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도시, 그 사이사이를 걷기》

2023 아시아문학포럼 리뷰

문학을 이해하지 않고 한 나라를 느낄 수 있을까? 그 나라의 언어로 쓰인 문학은 사회, 문화적 메시지로 전달된다 <아시아 도시와 문화, 젊은 작가들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2023 아시아문학포럼에 참여했다.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타이완의 아시아 인기 작가들이 사회자(이기호, 소설가)와의 대담으로 펼쳐 보인 아시아 여러 도시들의 서사가 생생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아시아문학포럼은 올해로 3회째다.

어떤 도시라고 해도

나의 첫 소설 『스태커블(Stackable)』은 일본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일본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일본의 한 회사를 배경으로 조직 체계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렸다. 나는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 건물을 모델로 삼아 소설을 집필했다. 이 소설에는 가부장적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며 여성으로서 내가 느꼈던 온갖 불편한 감정들이 담겨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를 고민했던 그 모든 시간이 녹아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도시라고 해도 같은 문제들이 반복된다. 작가로서 나의 사명 중 하나는 지금까지 가부장제 안에서 정상적으로 간주 되었던 것들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 마쓰다 아오코 Aoko Matsuda, 일본, 소설가 -

도시의 영혼

광주에 저녁 늦게 도착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대만과 비슷한, 그래서 익숙한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통해서 어떻게 도시의 영혼을 밝힐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연장선상에서 역사 소설을 다수 출판하는 것은 어떤 미로에 갇혀 잊힌 도시를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작가는 대만 예술과 음악계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설과 역사 작품 『약속의 땅과 포르모사의 춤』과 같은 소설을 집필했다)

정말 많은 아시아의 도시가 대만 곳곳에 스며 있다. 순수, 성숙, 유머, 검소, 초호화, 새로움, 전통의 가치관들이 하나가 되어 문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며 “나는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 주허쯔 Chu He-Chih(朱和之), 대만, 소설가 -

지금 : 빛나는, 아시아의 이름

최근에 노벨상, 오스카상 그리고 월드컵 등에서 아시아의 이름이 빛나고 있다. 세계가 아시아, 특히 아시아의 도시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나는 강하게 느끼고 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민주주의의 도시' 광주와 같은 정체성이 풍부한 현대 도시들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약속의 땅이다. 사람들은 종종 수도 하노이를 '평화의 도시', 서울을 '잠 못 이루는 도시' 뭄바이를 '발리우드 수도' 등으로 칭송한다.

아시아 도시들의 영혼에 숨어 있는 문화적 침전물들의 매력들 때문에 도시는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파도에 굽이치고 있다, 도시는 신진 작가들이 희망의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그 파도를 극복하고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는 황금 기회를 항상 제공한다.

- 레 꽝 짱 (Le Quang Trang), 베트남, 소설가 -

낯익은, 그러나 낯선 풍경

도시는 ’공간‘이라기보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이루고 또 사라져간,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 신비로운 그런 ‘이름’이다.

거대한 나무를 생각해 보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나무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겹쳐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광주를 나는 낯익고 정겨운 풍경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상무대 체육관을 가득 메운 수많은 시신의 모습, 그리고 생사를 모른 채 행방불명인 친구와 선후배들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라 나는 한시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는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나는 소설 쓰기란 살아남은 누군가가 그것들을 이야기로 걸러내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이라고 믿었다.

- 임철우, 한국, 소설가 -

이와 함께 ACC, 광주, 완주, 서울 등 곳곳에서 <함께 만나는 아시아 문학>을 주제로 강연과 문학기행 등 총 9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사전 행사가 열렸다.

채희윤(포럼 운영위원장)은 “세계 문학에서 아시아 문학의 자리를 정립하려는 단초를 찾는 것, 그것이 광주의 문학적 의의와 일맥상통한다는 점, 무엇보다 한국의 신진 작가들의 책이 번역되어 외부로 나간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편집인과 번역자,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이번 포럼을 통해 만나게 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아마도, 나는

도시는 ’공간‘이라기보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이루고 또 사라져간,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 신비로운 그런 ‘이름’이다.

아시아 문학에 집착할 것 같다. 사전 행사 참여 과정에서 알게 된 책들을 사서 책상 위에 쌓아 놓고 뿌듯해하고 있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작가 방현석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 (창비, 2003), 일본 근대 작가라고 해야 하나, 메이지 유신이 시대적 배경인 『나는 고양이로서이다』 (나쓰메 소세키, 열린 책들, 2009) 등 이렇게 나는 아시아를 읽는 중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야, 그렇다 이제야, 조금 알 듯하다”

우리 곁에 있었던 그렇지만 아득하게만 느꼈던 아시아 여러 도시들의 시간과 장소,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따듯하게 미세한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by
이유진 (npan211@korea.kr)
Photo
A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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