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산마을과 바다마을

주목할 아카이브

물은 아래로만 흐른다.
무엇을 만나든지 자기를 굽히고 바꾸며
그것과 섞여 새것을 만들어 낸다.

안개와 산으로 이루어진 마을,
베트남의 사파는 계단식 논으로 유명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담아야 하기에
겹겹이 수평의 길을 만들어 논농사를 시작했다.
마냥 아래로 흘러가던 물은
인간의 무거운 땀방울과 만나 생명을 길러낸다.

베트남 산악지대 소수민족의 거주지 사파의 다랑이논.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아시아의 도작 문화와 의례

물은 계곡과 들판을 지나 바다로 내려간다.
모든 물이 바다로 모이는 까닭은
바다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용(하룡下龍) 이라는 뜻의
하롱 베이Hạ Long Bay는
바다가 광대한 석회암을 조각품처럼 깎아 만든
크고 작은 삼 천여 개의 바위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오득 Dao Duc (베트남, 1928-2007), 하롱 베이와 혼가이 부두, 1960, 실크, 157x35.5cm
전시 『몰입미감, 디지털로 본 미술 속 자연과 휴머니즘』

베트남의 인민 작가 타오득은
영화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하롱 베이의 장엄한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표현한다.
바다를 따라 수평으로 넓게 펼쳐진
와이드 스크린 같은 이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겹겹이 포개진 다채로운 삶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 부두 근처에는 유명한 혼가이 탄광이 있다.
    야적장에서 크레인이 석탄을 퍼 나른다.
  • 차와 사람들이 함께 거리를 오간다.
  • 낚시꾼들의 어획을 막는 어장과 팜비치.
    물 위에 작은 배들이 평온하게 열을 지어옹기종기 모여 있다.
  • 배와 어부와 노동자가 살던 마을.
    석회암 산이 집들을 보호하는 담처럼
    바다에서 높이 솟아올랐다.
  • 산기슭까지 뻗어 올라가 촘촘히 붙어있는
    집들에는 선원들이 살았고, 그 뒤에는
    신성한 탐이 서 있다.

하롱 베이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가며 변하기 마련이지만,
하롱 베이와 혼가이 부두 속 삶의 모습은
하롱시 시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사랑받는 이야기로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고요히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의 아래에서 세상을 품는다.*

* 참조도서: 노자 원전·오강남 풀이, 『도덕경』 , 현암사

  • 전시 몰입 미감, 디지털로 본 미술 속 자연과 휴머니즘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과거의 서정성을 간직한 근대 아시아 미술 작품들을
    디지털 미디어 융복합 기술을 통해 선보이는 몰입형 실감 전시를 선보인다.
    https://url.kr/oh1lvn
  •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아시아의 도작 문화와 의례
    [바로가기]




by
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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