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 1기 ACC 도슨트 양성 교육 프로그램

ACC 교육발굴

우리 모두의 안내자

전시장에 방문할 때면 종종 난해한 작품 앞에서 숨은 땀을 흘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현대미술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흔히 접하는 대상을 캔버스에 재현하는 것을 넘어 개념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어렵고, 낯설고, 불친절하다고 느껴지기 쉽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러한 어려운 페이지를 넘겨주는 존재가 도슨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전시를 감상하게 되면 작품에 대한 해설, 작가의 생애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따라서 효과적으로 작품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해 작품을 느끼는 새로운 전시 관람 형태에서 이를 해설하는 도슨트는 관람객이 작품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매개자가 되었다.

도슨트(docent)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서 전시된 예술작품을 설명하고 관람객을 이끌 수 있는 지식을 갖춘 사람’으로 정의한다. 원래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도케레(docere)’에서 유래한 용어인 도슨트는 1845년 영국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이후 20세기 초 미국 보스턴 미술관을 이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도슨트는 전시장 내 작품과 관람객을 잇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도슨트는 관람객들의 감상 활동을 풍부하게 하여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전시에 흥미와 참여를 유도한다. 도슨트는 단순히 작품이나 작가를 설명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큐레이터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여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하여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고, 호기심 강한 관람객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응하기도 하며, 분야별 전문가와 추가적인 접촉을 연결해주는 중계 기능까지도 해야 하는 등 우리 모두의 안내자인 도슨트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특히 오늘날 관람 행위가 ‘무엇을 볼 것인가’에서 ‘무엇을 느꼈는가’로 점차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대 미술에서 도슨트는 그저 일반적인 정보 전달 역할에서 벗어나 전시를 둘러싼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관람객에게 전달하면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관람객의 내면에 서로 다른 감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쉽게 말해 도슨트 각자의 스토리텔링으로 같은 작품도 서로 다른 이야기로 풀어가며 관람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시 분야에서 도슨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확대됨에 따라 도슨트 양성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역시 올해 처음으로 ‘도슨트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3월 22일부터 6월 10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 12차시의 과정으로 진행된 ACC 도슨트 양성 교육은 기초이론교육, 해설 대본 작성법, 아시아문화의 이해, ACC 소장품 이해와 활용, 전시해설 실습 등을 통해 ACC에 특화된 도슨트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ACC 전시 현장(아시아문화박물관, 복합전시관 등)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활동할 수 있는 도슨트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또 12주의 교육 후 평가를 거쳐 ACC에서 정식으로 도슨트로 활동 기회가 부여된다고 하여 신청 때부터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필자는 교육과정 중 ‘프리젠테이션 스킬법’에 참여하여 효율적인 작품해설을 위한 여러 기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중 스피치의 기초나 기술적인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콘텐츠’와 ‘소통’에 대한 것이었다. 동일한 콘텐츠(내용)를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이 이야기를 가지고 관람객과 어떻게소통(구성)해나갈지 생각하고 풀어갈 것인가는 도슨트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되는 시간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수료생은 “전체적인 교육과정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과정으로 잘 짜여있어서 교육을 받는 내내 만족감이 높았고, 무엇보다 예술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에서 예술의 힘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히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었던 꿈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ACC는 그 어떤 곳보다 관람객 참여 중심의 요소들의 작품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오늘 만난 이들이 관람객에게 자기주도적 체험을 유도하는 능동적이고 전문적인 전문 전시해설사가 되어 ACC 전시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by
박하나 (play.hada@gmail.com)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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