씩 더 색을 진하게 물들이며 봄비를 맞아 건강하게 자라나기 시작하는 5월이 왔다. 5월 하면 떠오르는 여러 단어가 있다. 청춘, 늦봄, 초여름, 가정의 달, 푸르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그래서 어린이날.

어린이날 주간 대표 축제로 나아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가족문화축제 ‘하우펀(How Fun)’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이며, 어린이, 예술가, 유관기관, 기업 등이 함께 만드는 열린 축제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하우펀(How Fun)’은 <도시 따라 지구 한 바퀴>라는 주제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전시, 공연, 교육, 체험 등 다분야의 콘텐츠로 이루어진 볼거리, 놀거리,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넓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곳곳을 가득 채운 ‘하우펀(How Fun) 10’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떠나자! 놀이로 문화로 즐거운 도시여행”
- 축제 슬로건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시문화’를 중심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다양한 콘텐츠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이번 축제는, 도시여행 콘셉트로 어린이와 가족들이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여행하듯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도시 관찰자’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문화적 요소를 놀이를 통해 관찰하고 탐구하는 경험을, ‘도시 탐험가’는 국내외 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세계 여러 도시의 다양한 문화를 예술로 탐험하는 경험을, ‘도시 창조자’는 미래의 도시를 상상하고 그 안에서의 삶을 그려보는 경험으로, 축제의 슬로건처럼 놀이로 문화로 즐거운 도시여행을 할 수 있었다.

어린이문화원 로비 유리 창문에 반짝이는 <어린이들의 도시>를 바라봤다. ‘핀란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센터’와 협력한 아카이브 미디어 전시로 전 세계 55개국, 100명의 어린이가 직접 그린 자신이 사는 도시 그림을 통해 마치 세계 곳곳의 도시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중에서 내가 정말 가 본 도시는 몇 개일까?

양자주 작가가 어린이들과 함께 도시를 여행하며 우리와 공존하는 다양한 유기체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고 확대하여 찍은 사진, 도시의 여러 모습을 대형 캔버스에 테이프 아트로 표현한 문경 작가와 아이들의 작품까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에서 작가들과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새로운 도시를 만났다.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워요. 낮에는 철근과 회색 시멘트, 타일로 덮은
견고하고 단단한 건물들이지만 밤에는 분홍, 노랑, 파랑 빛으로 빛나는···’

박재환 작가의 작품으로, 그리고 아이들과 우리들이 새롭게 만드는 도시의 밤은 어떠한 빛으로 빛나게 될까? <밤의 구조>를 통해 도시의 밤을 맞이한다.

그리고 밤이 된 도시는 우주로 나아간다. 아주 먼 미래에 우리는 어떤 행성의 도시에서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을까? <우주와 미래로 보내는 언어사전>은 미래 도시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체험을 통해 지구를 넘어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습을 어떻게 우주와 미래의 도시인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상상하게 한다.

어린이 공연, 그러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한

어린이날 주간, 가정의 달, 그리고 청룡의 해를 맞아 국립아시아전당에서는 ‘하우펀(How Fun) 10’과 함께 다양한 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ACC 어린이 창‧제작 공연인 <이토록 무르익은 기적>, <미르하이의 찢어진 동화책>, <슈레야를 찾아서> 세 편은 어린이 공연이었지만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공연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을 배경으로 하는 <슈레야를 찾아서>1)는 전쟁으로 집을 떠난 아빠를 기다리는 소녀 슈레야와 그녀의 친구 주뿔루, 아그자, 그리고 길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 스베뜨의 이야기이다. 피난으로 헤어지게 된 슈레야를 찾아 떠나는 인형 주뿔루와 비둘기 아그자는 친구를 찾아가는 길에 전쟁으로 주인을 잃은 고양이 스베뜨를 만나 여정을 함께 한다.

투르크메니스탄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잘 웃는 용>2)을 각색하여 국악 동화극으로 재창조한 <미르하이의 찢어진 동화책>은 꿈속에서 만난 ‘미르’와 ‘하이’의 이야기이다. 미르와 하이가 완성하려는 동화책의 주인공 이름은 용의 왕이란 뜻의 ‘미르하이’이다. 과연 미르와 하이는 찢어져 읽을 수 없는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뱀띠 아빠들의 창작 공연 <이토록 무르익은 기적>은 용이 되기 위해 수련하는 청무기와 홍무기, 그리고 먼저 용이 된 흑무기의 이야기다. 용이 되기 위한 ‘꿈’을 간직하고 999년 동안 열심히 수련한 두 이무기, 그러나 청무기에게 갑자기 의문이 생긴다. 왜 용이 되어야 하는가? 과연 그는 그 질문의 답을 어떻게 찾았을까?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시간이 지나 어른, 부모가 되었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저 노래를 목청 높여 부르던 어린이였다. 우리도 어려서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이 있었고, 나하고만 말이 통하던 상상 속의 친구를, 그리고 꼭 되고 싶던 무언가가 있었다. 어릴 때는 우리도 겁이 없었고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아이들이었다. 사회생활을 거치며 어릴 때 같을 수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가끔 어린이 공연을 보며 어린 시절 우리를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의 동심과 함께 <미르하이의 찢어진 동화책>의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용인 ‘왕코 할아버지’처럼 삶의 지혜를 갖추고, <슈레야를 찾아서>에서처럼 서로를 위해 무서워도 용기 낼 수 있는 친구를 가진, <이토록 무르익은 기적>처럼 용이 되려 하기보다 현재 나의 삶을 마주하며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어른들 또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린이 공연이었다.

다시 만날 5월

5월 어린이날 주간을 맞아 하우펀(How Fun) 10, ACC 어린이 창‧제작 공연, 아시아컬처마켓, ACC 빅도어콘서트까지, 정말 다양한 행사들이 ACC 곳곳을 꽉꽉 채웠다. 축구장 22개 크기의 너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곳곳을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놀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 채웠던 5월 어린이날 주간. 과연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하우펀(How Fun) 10’의 <움직이는 도시풍경> 프로그램에서 신예린 작가의 3D 펜으로 그린 떠다니는 다양한 도시의 풍경과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수 있었다. 마치 내가 그곳을 그 사람들과 함께 거니는 느낌이 들었던 그 속에서 질문을 받았다.

어떤 모습이 보이나요? 자동차로 가득한 거리,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여유로운 길고양이···,
오늘 아침 마주한 거리의 모습은 어땠나요? 어떤 색과 어떤 사람들이 있었나요?
캔버스 속 다양한 도시를 배경 삼아 마주칠 일상을 상상해 보세요.

푸르른 하늘과 수목처럼 한층 더 성장하게 될 어린이들과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어른은 오늘 여기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경험과 느낌은 앞으로 그들의 삶에 어떠한 빛깔로 나타나게 될까?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만들어졌던 어린이날, 한때 모두 어린이였던 어른들까지 다음 5월에는 어떤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될지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날 5월이 기다려진다.

1) 세빈지 누루크즈, 「슈레야를 찾아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0
2) 라흐메트 길리조프, 「세상에서 가장 잘 웃는 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7
by
임우정 (larnian_@naver.com)
Photo
ACC 제공,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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