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도시를 남기다, 도시기록자 김한용

아시아문화칼럼

오늘날의 도시

도시는 우리 삶의 핵심과 함께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영국의 건축사학자 마크 기로 워드가 말한 대로,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 즉, 도시는 우리의 욕망과 필요에 따라 형성되지만 이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규정하고, 그 안에서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도시는 다양한 활동과 문화의 중심지로, 인류의 문화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91.9%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도시는 산업과 일자리, 미래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보와 상품이 계속해서 유입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삼일빌딩과 청계천 고가도로(1970년대). ⓒ 김한용(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카이브 소장)

도시를 기록하는 이유

그러나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새로운 건물들이 솟아나고, 그 안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 우리는 종종 도시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무시하곤 한다. 이 도시 안에는 우리의 역사와 추억이 담겨 있지만, 이러한 순간들은 쉽게 잊히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도시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이유는 미래를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다. 끊임없는 도시의 변화와 그 안에 담겨진 역사와 문화를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해 도시를 기록하다, 김한용

김한용은 도시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택했다. 사진은 기록 매체로서 보다 직관적이고 뛰어난 재현성을 바탕으로 당대의 역사‧사회‧문화 등 다방면의 변화를 나타내는 중요한 시각 자료이다. 그는 도시의 변화하는 모습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그의 사진은 도시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아내어 도시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한용이 사진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47년, 24살의 나이로 국제 보도국 사진기자로 입사하면서였다. 국제 보도연맹은 「국제보도」라는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었는데 보도사진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 산업시설, 인물, 행사 등 여러 분야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한국전쟁 중에는 종군작가단의 일원으로 종군한 후 피난지 부산에서 부산일보의 보도사진가로 일했다. 그리고 1959년 충무로에 김한용 사진연구소를 연 이래 평생을 광고사진가로 활동했다. 한국의 1960년대와 1970년대는 경제개발과 근대화의 시기였다. 즉, 김한용은 산업화, 경제발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상업사진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사진가였으며, 기록가이기도 하다.

사진이 시간을 품으면 그 사진은 역사가 된다고 누가 말했던가. 특히, 김한용은 서울의 이야기를 사진 속에 담아 역사를 만들었다. 그는 1940년대 말부터 주요 공모전 출품을 통해 예술 사진 분야에서도 활동하는 한편, 변화하는 당대의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그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보는 풍경 등 지속적인 촬영을 통해 해당 지역의 변화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1960년대 제트기를 타고 서울 시내 항공을 찍은 사진은 그의 아카이브에 있어 백미일 것이다. 당시 민간인이 공군 비행기를 타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국제보도」의 보도부 요원증을 제시하여 탈 수 있었다.

종묘(우측)가 보이는 서울 항공 사진(1960년대). ⓒ 김한용(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카이브 소장)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해서 내가 노후를 장식할까. 그래서 저는 2년 전에 계획한 서울 거리, 서울의 장면을 파노라마로 찍었는데, 그와 동시에 서울 시내의 사진을 또 찍어요. 두 가지를. 몸이 허락하는 한 이제 계속해서 찍는데, 뭐 욕심 같아선 100살 때 대거 막대한 돈을 들여서 한번 전람회를 이루는 것이 내 소원이지.”

2016년 작고하기 전까지 그는 그의 관점으로 수많은 사진 속에 도시의 전경들을 담으려 노력하였다. 그는 사진 아카이브가 왜 중요하고 그 것이 지금 와서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여러 저서와 사진 전시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의 사진들 중 상당 부분은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의 사진> 아카이브 컬렉션으로 구축되어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파노라마(1994년). ⓒ 김한용(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카이브 소장)

현재의 모습을 일상 속에 남기다

얼마 전 문화전당에서 ‘<도시 기록자의 모임> : <도시 기록자의 물건>으로 광주읽기’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도시 속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과 그 속에서 함께 지속적으로 변하는 장소와 공간의 모습을 참여자들은 그들의 시각에서 톺아보고 기록하였다. 프로그램에서는 도시가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을뿐더러, 기록의 대상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소개하였다. <도시 기록자의 모임> 참가자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궁동, 동명동, 서남동(인쇄 거리), 서석동, 장동 등 그 주변을 걸으며 각자의 시선으로 ‘도시유산’을 채집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였다.

우리가 도시를 더 깊게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보다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면, 도시의 다양한 측면과 이야기를 탐구하고 기록해야 한다. 평소에 우리가 거닐던 거리나 작은 순간들도 도시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담아내기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도시의 기록자가 되어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하루의 사소하지만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도시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우리네 모습을 정감있게 담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가까운 미래에 그 의미가 오롯이 발현될 수 있도록 말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도시 기록자의 모임 프로그램.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카이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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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진원(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Photo
A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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