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록자의 모임>: 무심코·우연히, 광주 다르게 읽기

《걷기, 헤매기》 전시 연계 프로그램

우리가 스쳐 지났거나 머물렀던 모든 것들은 언젠가 사라진다. 하지만 구체화하여 기록하여 남기면 기억의 장소가 된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마주친 풍경은 어쩌면 우리 내면과의 마주침 아닐까. 본다는 행위는 보는 사람의 욕망과 지향, 현실 인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과 그것으로 드러나는 나 자신의 반응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시 기록자의 모임 : 도시 기록자의 물건으로 광주 읽기’ 워크숍

‘도시 기록자의 모임 : 도시 기록자의 물건으로 광주 읽기’ 워크숍에 참여했다. 나만의 시선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고 기록해보자는 의미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문화정보원 특별열람실(B4)에서 개최했다.

이경민 ‘서울 수집’디렉터의 ‘어쩌다 서울 수집’ 강연에 이어 이날 한자리에 모인 스물두 명의 참가자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 기록지, 봉투, 연필, 마스킹테이프 등으로 구성된 ‘도시 기록자의 물건’을 손에 들고 ACC 인근 다섯 동네 곳곳을 산책했다. 그 여정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음에 담은 풍경을 수집하고 기록했다.

전시되어있는 일회용 카메라, 기록지, 봉투, 연필, 마스킹테이프
동네별 현장실습 가이드지가 제공 중

좌) 일회용 카메라, 기록지, 봉투, 연필, 마스킹테이프 등 <도시기록자의 물건>들이다. 워크숍 참가자가 아니더라도 ACC 상품점에서 언제든 구매 가능
우) 기록에 앞서 알아두면 좋을 동네별 현장실습 가이드지가 제공됐다.

쿠스미 마사유키는 말했다.

‘TV나 잡지에 나온 곳을 찾아가는 산책은 산책이 아니다.
이상적인 산책은 ‘태평한 미아’…. 라고나 할까’

- <우연한 산보> 중에서 -

‘도시 기록자의 모임 : 도시 기록자의 물건으로 광주 읽기’ 워크숍
‘도시 기록자의 모임 : 도시 기록자의 물건으로 광주 읽기’ 워크숍

참가자들은 궁동, 동명동, 서남동, 서석동, 장동 등 다섯 동네마다로 흩어져 되도록이면 목적성 없이, 무작정 걸으며 나도 모르게 마주치는 우연성, 즉흥성에 기대어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기준으로 바라본 풍경을 사진에 담았고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런 다음 다시 처음의 만남 자리 문화정보원 특별열람실로 되돌아와 기록한 사진들, 이야기를 공유했다.

#사소한 아름다움 #알아채기

김윤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오래된 ‘구두 수선’이란 손글씨를 보고 한글 간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예술길 사진관은 한글이 아름답네’. 골목으로 접어드니 글씨체가 예쁜 ‘시우’, ‘여긴 작가님 작업실일까?’ 그리고 또 걷다가 만난 ‘소소’, ‘속삭이는 마당이란 의미일까?’ 생각했어요. 예술의 거리 간판 곳곳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박채현
주택과 주택 사이에 ‘틈’이 있었어요. 막혀 있는 골목이었어요. 다른 때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오래 바라보았더니, 빛이 들어오는 정도에 따라 아늑한 느낌, 오랜 시간의 향수가 느껴졌어요.

박수현
걷다 보면 지칠 때가 있잖아요. 식당 입구 벽면에 적힌 문장이 내게 괜찮기를 바라는 안부를 전했어요. 그걸 보며 생각이 났어요. 글씨 풍경을 기록해 볼까? 길바닥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이 나타났어요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듯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동명동이 카페거리라는 게 떠올랐어요.

김지현
우리는 궁동이다, 장동이다 동네를 구분하지만, 새들은 그러지 않잖아요. 도시에 대한 공용자원, 늘 그런 공간들, 마음들이 필요하잖아요. 새들, 빠르게 지나가는 고양이들, 벌들이 배제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잘 지내고 있나?”를 생각하며 그런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기록했어요.

모든 풍경은 변한다. 똑같은 풍경이란 없다. 보는 사람의 관점, 가치관, 배경지식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펼친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 새롭게 바라보려는 용기, 사소한 아름다움에 대해 두근거리는 마음의 여백 아닐까?

이번 워크숍은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에 담긴 의미를 탐색하는 <걷기, 헤매기>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며 “앞으로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관련 도시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박민우, minu@accf.or.kr)”고 말한다.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관 3, 4관에서 9월 3일까지 계속된다.

‘서울수집’ 이경민 디렉터 인터뷰

  • ‘서울 수집’ 주로 언제 시간 내시나요?

    세무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나만의 관점으로 서울을 바라보고 기록을 통해 콘텐츠의 연결성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처음엔 재개발이 진행된 곳의 건물 모습을 사진에 담다가 비어있는 공간에서 주민들의 살았던 흔적을 발견하면서 점점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주민등록등본, 보험 서류, 사진 앨범 등 개인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것들도 많이 있었어요. 처음엔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이 나와는 별개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점점 언젠가는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수집하러 출발 전에 무얼 준비하면 좋을까요?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요. 그리고 책이나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를 너무 많이 하지 않기를 바래요. 저는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궁금한 것 생기면 그때부터 ‘파기’ 시작해요. 그래야 나만의 도시 풍경 보기가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무작정 걸어보고 그런 다음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자기만의 풍경 만들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 이경민은 지도에 없는 길을 걸으며 도시의 이면을 탐색하자는 기치 아래 도시 아카이브의 관점을 바꾸는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by
이유진센터장 (npan211@korea.kr)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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