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 치앙마이(Chiang Mai)

자연과 문화예술의 도시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태국 제2의 도시다. 한동안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붐이 일어났을 정도로 여행자 사이엔 꽤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매력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의 가운데 위치한 ‘올드시티’는 치앙마이의 구시가지로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을 말한다. 이곳에 들어가면 사원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있다. 올드시티 서북쪽에 위치한 현대적인 지역 님만해민과 올드시티를 왔다 갔다 할 때면 과거와 현재를 시간여행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과거 번성했던 란나 왕조의 전통, 수공예

치앙마이는 1296년 멩라이왕이 치앙라이에 이어 란나 왕국의 수도로 삼은 곳이다. 따라서 치앙마이에는 란나 왕조부터 시작된 북부 고유의 지역색과 전통이 곳곳에 남아있다. 란나 건축 양식, 수공예품, 음식, 의복 등에서 태국의 수도인 방콕의 그것과는 다른 특성들이 엿보인다. 특히 치앙마이는 일찍이 수공예가 발달했는데 이 전통을 지금까지도 이어나가고 있다.

치앙마이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층 더이(Cherng Doi) 마을은 조금 더 깊은 자연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자연에서 얻는 재료로 천연 염색을 하는 장인들이 있다. 오래전, 이들의 전 세대들은 크랑벌레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밀랍을 생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셀락(벌레가 밀랍으로 만든 집)’으로 붉은색을 얻었다. 최근에는 ‘목클란’이라는 돌에서 검은색 염료를 얻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여기에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바나나 수액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과학기술부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통에서 새로운 기술을 찾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방식으로 느리고 힘든 방식이지만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체제를 발전시키는 핵심 전략입니다.”

-요한 록스트럼(johan Rockström), 스웨덴 환경학자-

“과거의 것들을 혼합하여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되살리기를 권합니다.”

-필립 클레이튼(Philip Clayton), 생명문명연구소 대표-

치앙마이는 우산 수공예로도 유명하다. 태국 북부 쪽에서는 불교의식을 지낼 때 란나식 우산을 사용하는데 이 지역의 독특한 불교문화이다. 행렬에 사용되는 ‘카부안’이라는 우산과 공예품으로서의 우산 등 우산의 종류가 많다. 우산은 치앙마이 지역의 정체성이 되었고, 우산을 만드는 것은 이들에게 전통이 되었다. 이곳의 장인들은 대나무를 깎아 우산살을 만들고 닥종이를 붙여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200년간 이어온 전통방식으로 아름다운 우산을 만들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 및 태국 북부 산악의 소수민족(아카족과 카렌족)

또 이곳에는 소수민족들이 지금도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태국 고산지대에는 카렌족, 아카족, 몽족, 라후족, 리수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카렌족과 아카족은 주로 치앙라이와 치앙마이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산악지역이나 고산지대에 사는 이유는 물과 가까이 살면 물에 사는 악귀가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렌족은 여성들이 목에 고리를 착용하여 평생 벗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아카족은 검은 옷에 구슬 장식이 달린 독특한 모자를 쓰는데, 모자를 벗으면 악령이 씐다고 생각하여 벗지 않는다고 한다.

태국 치앙마이 훼이똠마을 카렌족 전통의복 단체 사진 <ACC컬렉션-메콩강 유역 소수민족 의복문화>
태국 치앙마이 훼이똠마을 카렌족 직조과정을 담은 사진 12 <ACC컬렉션-메콩강 유역 소수민족 의복문화>
태국 치앙마이 훼이에꼬마을 아카족의 머리장식 사진 03 <ACC컬렉션-메콩강 유역 소수민족 의복문화>
태국 치앙마이 훼이에꼬마을 아카족의 로미아카의복 사진 <ACC컬렉션-메콩강 유역 소수민족 의복문화>

치앙마이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북쪽으로 더 올라가 치앙라이에 가면, 고산지대에 아카족이 모여 사는 파히마을이 있다. 과거 거대규모의 아편 재배지였지만 현재는 태국 커피 재배지로 유명하다. 미얀마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곳에 올라가려면 꾸불꾸불한 경사가 있는 길을 지나고 검문을 거쳐야 한다.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면, 이곳 주민들이 커피를 따고 말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태국 치앙라이 고산지대 아카족이 사는 파히마을에서 커피원두를 말리는 모습

사원 속 벽화 <사랑의 속삭임(Whispering of Love)>

치앙마이에서 또 근교 여행을 한다면, 난(Nan)이라는 곳을 꼽고 싶다. 이곳은 온전히 <사랑의 속삭임(Whispering of Love)>이라는 벽화를 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태국 북부지방의 독특한 란나 음식문화도 엿볼 수 있었다.

<사랑의 속삭임>은 푸민 사원(Wat Phumin) 내부에 그려진 벽화로 붉은 문신을 한 남자가 여자에게 귓속말하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으로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의 속삭임>과 함께 사원 내부 전체에 그려져 있는 벽화는 그림이 그려진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림에서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에로틱한 분위기, 그리고 마치 연속되는 장면처럼 한 그림 안에 여러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태국 난(nan), 푸민 사원(Wat Phumin) 내부 <사랑의 속삭임(Whispering of Love)> 벽화 외

동시대 예술을 만나는 곳
마이암 현대미술관(MAIIAM Contemporary Art Museum)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와서, 치앙마이에는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치앙마이대학교 내에 있는 ‘CMU 아트센터’를 비롯하여 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반캉왓 예술인마을’, 태국디자인센터(TCDC), 그리고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들도 곳곳에 위치해있다. 그중에서도 이 지역의 컨템퍼러리 미술을 보려면, 올드시티 동쪽을 지나 핑강을 건너면 산캄팽(Sankamphaeng) 지역에 있는 마이암 현대미술관(MAIIAM Contemporary Art Museum)이 있다.

마이암(MAIIAM)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치앙마이(Chiang Mai)’의 ‘MAI’와 라마 5세의 배우자이자 창업자 Eric Bunnag Booth의 고대고모인 ‘Chao Chom Iam’의 ‘IAM’를 이어붙여 MAIIAM으로 지어졌다. 2016년 세워진 ‘마이암(MAIIAM)’은 치앙마이의 예술적 토양을 빠르게 변화시키는데 기여해오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patani semasa>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Patani(파타니)’는 말레이 반도의 북쪽에 있는 역사적인 지역의 지명으로, 지리적으로 태국의 남쪽 지방에 위치한 이곳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경과 인접해있어 다양한 문화가 만나고 충돌하고, 융합되는 곳이다. 이러한 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아픈 기억의 흔적들, 거대한 권력에 희생당하는 개인의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질문하는 전시였다. 지역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분쟁과 폭력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함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마이암 현대미술관(MAIIAM Contemporary Art Museum) 건물 외관과 전시전경

치앙마이는 과거 라마 왕조에서 내려온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가면서도,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 끊임없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문화유산과 예술을 대하는 방식 역시 전통 수공예를 존중하면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환과 시각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예술의 도시 치앙마이에서 자연과 함께 문화 예술을 즐기며 잠깐 살아보기를 권한다.

by
소나영 (nayeongso@daum.net)
Photo
ACC아카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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