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바다

주목할 아카이브

인류 최고의 고전이라 불리는 고대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따』에는 생사를 가르는 수수께끼가 나온다.
시대가 다른 지금도 가슴에 와닿는 문답들이 있다.

땅보다 무거운 것은 무엇이며,
바람보다 빠른 것은 무엇이고,
사람보다 많은 것은 무엇인가?

땅보다 무거운 것은 어머니이고
바람보다 빠른 것은 마음이며
사람보다 많은 것은 걱정입니다.

김한용의 사진. 아이를 업은 어머니와 바닷가 풍경 -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바닷가의 아이들

가난한 마을 한적한 바닷가,
사진을 보는 우리 시선은
해변의 아이들로 갔다가
왼편 귀퉁이 엄마에게 멈춘다.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긴장된 어깨 아래 뒷모습을 따라
고된 노동과 생활이 만든 삶의 시름이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앞으로 저 아이들만큼 길러내야 할
갓난아이가 등에 업혀 있고,
짙게 드리운 그림자의 무게는
엄마를 땅보다 무겁게 한다.

해변의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햇살과 바람은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길러준 시간에 대한 기억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현재의 삶을 누리며 생명을 발산한다.
아이들은 간혹 이기적이다.
지금도 엄마의 따뜻한 시선이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생각한다.

엄마의 휴식

하지만 지금 엄마의 시선은 아이들을 비껴간다.
어쩌면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눈길은 아이들을 지나쳐
바다로 가고 있다.

엄마는 땅과 같은 존재라 바다를 동경한다.
바다는 땅과는 반대다.
쉴 새 없이 출렁이고, 소리도 친다.
바다는 엄마의 시름과 걱정을 잠재운다.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상념은 저 바다에 닿는다.
지금 내 마음을 이해하는 건
저 앞에 망막한 바다이다.

하지만 나무처럼 서 있는 엄마는
그저 온갖 상념을 떠나보낼 뿐이다.
자칫 저 앞에 배를 타고 그 상념의 줄기를
따라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잠깐의 휴식과 나만의 시간을 끝낸 엄마는
잠시 외면했던 아이들의 손을 잡으러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by
허택
공감 링크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