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아시아문화예술체험 ‘아시아 커피로드’

아시아, 커피에 빠지다

인생은 어차피 벌어지고, 이 인생에 커피가 도움을 준다
(Life happens, coffee helps.)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우울할 때, 슬플 때, 지칠 때, 힘들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우리는 커피 한잔을 즐겨 찾는다. 누군가를 만날 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도 커피를 찾곤 한다. 때로는 달콤한 바닐라라테를, 때로는 샷 추가한 진한 아메리카노를, 때로는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기분 따라 날씨 따라 입맛 따라 커피는 휴식이 되기도 하고, 대화가 되기도 하고, 각성제가 되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모든 날, 모든 순간 우리 곁에는 커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현대인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커피’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에 빠져들었을까? 내 인생 첫 커피의 기억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자신의 첫 커피가 100원, 200원을 넣고 뽑아먹던 자판기 커피인지, 쉽게 타 먹는 인스턴트커피인지, 헤이즐넛 원두커피인지, 아메리카노인지, 캡슐커피 혹은 드립 커피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연륜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최근 들어 우리 주변의 커피문화는 급속도로 변화해왔다. 어느 순간 현대인의 일상 깊숙한 곳에 파고들어 이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커피’. 커피가 더 잘 어울리는 계절, 가을과 함께 ACC에서도 그윽한 커피 향을 느낄 수 있는 강좌가 마련됐다.

서구 중심이 아닌 아시아의 커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한국, 중국, 일본의 특별한 커피문화를 만나다

서구 중심의 커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커피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의 맛과 향을 함께 누리는 시간, ACC 아시아문화예술체험 ‘아시아 커피로드’ 강좌다. 강좌는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커피와 인류의 요람, 에티오피아의 초대」와 「설레는 게 커피라서」의 저자 윤오순 강사의 안내로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 3개국의 커피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철학을 공부하다 에티오피아 커피와 사랑에 빠져 ‘에티오피아 커피 투어리즘’을 전공한 커피 전문가다. 한국, 중국, 일본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강좌는 전반부에는 각국의 커피 산업과 커피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후반부에는 직접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준비됐다. 「설레는 게 커피라서」라는 저서 제목처럼 강사의 커피에 대한 설렘, 애정이 행복하게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 년에 몇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실까? 한국의 커피 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 아시아 커피로드 첫 시간인 ‘한국 편’ 강좌에서 커피 박사 윤오순 강사의 커피에 관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강의를 들으며 몰랐던 사실에 깜짝 놀라게도 되고, 지금의 커피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도 된다.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 잔이라고 한다. 세계 평균 연간 ‘132’ 잔보다 약 2.7 배가 높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커피 시장 역시 2016년 5조 9,000억 수준에서 2023년 8조 6,000억(전망치) 수준으로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커피 브랜드는 단연 스타벅스다.

믹스커피, 자판기부터 스타벅스까지 한국 커피 100년사가 펼쳐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커피를 즐긴 사람이 ‘고종 황제’라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가배, 혹은 양탕국이라는 이름으로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서양 선교사와 외교관을 통해 커피가 전래하였다고 추정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카페를 닮은 ‘끽다점’이 등장하게 되고 1930년대에는 다방이 번성한다. 한국전쟁 이후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왔으며 1970년대 동서식품이 국내 최초로 커피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한국 커피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1974년 동서식품이 개발한 ‘맥심 커피믹스’와 1978년 자판기 커피의 등장은 전국에 커피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커피의 대중화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원두커피 전문점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체인점이 붐을 이뤘다. 90년대 후반에는 커피체인점 본부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새로운 형태의 커피전문점이 들어섰으며 1999년 7월 27일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한국 1호점이 문을 열면서 새로운 커피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테이크아웃 커피 시대가 개막하고 커피 음료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카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강사의 이야기에 따라 한국 커피 100년사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커피 한잔 속에 한 나라의 역사, 문화, 삶이 온전히 녹아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시아 커피로드 ‘중국 편’과 ‘일본 편’ 강좌에서는 평상시 쉽게 접할 수 없는 중국과 일본의 커피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서로 다른 듯 닮아있고,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한국과 중국, 일본의 커피 이야기 속에서 아시아의 특별한 커피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각 나라의 원두를 이용한 향긋한 드립 커피 실습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커피의 세계

무엇보다 강좌 참석자들을 가슴 뛰게 한 것은 드립 커피 실습과 맛있는 커피 타임이었다. 한국과 중국 편에서는 각 나라에서 생산된 생두와 원두를 체험해보고 직접 커피를 내려 빵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커피 추출 도구가 발달한 일본 편에서는 하리오, 칼리타, 사이폰 등 일본에서 개발된 추출 도구를 알아보고 ‘사이폰’으로 직접 커피를 내려보는 이색적인 시간이 마련됐다. 커피에 설레고 커피를 사랑하는 강사인 만큼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노하우를 전하는데도 진심이 느껴졌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과 잘 로스팅된 원두를 구매하는 요령, 맛있는 카페와 커피를 고르는 방법 그리고 집에서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노하우까지…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비법들이 공개됐다. 원재료가 신선하면 누가 내려도 맛있고, 커피 레시피는 정해진 것보다는 자신의 입맛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며, 탄 음식이 해롭듯이 탄 커피는 마시지 말라는 등등 친절한 커피 잔소리도 이어졌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어느 책 구절처럼 강좌를 들을수록 커피가 새롭게 보이고 커피를 더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카페에 앉아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전 세계인의 일상에 크나큰 즐거움이 된 시대.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커피 한잔에 마음을 담아 자신의 삶을 지켜간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더라도 조금 더 알고 마시면 그 맛과 향이 배가 되지 않을까. ACC 아시아문화예술체험 ‘아시아 커피로드’ 강좌를 통해 일상에서 즐기는 커피의 맛과 향이 더욱 깊어지길 기대해본다.

| 에티오피아 커피박사 윤오순의 커피 맛있게 즐기는 TIP! |

1. 커피는 정답이 없다.
2. 커피 지식이 있으면 커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커피 지식이 없다고 커피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3. 내가 맛있게 마신 커피가 맛있는 커피이다.
4. 좋은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많이 마셔 본다.
5. 나만의 커피 기준을 세우고 즐긴다.





by
유연희 (heyjeje@naver.com)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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