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ACC

공감하고 소통하는 연결의 공간

이분들은 누구일까요?

이슬아, 이꽃님, 백온유, 성해나, 김화진,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

이슬아, 이꽃님, 백온유, 성해나, 김화진은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실시한 ‘2023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약 40만 명의 온라인 독자가 참여했다)에서 1위부터 5위에 선정된 작가이고,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은 ‘2023 제14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이다.

“당신의 메일로 매일 글을 보내드립니다”

10월 21일 토요일 오후 3시 이슬아 작가의 북토크가 ACC에서 열렸다. 이슬아는 2018년 독립출판 1위 선정작 <일간 이슬아>의 작가, 2023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 1위의 작가다. 그녀는 2018년 ”아무도 청탁하지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하루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이메일로 전송해 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 <일간 이슬아>라는 낯선 에세이 구독 서비스로 소위 완전 대박을 터트렸다.

구독의 시대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2001년, 원제 the age of access 접속의 시대)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 물건은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까지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라 말했는데, 지금 그의 예언(?)처럼 접속의 시대, 구독의 시대가 되었다.

이제 CD를 사지 않고, 유튜브나 멜론을 통해 음악을 듣고, 영화도 DVD를 사서 보거나, 극장에 가기보다, 넷플릭스, 왓챠, 애플 등을 통해 본다. 책도 마찬가지다. 실물 책을 구매하지 않고, 밀리의 서재 같은 서비스를 통해 구독한다. <일간 이슬아>가 하나의 현상이 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 흐름과 같은 궤적에 있는 것이다.

공감과 소통과 연결의 공간, 책 읽는 ACC

ACC 공간의 물리적 중심에는 문화정보원이 위치한다. 문화정보원은 표면적으로는 “아시아문화자원을 연구 및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서/아카이브/전시 콘텐츠를 아시아문화박물관으로 열람/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예술극장,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이 공연, 전시, 행사 중심이라면, 문화정보원은 한마디로 말하면 도서관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도서관이 책의 보관 및 대여, 이용자의 시험공부 및 전공 공부를 하는 수동적 공간의 역할에 한정되었다면, 지금의 도서관은 공감과 소통, 연결이 중요해지는 문화적 향유와 창조적 공간을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아닌, 문화정보원이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있다.

이번 책 읽는 ACC도 이러한 흐름에 있다.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여해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주선한다. 이슬아 작가 북토크는 야외무대에서 청중들은 강의실 의자가 아닌, 빈백 소파에 기대거나, 캠핑 의자에 앉아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어지는 작가와의 질의응답에서는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고자 하는 분들의 실제적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개인적 삶을 공유하는 독자부터, 얼마 전 결혼한 작가(이슬아 님과 그녀의 동료이자 사진작가인 이훤님)를 향한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독자도 있고, 그냥 작가가 보고 싶어 나왔고, 작가가 좋아할 만한 비건 식당을 추천하고 싶다는 분도 계셨다. 이렇듯 도서관은 공감과 소통과 연결을 지향하는 공간이 된다.

2시간가량의 북토크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재즈 공연의 무대가 이어진다. 흥겨운 재즈의 향연 가운데 무대 주변에서는 전시된 책들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다. <인생 책 추천하기> <필사 체험> <함께 만드는 시집> 등의 이용자 참여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한 부스에서는 MBTI 전문가의 독서 상담도 진행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름다운 가게의 책 기부 캠페인도 함께 한다.

공간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공간은 행동을 부르고, 또 행동에 앞서 상상력이 활동하는 법이다. 상상력은 낫질하고 밭을 간다.” 상상력은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엔진 중 하나일 것 같고, 책 읽기와 문화 예술적 체험은 상상력의 마르지 않는 수원지일 가능성이 크다. ACC에서 지속해서 펼쳐지는 문화 예술 행사와 창조적 공간에 기대하는 바가 큰 이유다.





 

by
구태오 (rnxodh@naver.com)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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