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쿠비쉬와 함께하는
<Electrical Walk> 워크숍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 <듣기의 미래-도시> 현장을 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의 연구 테마 <듣기의 미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의 동시대적 정체성을 연구하는 국제 예술 창제작기관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참여자들이 연구(Research) - 창작(Creation) - 제작(Production)의 단계를 수행하는 데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화합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통합적인 플랫폼의 역할을 지향한다. 이런 맥락에서 ACC 레지던시는 문화전당의 중점적 창제작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마다 가장 시의성 있는 의제들을 점검하여 연구 주제로 선정하고 있다. 주제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화시키고 시도·실험의 과정을 거쳐 쇼케이스에서 그 내용을 선보인다. 또한 창작환경을 제공하는 작가지원 성격의 레지던시를 넘어, 생활 ∙ 창작 ∙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예술 언어를 제시하는 다양한 ACC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한편 사운드아트랩은 융복합 콘텐츠 중 소리를 매체로 하는 예술적 표현을 집중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다양한 형태의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당의 청각을 위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한다. ‘듣기의 미래-도시’를 주제로 한 레지던시와 사운드아트랩의 모든 과정과 결과 등 전당의 교육·전시사업과 연계하여 콘텐츠를 제공함으로 전당의 창제작 선순환에 기여하게 된다.

2023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ACC 사운드아트랩과 협업하여, 사운드스케이프 장르를 통해 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연구하고 미래를 탐색한다. 이번 7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된 제3차 창작지원프로그램 <일렉트로닉워크 Electrical Walk>는 <듣기의 미래> 프로젝트에 합류한 레지던시 참여 8팀(7인, 팀 2인)의 연구자, 예술가들과 ACC사운드아트랩 연구원 4명 등이 참여하여 ‘도시’를 세부 주제로 워크숍에 참여했다. 워크숍 이후에는 ACC사운드랩 특별강좌 <듣기의 미래:도시>를 마련, 김석준 영국 스코틀랜드 에버딘 대학 전자음악 및 사운드 아트 교수, 멜레 야모모 네덜안드 암스테르담 공연, 퍼포먼스, 사운드 스터디 조교수, 크리스티나 쿠비쉬 사운드 설치 및 전자음악 작곡가의 강연과 토론을 통해 작가 및 일반 대중들에게 사운드 아트에 관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1세대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쿠비쉬와 함께하는
<Electrical Walk> 워크숍

이번 <Electrical Walk> 워크숍은 2003년 크리스티나 쿠비쉬가 도시 공간에서 들리지 않는 전자기장의 소리를 특수 헤드폰을 통해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이래, 전 세계 75개의 도시에서 진행됐다. 이번 광주 워크숍에는 베를린 기반의 사운드 아티스트인 에키 귀터(Ecki Güther)가 협업하여 진행하였다. 1세대 사운드 아티스트인 크리스티나 쿠비쉬는 1948년생으로 베를린, 파리, 자르브뤼켄, 옥스퍼드 등에서 오디오 비주얼 교수를 역임했으며, 전 세계 각국에서 작품발표와 다수의 어워드를 수상해왔다.

<Electrical Walk> 워크숍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장을 오디오로 변환해 주는 특수 제작한 헤드폰을 쓰고 도시의 여러 공공장소 등을 걸어 다니며, 도시의 전자기장 소리와 상호작용하는 전혀 다른 사운드스케이프1)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여러 도시에서 진행하며, 사운드 아카이브를 축적해 왔는데, 그중에는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운드도 있다고 한다. 작가는 워크숍 전날 헤드폰을 쓰고 광주 도시를 걸으며, 도시에 관해 많은 걸 발견했다. 이 워크숍 사전에 수행한 일렉트로닉 워킹을 통해 작가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지도가 작가에게는 악보와 같다고 했다. 비록 작가가 악보를 제시하더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작곡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걷는 방식, 서는 장소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운드 맵 자체를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는 사운드를 보고 싶어서 녹음하기도 한다고 했다.

듣는 방식의 변화, 전자기장 사운드를 들으며, 도시를 걷다

작가는 첫날 작가의 기존 작업과 워크숍을 소개하며, 도시의 보이지 않는 존재, 그러나 존재하는 전자기장의 소리를 듣는 법을 새롭게 인식하기를 요청했다. 특별한 사운드를 찾는 것이기보다는 그냥 계획 없이 들어보는 것으로, 그녀가 이끄는 대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정해진 장소를 찾아가 특수 헤드폰을 사용하여 전자기장의 소리를 들어보는 체험 실습을 진행했다.

