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할 때 가장 나답게 설렌다

ACC 브런치콘서트 <다니엘 린데만 콰르텟>, 다니엘 린데만과의 인터뷰

지난 7월 다니엘 린데만 콰르텟의 ACC 브런치콘서트가 있었다. 두 달 전 티켓을 열자마자 전석 매진되었다. 독일 출신 방송인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린데만, 색소포니스트 최경식, 베이시스트 김헌호, 드러머 김영민이 함께하는 퓨전 재즈 콘서트이다. 특히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차분하고 논리적인 언변과 한국의 역사,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방송인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다니엘 린데만을 깊이 발견하게 된 시간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7년부터 꾸준히 발표해 온 다니엘 린데만의 자작곡들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편곡한 다양한 곡들을 함께 활동하는 밴드와 함께 선보였다.

7월 25일, 리허설을 막 마친 다니엘 린데만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결국은 모니터 없이 즉흥으로 가기로 한 그와 멤버들은 활짝 갠 얼굴로 리허설을 마무리했다. 피곤하고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가 불편할 수도 있는데도, 그는 예의 바르고 적극적으로 응해 주었다. 그는 보통의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섬세하고 품격있게 구사한다. 그 말을 하는 태도와 내용, 소통 방식이 바로 앞에 있는 상대방을 배려하며 듣기에 오롯이 집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통해 얻는 내면적 소통처럼, 대화가 일어나는 즉흥의 순간에 대해서도 열려있음이 틀림없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다니엘 린데만의 음악 세계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나누었다.

  • 피아노를 배우게 된 계기와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서 활동은 언제,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5~6살 때부터 할머니에게 리코더를 배웠습니다. 당시 엄마, 이모, 삼촌은 모두 취미로 악기를 배워서 온 가족 함께 연주하곤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전문 오르가니스트셨고 지금은 돌아가신 큰삼촌이 피아노를 하셨는데, 삼촌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그 이유는 삼촌이 연주 중에 웃긴 표정을 지어서 정작 저는 리코더 불다가 웃느라 연주를 망치곤 했었거든요. 연주하면서도 웃긴 표정을 짓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너무 부러워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엄마에게 부탁했었죠. 그렇게 해서 10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후, 선생님이 당시 우리 도시의 가장 큰 성당 오르가니스트이셨던 저의 할아버지처럼 오르간을 배우면 좋겠다 하셔서, 파이프 오르간을 본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취미로 해왔지만, 방송 활동하는 동안 오르간, 피아노 치는 게 그리웠어요. 그러던 중 조그만 피아노를 사 집에서 연주하고 이루마 음악 등을 들으면서, 저도 제 음악, 저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2016년 경이었는데, 좀 더 음악적으로 발전하고 싶어서 그로부터 재즈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었죠. 재즈는 파고들수록 재즈의 매력에 더 빠져드는 것 같아요. 재즈는 일면 현대미술과 비슷해서 알면 알수록 그 매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로서 본디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만, 연습을 통해서 제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에요. 제가 몰랐던 화음의 세계, 박자의 세계라든지, 견문을 많이 넓혀갈 수 있어서 공부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피아노와 파이프 오르간은 어떤 다른 매력이 있나요?

    같은 건반 악기라 해서 같게 보일 수 있으나 매우 달라요. 파이프 오르간은 보통 악기의 왕비라고 불리는데 이 악기 하나만으로도 오케스트라 하나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웅장하고 거창한 매력이 있어요. 파이프 오르간은 멀티태스킹이 되어야 하는데 왼손, 오른손, 발, 음색도 조절해야 하고, 미사 할 때는 반주하며 노래도 해야 하거든요. 파이프 오르간은 음을 내는 원리가 달라서 제가 키 하나 건반 페달 누르는 동안 음이 똑같이 계속 나와요. 하지만 피아노는 망치가 현을 치니까 다이내믹하고 섬세한 소리,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죠.

  • 이번 콘서트에서 연주할 곡 중 자작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끼는 곡과 그 곡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번 공연에서 저의 자작곡들도 소개하고, 저희 팀만의 느낌으로 편곡한 대중적인 곡들도 함께 연주합니다.

    자작곡 <And She Said Excuse Me>와 편곡한 <꽃으로 그린 그림> 두 곡은 제가 무척 아끼는 곡입니다. <꽃으로 그린 그림>은 한국의 전통 가곡인데요, 많이 알려진 가곡 <그네>를 작곡한 금수현 선생님의 곡을 재즈 버전으로 직접 편곡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나라 한국에 대한 애정 표현이기도 하고, 길고 잔잔한데 여러 감정을 주는 곡이기도 하죠. <And She Said Excuse Me>는 개인적인 연애 관련 에피소드가 있어요. 상대방이 처음으로 저에게 독일 말로 “실례합니다만, 사진 하나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말을 걸어왔을 때, 그 순간이 매우 특별한 느낌으로 기억되어, 그 순간을 포착한 곡입니다.

