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라는 유토피아

ACC웹진 도시문화 주제칼럼

이 글은 2023~2024년 ACC 핵심 테마인 ‘도시문화’와 몇 가지 키워드로 동시대 예술 현상을 읽어보려는 시도이다.
그 세 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현재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시되는 미래도시에 대한 대안들을 살펴보고, 더욱 번영하는 도시와 소멸하는 도시, 양 극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생각해본다. 한 도시 안에서 극단적인 도시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는 김경숙의 사진 작업은 도시에 대한 우리의 열망과 불안을 보여준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생성되고, 성장하고, 소멸한다. 산업혁명 이후 아시아의 도시는 수없이 생겨났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도시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더 좋은 도시로 가려는 사람들의 열망은 이러한 도시의 변화를 더 빨리 앞당기고 있다.

#첨단의 끝을 달리는 도시

‘네옴시티’ 트로제나  출처 https://www.neom.com/en-us

사우디아라비아의 2030 친환경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건립 계획 소식은 우리의 상상을 어디까지 재현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생각해보는 사건이었다. 네옴시티는 혁신기술과 지속가능성을 모토로 내세운 미래도시다.

‘네옴시티’의 뜻은 새로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미래를 뜻하는 아랍어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합친 이름이다. 계획에 따르면, 이 네옴시티에는 친환경 주거 상업도시인 ‘더 라인’, 팔각형 구조의 최첨단 산업도시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가 조성된다. 그중에서도 ‘더 라인’은 500m의 높이의 초대형 건축물 두 채가 마주 선 채로 길이가 170km에 다다르도록 한 초대형 도시이다.

#사라지는 도시 : 도시의 위기와 대안

한쪽에서는 최첨단 미래도시가 설계되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도시의 위기를 마주하게 하는 원인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은 오랜 도시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인식되던 대도시들은 이제 ‘지속 가능한 도시’, ‘저탄소 도시’, ‘생태 도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 비롯된 위기인 ‘코로나19’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경쟁력 있고 효율적이라는 믿음을 깨뜨렸다. 대도시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있으면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러한 변화는 미래도시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는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 맺을지에 대한 고민을 도시적 맥락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이때 생겨난 미래도시에 대한 여러 실험 중 하나로, 이전에 있었던 ‘공유도시’라는 도시 개념이 재조명되었다.1)

또 한 가지의 위기는 조금 다르다. 소멸 도시. 이것은 도시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아니 사라질 것이라는 문제다. 일본과 한국은 이러한 소멸 도시의 위기를 앞두고 있다. 실제로 국내 언론에서도 중소도시 77곳 중 18곳이 소멸 위기이며, 향후 10년이 골든타임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도시의 소멸에 대한 대안으로 작지만 단단한 도시인 ‘강소도시’가 제안되고 있다. ‘강소도시’는 작지만 강력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써 다른 도시들과 네트워크 연결망으로 이어진 진입장벽이 낮은 도시다.

이처럼 미래도시를 향한 실험적 형태들과 도시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서의 도시 담론이 끊임없이 제안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예술적 실천에서도 우리가 직면한 도시 문제를 다루거나 미래도시를 상상하는 작업들이 많지만,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를 향한 시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업을 소개한다.

#김경숙 : 도시에 대한 열망과 불안

한 도시 안에서 극단적인 도시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는 김경숙의 사진 작업은 도시에 대한 우리의 열망과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쪽은 더 나은 곳으로 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 또 한쪽은 우리의 원래의 도시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좌)김경숙, Asian Cityscape, Tokyo 1,500 × 1,500mm, Digital Chromogenic Print, 2019
우)김경숙, Asian Cityscape, Singapore 1,500 × 1,500mm, Digital Chromogenic Print, 2020
좌)김경숙, Asian Cityscape, Hanoi 1,500 × 1,500mm, Digital Chromogenic Print, 2019
우)김경숙, Asian Cityscape, Bangkok 1,500 × 1,500mm, Digital Chromogenic Print, 2020

그의 아시아 풍경 시리즈는 한국,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총 11국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 작업이다. 그는 아시아 곳곳의 수도를 다니며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초고층 건물과 그 도시만의 정체성이 담긴 건축물, 그리고 그 도시의 서민층이 사는 마을 풍경을 한 화면 안에 구성한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마치 더 높은 곳을 향해 상승하는 듯한 초고층 건물을 화면의 상단에 구축하고, 하단에는 동네 주민들의 공동체를 여전히 형성하고 있는 전통적 주거공간을 조합한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풍경을 포착하여 마치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이질적인 건축물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둔다. 이러한 행위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들을 하나로 끌어안고자 하는 시도이다. 비슷한 듯 다른 각각의 아시아 도시의 풍경들이 어쩌면 그들이 가진 도시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좌)김경숙, Asian Cityscape, Seoul 1,500 × 1,500mm, Digital Chromogenic Print, 2019
우)김경숙, Asian Cityscape, Jakarta 1,500 × 1,500mm, Digital Chromogenic Print, 2020

#극단의 도시를 끌어안기

다시 도시를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자. 한쪽은 최첨단을 향해 달려가는데, 또 한쪽은 소멸될 위기를 겪고 있다. 너무도 극단으로 치닫는 도시 현상들을 보면서, 도시의 생성과 쇠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문제인가 생각해 본다. 그중 한 가지는, 한쪽 도시의 번영이 또 다른 한쪽을 희생시킨다는 점이다.

수많은 ‘oo도시’. 끊임없이 생겨나는 ‘희망적인 단어’와 ‘도시’라는 조합은 인류의 열망이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희망이다. 도시는 인류에게 영원한 유토피아일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장예, 「코로나19 기간 공유도시의 재발명」, 『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연구 국제학술행사-아시아의 도시문화』, p.112.




by
소나영 (nayeongso@daum.net)
Photo
네옴 웹사이트, 김경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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