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CC 문화 ODA 키르키스스탄·라오스 초청 워크숍>

아시아 문화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연대의 길

맹렬하던 더위가 가시고 가을빛이 번져갈 즈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특별한 손님들이 방문했다. 키르기스스탄과 라오스의 박물관, 미술관, 문화부 담당자들로 구성된 초청연수단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국립역사박물관, 국립미술관, 프룬제 박물관, 유목민 문명센터, 술라이만토오 국립역사고고학박물관 등 대표적인 문화기관들이 총출동했다. 라오스에서도 국립박물관과 국립도서관, 루앙프라방 왕실박물관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ACC가 개관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아시아 문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이 또 하나의 결실을 보는 현장이다.

문화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디지털 문화자원 관리시스템 구축

ACC는 그동안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기치로 아시아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문화 발전과 교류에 힘써왔다. 대표적인 사업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디지털화하고 문화콘텐츠 관리역량을 강화하는 문화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2018년~2021년까지 미얀마 문화자원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마무리했고 지난해부터는 키르기스스탄과 라오스 두 나라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4개년으로 계획된 이번 사업은 각 나라의 ‘디지털 문화자원 관리시스템 구축 및 문화콘텐츠 개발 역량 강화 지원’을 목표로 한다. 사업은 올해 2년 차를 맞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어 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라오스에 ‘디지털 아카이빙실’ 개소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바탕 마련

지난해 11월 키르기스스탄의 국립역사박물관과 국립미술관에 이어 올해 4월 유목민 문명센터까지 문화자원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아카이빙실’을 개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라오스의 국립도서관과 국립박물관에도 ‘디지털 아카이빙실’을 구축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두 나라의 문화자원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디지털 관리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 이강현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지난 1년 반 동안 국제협력의 결과로 키르기스스탄 및 라오스 문화부가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자원 관리시스템이 개발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시스템의 안정과 활용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기에 이르렀는데요. 이번 초청 워크숍이 두 나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교육, ACC 투어, 질의응답, 토론 등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참여형 워크숍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초청 워크숍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이 아닌 각 나라의 참가자들이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주체적인 참여형 워크숍으로 펼쳐졌다. ‘디지털 아카이빙을 위한 사진 및 이미지 다루기(류선희 ACC 학예연구사, 최지현 작가)’, ‘박물관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에 따른 지적 재산권의 중요성(이철남 충남대학교 교수)’, ‘재미있는 박물관 만들기, 문화콘텐츠의 개발(김형근 전북대학교 연구교수)’, ‘문화콘텐츠 개발 방법론: 스토리 구성(오세미나 전북대학교 연구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이 어우러진 실질적인 교육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키오스크 도입을 통한 키르기스 문화자원관리시스템의 고도화 전략(박순철 CICS IT 이사)’ 강의는 키르기스스탄 박물관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또한, 키르기스스탄 국립역사박물관과 국립미술관, 유목민 문명센터 담당자들이 각 기관의 디지털화 현황 및 전망을 공유함으로써 현지 상황에 맞는 더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 알마쿠츄코브 케네쉬백 | 키르기스 프룬제박물관 관장

    “이번에 워크숍에서 많은 강의를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문화콘텐츠 개발 방법론:스토리 구성’ 강의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문화콘텐츠를 활용해서 어떻게 박물관에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수 있는지, 더 흥미롭게 전시를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소개해 주셔서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강의였습니다.”

교육과 토론의 중간중간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탐방의 시간도 주어졌다. 아시아문화박물관과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등 국립아시아문화전당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참가자들 모두 큰 호기심을 보였다. 70년 전만 해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전 세계에 K-문화콘텐츠를 전파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실감하면서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희망을 품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초청워크숍은 '함께 가는 아시아, 동행'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아시아문화주간 기간에 진행돼 한층 각별하게 다가왔다. 아시아공동체의 문화교류 열정을 담은 다양한 공연과 전시, 행사와 더불어 축제 분위기처럼 활기찬 워크숍이 이어졌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둘러보았는데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이사에바 지파르 | 키르기스국립미술관 그래픽부서장

    “ACC 투어를 하면서 전시를 둘러봤는데 습도나 온도가 너무 잘 관리되고 있고 전시 작품을 설치할 때 빛의 농도까지 고려된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베트남 전시 작품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키르기스 서사시 특별 전시도 3D 기술을 이용해서 활용한 점들이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나중에 우리 미술관에 가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아브디칼리코바 굴바라 | 키르기스스탄 술라이만 국립역사고고학박물관 관장

    “ACC를 둘러보면서 전당이 전반적으로 디지털화, 아카이빙 작업과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 돌아가서 동료들과 또 관련 실무자들에게 여기서 얻은 경험과 배움을 함께 공유할 계획입니다. 기대됩니다.”

아시아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되살리는 ‘마중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3박 4일의 워크숍을 마친 초청연수단은 서울에서 이틀 동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귀국길에 올랐다. ACC의 키르기스스탄과 라오스에 대한 문화 ‘공적개발원조’(ODA)는 앞으로도 많은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키르기스스탄 사업수행기관인 무형문화연구원이 키르기스스탄 현지를 방문해 역량강화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한다. 또한, 국립미술관에 키오스크 설치와 스튜디오 장비 설치, 프룬제 박물관과 술라이만 토오 국립역사고고학박물관의 디지털 아카이빙실 개소를 앞두고 있다. 라오스 역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자연·기록유산 등 국가적 자원을 디지털 형태로 관리,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실크로드를 품고 있는 키르기스스탄과 동남아시아의 숨은 보물 라오스. 이번 사업이 완료되는 2025년에는 두 나라가 간직한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자산이 세상 밖으로 나와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 마중물이 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노력과 정성도 한층 더 빛이 날 것이다.

  • 이비키에바 누르잣 | 키르기스 문화정보체육청년정책부 전문관

    “작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3개의 박물관만 참가했는데 현재 사업에 함께하는 박물관 수가 점점 늘고 있어서 키르기스스탄 문화 발전에 전반적으로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워크숍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는지 많은 도움과 배움을 얻고 갑니다. 저희 키르기스의 문화 발전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 주신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by
유연희 (heyjeje@naver.com)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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