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건축

주목할 아카이브

스리랑카 중부의 작은 도시 담불라Dabmbulla
담불라의 정글 숲 안에는 자연과 동화된 듯한 건물 하나가 있다.

이 건물은 숲 능선을 따라 길게 위치하며, 외벽은 넝쿨 식물로 뒤덮여있다.
본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거대한 암석은 벽이 되어 안과 밖의 경계를 대신하고,
파내지 않은 바위는 건물의 바닥면에 솟아 하나의 작품처럼 눈길을 끈다.

내부는 구획과 가림막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문과 창이 없다.
그래서 방문자는 어디서든 오감으로 자연을 경험하고,
숲에 사는 동물들은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이 건축물은 칸달라마 호텔Heritance Kandalama hotel
1991년 제프리 바와Geoffery Bawa, 1919-2003가 설계했다.

제프리 바와는 대지의 굴곡진 형태를 살려 건물을 짓고,
열대기후의 통풍을 고려해 유리 프레임을 과감히 삭제했다.
물은 건축물의 경사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고,
사용한 물은 정화하여 호수로 다시 흘러가도록 했다.
건축 과정에서는 돌 하나도 파내지 않았고,
나무를 베기보다 옮겨 심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건축물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자연을 닮은 외관 때문만은 아니다.
건축이 자연을 통제하기보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본래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게 하고,
자연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장치로서 건축을 고려했던
제프리 바와의 건축 철학의 결과이다.

“그는 내게 건축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여기지 말 것을 가르쳐주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삶 그 자체니까요.
제프리 바와에게 건축은 부차적이거나 무관하기까지 했습니다.
남아시아 건축가에게 자연이란 괴로운 존재입니다.
자연환경이 건축의 원동력이 되는 경우는 절대 없죠.
제프리 바와에게는 다른 건축가와 차별되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 C. Anjalendran * 인터뷰 중에서-

* 제프리 바와의 제자이며 현재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간단한 구조의 개방형 건축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제프리 바와로부터 영향을 받은 ‘보이지 않는 건축’ 개념을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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