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상호작용예술 연구개발> 창제작 워크숍

예술과 기술의 융합, 미래 예술을 마주하다

1826년 니에프스에 의해 세계 최초의 사진 촬영이 성공하고, 그 후 니에프스의 작업을 계승한 다게르에 의해 사진이 지속적으로 발전 하게 되자, 특히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영역에 갇혀 있던 당시의 회화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후 회화와 사진 사이의 논쟁은 19세기 이후 예술사의 큰 논쟁이 되었다.

독일 출신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발터 벤야민은 1936년의 저서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에서 “일찍이 사람들은 사진이 예술이냐는 물음에 많은 통찰력을 쓸데없이 쏟아 부었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이에 선행되어야 할 물음, 즉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예술의 성격 전체가 바뀐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은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비평한다.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과의 세기의 대국이 4:1 알파고의 승리로 돌아간다. 1997년 IBM이 만든 인공지능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이후 거의 10년 만의 일이지만, 이것은 인공지능이 이룰 세계사적 변혁의 조짐을 넘어선 엄청난 파장의 시작이 되었다.

이제는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시대가 되었다.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메타의 라마, 아마존의 베드록(Bedrock),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등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런 인공지능의 물결은 예술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미치고 있다.

2016년 칸 광고제 사이버 부문 대상은 넥스트 렘브란트(Next Rembrandt) 프로젝트에 돌아갔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렘브란트 미술관과 네덜란드 과학자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렘브란트 작품 300점 이상을 학습하여 새로운 렘브란트 스타일의 작품을 창작하였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 홈페이지 | https://www.nextrembrandt.com/

더욱이 2018년에는 럿거시 대학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AICAN에 의해 그려진 에드몬드 벨라미(Edmond Belamy)의 초상화가 세계적 경매회사 크리스피에서 432,500달러(약 5억 5천만원)에 팔렸다는 사실이다. 백 년 전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의 논쟁의 재현처럼, 이제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예술과 예술작품의 의미를 바꾸어 놓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광주 시민들에게는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문화창조원, 음악회,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예술극장, 어린이의 체험과 학습을 위한 어린이문화원 정도의 공간으로 대개 알고 있지만, 전 세계 창의적 인재의 네트워크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창제작센터(Arts & Creative Technology Center)의 역할도 수행한다. 결국 문화예술 공간의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예술가의 창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는 <ACC 상호작용예술 연구개발>도 그 연장선이다.

ACC는 건축적으로 수직적 공간이 아니라, 수평적 공간이다. 그래서 모든 전시장, 공연장의 공간들은 지하에 위치한다. 지하를 향하는 수많은 입구 중, 동명동에 면한 하늘정원에서 문화창조원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되면, 관람객은 에스컬레이터 천정에서의 현란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그날의 첫 예술적 대상으로 경험하며 입장하게 된다. 과거 광주비엔날레 행사의 일환으로 광주 시내 곳곳에 설치된 공공 폴리(Folly)가 일상의 도시 공간에 정적인 엑센트를 주었다면, 요즘 광주의 다양한 미디어월(Media Wall)은 도시 공간에 동적인 엑센트를 주면서 규격화되거나 뻔한 도시 공간에 활력을 높여준다.

이번 ACC 워크숍은 이러한 미디어월 혹 디지털 사이니지와 같은 곳에 채워지는 일종의 미디어아트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지금까지의 화가들이 붓을 가지고 물감을 캔버스에 칠함으로 작품을 완성했다면, 지금의 미디어아트 작가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롬프트를 타이핑하거나, 프로그램을 코딩한다.

생성형 AI 시대의 대표적 이미지 생성기 중 하나인 미드저니(Mid-Journey)는 내가 바꾸고자 하는 구체적 내용(화풍, 표정, 연령, 국적, 머리색, 화면 배경, 감정 등등)을 프롬프트로 타이핑만 하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 준다.

오픈프레임웍스(OpenFrameWorks)는 창의적 코딩을 위해 디자인된 프로그램 언어 C++을 기반으로 한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다. 미드저니같은 인공지능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이었다면, 오픈프레임웍스는 센서 카메라, 마우스, 마이크, 적외선 센서, 초음파 센서 등과 같은 물리적 장치들을 연결하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여태껏 예술가와 기술자의 영역은 다르다 여겼다면, 이제 인공지능은 예술가와 기술자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얘기해도 좋을 것 같다. 르네상스 형 인간의 전형이라 말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바로 기술자이자 예술가였던 것처럼, 예술은 기술과 멀지 않았다. 이백년 전 사진이라는 기술이 등장하여 예술사를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이제는 ChatGPT에 의해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 또한 예술의 의미를 확장하고, 예술가 역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붓질을 하든, 조각을 하든,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코딩하는건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다.

 

by
구태오 (rnxodh@naver.com)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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