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동시대 예술과 AI의 공존

미술사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원근법의 발명은 2차원의 평면에 공간감과 깊이감을 부여하여 대상을 더욱 실제와 똑같이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그리는 방식’을 넘어서 세계를 더욱 투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1839년 카메라의 발명은 미술사에서 하나의 혁명과도 같았다. 예술가는 카메라와 싸워 대상을 카메라보다 더 정확하게 그리려고 힘쓰거나, 카메라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현실 세계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을 그만두고 회화만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이후 예술의 패러다임을 변화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흐, 세잔, 피카소, 모두 카메라의 발명 이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 예술가다.

chatGPT 등장과 미드저니의 이미지 생성

2022년 11월 30일 chatGPT의 등장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chatGPT는 Open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으로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 언어 모델) GPT-3의 개선판인 GPT-3.5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곧바로 성능이 더 좋아진 다음 버전 GPT-4가 나왔다. 이전까지는 컴퓨터에 명령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야 했지만,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어를 사용할 수 있고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며, 대화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여 답을 내놓는다.

생성형 AI1)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명령어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스스로 이해하고 주어진 데이터로 학습하고 활용하여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의 형식의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낼 수 있다. 생성형 AI는 글쓰기 영역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달리(DALL-E), 노벨AI(NovelAI),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Midjourney) 등 AI 이미지 생성프로그램으로 고퀄리티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해외의 어느 게임회사 3D 아티스트는 미드저니v5 출시 이후, 상사가 미드저니로 작업할 것을 지시하여 자신의 업무가 달라졌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3D 아티스트가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키는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결과물을 더 보기 좋게 구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결과물도 자신이 직접 만든 것보다 미드저니로 생성한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혼란스러워진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창작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하는 일인데, 이것은 인간만이 가능한 것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그 믿음을 깨고, 이제 인간의 영역을 넘고 있다.

이전에 우리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그림 그리는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바로 ‘콩고’라는 침팬지가 그린 추상표현주의 스타일의 그림이 경매에 올랐고,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던 일이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침팬지가 그린 그림은 인간이 그린 것과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AI가 그린 그림이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전자는 ‘동물이 그린 그림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게 한다면, 후자는 ‘AI가 인간만이 가진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인간을 인간이도록 하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가장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을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예술가의 작품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볼 만한 틈도 없이, 2022년에는 미드저니로 생성한 이미지가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아트 분야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라는 작품이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 1위 수상장,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âtre D'opéra Spatial)], (출처:Discord)

이 사건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생겼다. 일부는 기술을 활용한 그림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 예술가는 AI가 그린 그림으로 우승한 것을 두고 명백한 부정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그림을 출품한 앨런은 작품을 제출할 때 미드저니로 작품을 생성했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미술대회 관계자는 대회 규정에 따라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편집 등의 예술 행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예술가가 제작한 작품을 구분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구분하지 못한다’라고. 앞으로 AI로 만든 수많은 이미지가 쏟아질 것이고,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필자가 AI로 생성한 ‘여성 초상화’ 이미지 (뤼튼 wrtn 사용)

‘예술작품을 눈으로 식별 가능한가’라는 문제는 비단 지금의 이야기만은 아니며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미술사에서 앤디 워홀 作 <브릴로 박스>(1964)의 등장은 실제 사물과 예술작품을 지각적으로 식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했다.

1964년 워홀은 세제를 묻힌 수세미가 담겨 있는 상품 브릴로 박스를 똑같이 제작하여, 브릴로 상표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똑같이 찍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판매될 때 놓여있는 방식 그대로 미술관 전시장에 쌓아두었다. ‘상품 브릴로 상자’와 ‘작품 브릴로 상자’는 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외형적으로 동일하지만, 그 둘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즉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별 짓는 것은 우리 시각 너머에 있으며, 철학적 인식의 개입이 필요함을 철학자 아서 단토(Arthur Danto)가 말한 바 있다.

이제 동시대 예술로 돌아와 보자. 문제는 작품을 보고 예술가가 만든 작품인지 AI가 생성한 이미지인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 앞으로 예술이 혹은 예술가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ndy Warhol, Brillo Boxes, 1964 (출처:WIKIART)

AI가 만들어내는 영상작품 :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Unsupervised(비감독)’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AI가 생성한 작품이 전시됐다는 사실은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 생각된다. 레픽 아나돌의 ‘Unsupervised(비감독)’이라는 작품으로, AI에게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13만여 점의 근현대 작품을 학습시켜 만든 영상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쳐온 MoMA 컬렉션의 예술 작품을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해석하고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어디엔가 존재했을 법 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미지들이 살아있는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인다. 이것을 기획한 레픽 아나돌도 결과물에 대해서 예측할 수 없다.

이 전시에서 작품을 제작한 주체는 누구인가? 레픽 아나돌인가, AI인가? MoMA와 레픽 아나돌 모두 ‘Unsupervised(비감독)’이라는 작품의 작가를 레픽 아나돌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마르셀 뒤샹이 레디메이드(기성품) 남성용 소변기를 ‘선택’만 했을 뿐이지만, ‘샘’이 예술작품임을 알고 있다. 제작을 예술가가 직접 하든, 공장에 맡기든, AI가 그것을 대신하든 그것이 누가 만든 것인지는 변하지 않는다.

레픽 아나돌은 AI를 하나의 도구 혹은 예술 재료로 사용하며, 기계가 오랜 시간 축적된 미술 정보를 가지고 200년의 현대미술의 역사를 어떻게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을 창작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의 관심은 인간이 엄격하게 모니터링 하지 않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다. 이것이 예술 제작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음을 실험하고 있다.

그는 작품을 제작할 때 AI에게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세부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학습시켜 새로운 결과물을 얻는 방식을 취한다. 이것은 AI가 예술가의 손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머리까지도 일정 부분 대신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예술작품을 생성하기 위해 AI에게 어떤 정보를 학습시킬지를 결정하고, 결과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어떤 맥락에서 해석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이것을 기획, 감독하는 것은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이제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까?

예술가들은 카메라가 발명되었던 그때처럼,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AI를 학습시켜 예술의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이용하는 감독자로서의 예술가가 될 것인가, AI는 불가능한 인간만의 영역을 찾아내는 예술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예술가가 될 것인가.

1) 생성형 AI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명령어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스스로 이해하고 주어진 데이터로 학습하고 활용하여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의 형식의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낼 수 있다.
by
소나영 (nayeongs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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