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단길과 젠트리피케이션

포토 에세이

광주의 ‘○리단길’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노잼 도시 광주를 탈피하고자 하는 광주의 새로운 명소 #시리단길 탐방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경리단길(서울)을 필두로 행리단길(수원), 황리단길(경주), 객리단길(전주), 해리단길(부산) 등 전국의 유명한 상권 거리는 하나의 공식처럼 ‘○리단길’이라고 명명한다. 또한, 힙지로, 힙당로와 같은 ‘힙(핫)플레이스’가 새롭게 떠오르면서, ‘○리단길’과 ‘힙(핫)플레이스’는 과거 우후죽순 생성된 대학로, 로데오거리를 대체한 신흥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뒤처져 있던 지역(골목, 상권)이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이 많아지면 지역에 있어서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있어서도 매우 반가운 일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노잼 도시로 통용되고 있는 광주로서는 독창적이고, 감각 있는 ‘○리단길’의 탄생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유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기자도 광주의 ‘○리단길’ 취재를 위해 첨단지구에 있는 “시리단길”을 방문해 보았다. 기존 첨단지구에 조성된 먹자골목 사이사이 개성 있는 외관의 쇼핑몰이 랜드마크로 우뚝 서서 눈길을 끌었고, 가게의 내, 외부 인테리어는 감각적이어서 사진 찍어내기에 바빴으며, 나오는 음식들도 먹기에 아까운 플레이팅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시리단길, MZ세대가 사랑하는 광주 핫플레이스

첨단지구라 불리는 광산구 쌍암동 일대에 부동산개발기업 시너지타워가 여섯 개의 상업 시설을 개발하는 시너지타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리단길’로 명명하기 시작하였다. 시너지타워는 서로 다른 컨셉의 스토리를 부여해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보이저 첨단은 ‘여행자(Voyager)’라는 의미에 걸맞게 소소하게는 국제선 출발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 캐리어 등의 소품을 배치하는 등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동리단길, 동명동 카페거리

1970~90년대 동명동은 동명로, 동계천로 일대 고급 주택과 오래된 한옥들이 혼재된 부촌(富村)이었다.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신도심으로 이사 가는 집이 많아지면서 침체일로를 걷던 동명동은 2000년대 학원들이 들어서면서 주부들이 자녀가 학원 공부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던 카페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주택가, 학원가가 지금처럼 번화하게 된 계기는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개관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ACC 주변 일대에 독특한 외관, 감각적 인테리어와 시각과 미각을 사로잡는 음식의 향연 등 다양한 스타일의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동명동 카페거리, 즉 동리단길이 조성되었다.

그렇다면 뜨는 동네 ‘○리단길’의 시초인 경리단길은 지금 어떠한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카페 등이 유명해져
유동 인구가 늘어나자 대기업의 자본들이 들어와 건물의 임대료를 높여
기존 임차인과 거주자를 몰아내는 현상

본래 경리단길 탄생의 배경에는 이태원 상권의 부흥이 있다. 이태원 지역 상권의 활성화는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태원 중심 거리를 피해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던 사람들의 눈길을 끈 곳이 바로 ‘경리단’이다. 이태원 중심 상권에서 벗어나 있던 한적한 동네는 젊은 창업가들이 이주하여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새롭게 변화하면서 소위 ‘뜨는 동네’가 되었고, 경리단 상권은 3배 이상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젊은 창업가들은 또다시 이 지역을 떠나게 되는데, 이때 경리단길만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기존 임차인들이 떠난 자리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들만이 남았고, 그마저도 점차 떠나게 되면서 다시금 상권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던 특색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자영업자들 역시 높은 임대료 대비 수익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결국 장사를 접게 되는데, 그 결과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결국 상권은 무너진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지자체-임대인-임차인 간의 ‘상생협약’ 체결, ‘협동조합’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듯하다. 서울의 명동, 압구정 로데오, 신사동 가로수길 등 기존의 주요 상권 거리에서 이미 경험했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리단길’에서도 여전히 이어져 오는 걸 보면 말이다.

소위 ‘○리단길’, ‘힙’한 동네를 띄우는 역할에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의 개성 넘치는 가게 창업의 역할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의 활성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MZ세대의 속성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경리단길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지역들이 비슷한 분위기의 거리를 조성함으로써 과거 SNS에 올라오는 인증샷의 해시태그를 굳이 보지 않아도 “어디”라고 명명할 수 있었던 지역들이 이제는 해시태그 없이는 이곳이 경리단길인지 송리단길인지 행리단길인지 모를 정도로 자기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잃고 ‘뻔한 동네’가 되고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광주의 ‘○리단길’이 다른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철을 밟지 않고, 뻔한 동네가 아닌 오랫동안 사랑받는 광주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by
채지선 (history-2000@hanmail.net)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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