  • 다니엘 린데만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와 영향받은 아티스트도 소개해 주세요.

    요즘 재즈에 몰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즈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현재는 재즈에서 많이 배우고 있고 거기서 배운 것들을 다른 음악 장르에도 적용할 수 있어 즐거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뉴클래식, 대중가요 등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해요. 음악 자체가 다채롭고 하나의 가족이기에 장르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감동이나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각자가 영향받은 아티스트는 다양하니까요. 최근 재즈계는 브래트 맬다우, 얼마 전 돌아가신 칙 코리아, 키스 재릿, 그리고 이루마, 히사이시 조, 양방언 씨도 좋아하고 그 음악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로 매우 유명해진 미국밴드 피아노 가이즈도 있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을 피아노로 편곡하여 유명해진 분입니다. 메인이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인 분인데 최근에 그분들의 연주를 매우 흥미롭게 봤었습니다.

  •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 방송인으로서 활동하는 것과 음악 한다는 것이 어떻게 다르고, 음악을 한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방송도 방송대로 재밌고, 그 분야에서도 발전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피디의 기획과 편집에 따른 ‘이미지’ 면이 있죠. 그러나 음악은 음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인데, 음으로 자유롭게 나다운 모습을 비출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개인 의견도 들어있지만, 오직 나만의 모습은 아니에요. 하지만 음악은 제일 솔직한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또 우리가 연주하는 곡은 즉흥 연주가 많아서 연주 때마다 매번 다르고 새로워요. 그 자유로움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매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저는 그 부분이 오히려 즐거운 것 같아요. 연주자들과 매번 소통하는게 새롭고, 나에게 몰랐던 즉흥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이 개인적으로 매우 즐겁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은 것 같아요.

  • 작곡을 꾸준히 하고 계시는데요.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연주와 다른 작곡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곡은 기술과 감성이 같이 손잡고 가는 것입니다. 현대는 연기라든지 음악·미술이라든지 모든 예체능이 기술과 감성이 손잡고 동반자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감성이 앞서고 기술과 전문지식이 부족했어요. 지금은 기술적인 전문지식을 키워나가며 제 감성과 결합하여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연주는 그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기대했던 것보다 안 나오는 경우도 많아 업앤다운이 많은데, 작곡은 집에서 혼자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만들어 갈 수 있는게 좋아요. 현악기 편곡에 관해 공부하고 있는데 여기서 배운 것을 새로운 곡에 녹여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는 마치 제 아기가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아이가 없지만, 아이 있는 작곡가들이 말씀하시길, 신곡 낸 느낌이 아기 탄생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음원이 나오면 사라지지 않으니.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만의 이야기로 음악으로 살아있을 테니, 미술작품과 책이랑 비슷한 거죠.

  • 광주라는 도시에 와 본 적 있나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하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광주에 여러 번 왔었습니다. 몇 년 전에 구 전남도청 앞에서 5·18 역사 관련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독일 사람 관점에서 광주에 애정이 가는 게, 5·18민주화운동을 독일 방송국을 통해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알린 사람이 독일 출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이다 보니, 독일 사람으로서는 뿌듯하고 감사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또한, 독일 사람들은 5·18민주화운동을 자주 언급합니다. 아무래도 독일과 한국이 같이 공유하는 역사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동독에서 1953년에 비슷한 사태가 있었고, 독일도 분단 시절이 있었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의 아픔을 문화 예술로 치유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음악 관련하여 가장 좋아하는 빅터 후고의 명언이 있습니다. “음악이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한다.” 음악은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어쩌면 하나의 평화의 수단이라는 거죠. 그래서 더욱 광주 ACC에서 공연하게 되어서 기쁘고, 감사해요. 이 콘서트를 통해 많은 분이 즐겁고 기분 좋고 힐링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최근 본인을 가장 설레게 하며 기쁨을 주는 계획이 있다면요?

    연주들이 올해 많이 잡혀있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윤성 피아니스트와 피아노 두 대로 하는 <포핸즈 피아노> 서울 공연이 있었어요. 저희도 너무 즐거웠고 관객들 반응이 좋아서, 가을에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공연이 계획되어 있어요. 요즘은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설레는 거 같아요. 열심히 준비하여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ACC 브런치콘서트는 2016년 시작한 이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좋은 공연을 보고, 브런치를 한다는 콘셉트이다. 서울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여 연간 티켓 구매 등을 선호하는 고정 관람객층이 형성되었다. 오는 8월에는 <대니 구의 로맨틱 바이올린>이, 9월에는 <임현정의 댄싱 바흐 렉처 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누리집 ACC 브런치콘서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by
천윤희 (uni94@hanmail.net )
Photo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공감 링크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