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ACC 산책

초록을 더욱 짙게 만드는 비와 함께

ACC의 초여름을 즐기는 법

비가 온다. 장마가 시작되며 내리는 비는 오락가락하며 습도를 높이고 후덥지근한 날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오늘의 습도 100퍼센트, 이 정도면 차라리 물속에 있고 싶을 정도다. 어떻게 하루 사이에 이렇게 다른 날씨가 되었는지 신기하다. 긴 장마의 시작을 하루 앞두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 ‘초록초록 ACC 산책’에 참여했다.

뜨거운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특별 투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초록초록 ACC 산책’은 이름대로 너른 ACC에 심어진 다양한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약 50분이 소요되는 상설 투어와 달리 전당을 꾸민 식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산책 투어는 해설사들의 식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내 방 안에 ACC 들이기’를 주제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이 결합하여 진행되는 투어이다.

이날 한낮 최고 온도는 32도, 아직 오전이었지만 더위가 느껴지는 기온과 맑은 하늘 때문에 투어에 참여하며 너무 덥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방문자센터에서 해설사를 만나며 시작된 ‘초록초록 ACC 산책’은 걱정과 달리 시원하고 청량하게 다가왔다. 초여름의 태양은 뜨거웠지만, 전당의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에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이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식혀준다. 물론 투어 운영팀에서 마련해준 손풍기와 시원한 물도 더위를 식히는 데 큰 역할을 해줬다.

전당은 그 크기가 큰 만큼 수많은 식물로 곳곳에 정원이 꾸며져 있는데, 산책 투어에서는 지하 광장에 있는 정원을 중심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냥 지나다닐 때는 몰랐던 식물들의 이름을 알고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20분 정도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투어가 아니었다면 쉽사리 다가가지 않았을 모퉁이에서 만난 싱그러운 능소화는 초여름 전당을 더욱 빛냈다. 거기에 해설사가 읽어주는 능소화가 등장하는 문학작품의 한 구절을 함께 들으니,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전당의 초록을 즐길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내 방으로 가져가는 ACC

명자나무, 모과나무, 팽나무, 호랑가시나무, 꽃댕강, 남천, 원추리, 물싸리, 모감주나무, 비비추, 산수국, 부처꽃, 치자나무, 노루오줌 그리고 배롱나무까지. 아는 이름도 있고 모르는 이름은 더 많았던 해설사와의 산책이 끝나고 배롱나무 숲 아래 마련된 체험 장소에 도착했다. 맑은 날씨에 반짝이는 투명한 모빌들로 소소하게 꾸며진 배롱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체험은 ‘내 방 안에 ACC 들이기’를 주제로 마련된 식물심기와 화분을 매달 수 있는 매듭 만들기였다.

식물심기는 투어에서 만난 식물과 투어에서는 못 만났지만, 전당을 꾸미고 있는 식물 중 직접 마음에 드는 식물을 고르고 이를 재생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 가져가는 것이었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식물들의 특징을 알고 신중하게 내 방으로 가져갈 식물을 골라봤다. 나의 선택은 꽃이 피면 진한 향기를 뽐내는 치자나무였다. 아직은 초록 이파리만을 보여주는 치자의 하얀 꽃을 기대하며 상토와 마사토를 섞고 내가 고른 회색 화분에 조심스럽게 치자나무 모종을 옮기고 난석으로 흙 위를 장식한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자주 식물을 죽이는 내게 제일 어려운 일은 물주기다. 식물을 사면 며칠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듬뿍 이라는 말만 들었지 제대로 물 주는 방법은 몰랐던 내게 강사가 알려주는 물 주는 법은 놀라움이었다. 왜 그렇게 우리 집으로 간 식물 친구들이 죽어 나갔는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포슬포슬한 상토에 골고루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드립커피를 내리듯이 물을 줘야 하고 분무는 식물의 이파리에서 물이 뚝뚝 흐를 정도로 듬뿍 해줘야 하는 거 잊지 말아야겠다.

산책 투어 체험은 2인 1조로 진행되어 식물심기를 선택한 나는 친구가 선택한 식물까지 총 2개의 화분을 완성했다. 그리고 친구는 내가 선택한 색실을 엮어 행잉 플랜트를 완성할 매듭을 만들어줬다. 매듭은 식물심기보다 조금 더 어려워 보였는데, 매듭법뿐만 아니라 강사가 아시아에서 색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려주어서 단순한 매듭이지만 각자가 선택한 색실에 따른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식물심기보다 좀 더 힘은 들지만, 색실을 엮어나가며 잡생각을 잊고 온전히 지금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 바로 초록초록 ACC

장마가 아직 오지 않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해서 배롱나무 아래서 제대로 전당의 초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날이 아니었다면 느낄 수 없는 오로지 그날만의 특별한 기억이다. 지금 지나친다고 해도 내년에 또 같은 꽃이 피고 식물이 자라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일상이 매일 같아 보여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띠고 있듯이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ACC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오는 7월 9일(일)까지 진행되는 ‘초록초록 ACC 산책’은 아쉽게도 현재 매진된 상태로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ACC 특별 투어는 가을 ‘알록달록 ACC 산책’과 어린이 투어, 야간 투어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니 향후 진행되는 다양한 ACC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초록초록 ACC 산책

기간
23.6.24.(토) ~ 7.09.(일) * 매주 토, 일
시간
11:00~13:00 / 14:00 ~ 16:00
장소
(투어 시작 장소) 방문자센터
(체험 진행 장소) 열린마당 배롱나무 숲
*기상상황에 따라 대나무정원에서 진행
대상
8세 이상 참여 가능
가격
5,000
예매
홈페이지 / 현장신청(잔여석에 한함)




 

by
임우정 (larnian_@naver.com)
Photo
디자인아이엠 포토그래퍼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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