헤드폰을 쓴 작가들이 움직이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다. 이동하는데 지나가는 이들, 지하철 이용자들, 역관계자 등이 궁금해하지만 다가오지 못하는 시선을 내내 느낀다. 참여한 20여 명의 작가와 연구자들은 지하철을 타고, 플랫폼의 다양한 전자기장들, 금남로5가역에 내려 큰 전광 광고판의 소리를 들었다. 우리에겐 익숙한 전자 광고판들의 전자기장 소리는 동일하지만, 작가가 우리를 이끈 광고판의 소리는 전혀 달랐다. 파도가 일순간 밀려오는 타격감 있는 소리라고 할까. 작가가 발견한 이 특별한 소리의 주인인 전광판의 소리가 다른 이유는, 이 전광판이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하상가를 건너 충장로로 들어와 상가로 들어갈 때 보안시스템 통과 시 나는 소리를 채집 후, 충장우체국 안으로 들어가 ATM 소리를 들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끈 곳은 오래된 공용 주차장의 지하 2층 전기차 충전소였다. 보통 전기차 충전소와 달리 매우 리드미컬한 전자기장 사운드가 들리는데, 그 이유는 이 기기가 매우 오래된 것이어서 최근 것들과 다른 소리가 난 것이다. 작가가 말하길, 전자기장의 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도시의 사회 경제 구조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작은 상가의 보안시스템 소리와 명품샵들이 즐비한 쇼핑 공간에의 전자기장 소리는 다르단다. 명품샵은 훨씬 많은 보안시스템과 보안요원들이 갖춘 관련 무전기 및 보안 관련 용품들의 소리가 섞여서 복잡해진단다.

도시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 전자기장 소리를 채집하여 작곡하다

이후 참여자들은 전당 인근 정해진 장소를 개인 또는 팀이 다시 찾아가 특수 헤드폰을 사용하여 전자기장의 소리를 들어보고, 움직임을 통해 변화하는 소리를 헤드폰과 녹음기를 연결하여 녹음하여 작곡 혹은 작품화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2일간의 워크숍은 결과물을 생산해 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각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하며, 마무리하였다.

한 작가는 자신이 녹음한 전자기장 소리 들을 혼합하여 작곡한 곡을 선보였다. 한 작곡가는 숨겨져 있는 사운드에 대한 발견한 것이 큰 유익으로, 본인이 음악을 만들 때 전자기장 소리는 사용하지 않는 소재였지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쓰고 싶은 다양한 소재의 사운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계 사운드에 대한 인식과 함께 작업에 발전적인 영감이 되었다고 했다. 끊임없는 소리에 피곤함을 느꼈다는 한 참여자의 말에 작가는 리서치하면서 집중하여 많은 숨겨진 소리를 듣고, 일반적인 소리와 다르다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역으로 일렉트로니컬 사일런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광주라는 도시는 일렉트로니컬 사운드 밀도가 높은 도시라면서, 광주에서 일렉트로니컬 사일런스가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작가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와 작가의 만남, 워크숍을 통해 창조적 영감을 받다

레지던시 참여 작가인 메튜 깅골드(호주)는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배움은 크리스티나 쿠비쉬 작가 존재 자체로부터 받은 영감과 에너지였다고 했다. 전자기장 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후배 작가로서 크리스티나가 이 분야에서 아주 오랫동안 작업하며 끊임없이 창조하는 작가로서 존경스럽고, 기술적 스킬 뿐 아니라 창조적 호기심을 갖도록 독려해 주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갖고 감각 탐구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만남 같은 창조적인 영감을 주었고, 작가와의 워크숍 그 자체가 매우 흥분되는 에너지로서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워크숍이 당신의 작업에 어떤 영감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이번 워크숍은 우리가 기술과 ‘마법 같은’ 관계를 맺는 환경 속에서 이미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전자기장 도시의 소리 듣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나의 앞으로의 작업에도 영감을 주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레지던시 결과 발표 전시는 2023.11월 10일(금) ~ 11.30(목)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ACT 스튜디오 일대에서 진행된다. 사운드아트랩은 향후 워크숍과 해외필드트립 등을 통해 전시 및 공연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며, 향후 전당 내 상설전, 기획전, ACT 페스티벌 등에서 선보인다.

1) SoundScape, 소리의 풍경화. 소리의 Sound와 풍경의 Landscape의 합성어이다. 자연적인 그리고 환경적인 소리들, 다른 말로 ‘소음’을 녹음하고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by
천윤희 (uni94@hanmail.net)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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