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자연의 연결고리

포토 에세이

ACC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도심 속 휴식처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중한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해 볼 때가 많다. 이곳저곳을 옮기며 직장생활을 했지만 요즘 몇 년은 ACC 주변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점심시간이나 잠깐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ACC에 조성된 공원을 자주 찾아 산책을 즐겼다. 빌딩과 사람, 자동차가 가득한 광주 시내의 중심지에서 가장 빠르게 초록빛 자연을 만날 수 있고 컴퓨터 화면에 피로한 눈을 쉴 수 있는 휴식처.

너른 ACC를 산책하다 보면 수많은 식물의 다양한 색과 모습을 봄부터 겨울까지 만날 수 있다. 때가 되면 꽃을 피우는 녀석들의 선명한 색채와 좋은 향이 산책 중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5월 장미 덩굴의 선명한 붉은빛에 이끌려 어린이문화원 공원을 거닐자 초봄 열심히 꽃을 피우고 진 매실나무가 매실을 주렁주렁 달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어린이문화원 공원의 매실
수수꽃다리 꽃

매실나무 열매, 보리수나무 열매를 구경하며 공원을 오르자 바람을 타고 진한 향기가 실려 왔다. 향기의 출처를 따라가자 소담하게 핀 수국과 함께 높이 솟은 수수꽃다리 나무가 보였다. 흔히 라일락으로 많이 부르는 수수꽃다리는 4~5월에 꽃을 피우고 풍성한 꽃과 향으로 봄을 알린다. ACC 주 출입구 앞에는 수수꽃다리만큼 진한 향기의 치자꽃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내 피고 지다 꽃잎을 떨구는 붉은 백일홍을 보면 다가올 가을의 선선함이 기다려진다.

귀여운 게 제일 좋아

ACC를 걷다 보면 식물들 말고도 수많은 동물이 우리를 스쳐 간다. 특히 고양이 파로서 느긋하게 ACC를 거니는 고양이를 만났을 때는 정말 너무나 반갑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작은 동물을 보고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며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조용히 머물며 우연히 만난 행운을 음미하는 시간은 우리의 복잡한 머리를 비우게 하고 바쁜 도심 속에서 잠깐의 공백을 만들어 낸다.

우리에게 친숙한 참새
ACC를 거니는 까치

길을 가다 만난 고양이, 산책 나온 강아지, 저들끼리 짹짹대는 참새, 오동통한 엉덩이를 뽐내며 꿀을 찾는 벌, 누구보다 빠르게 나무를 넘나드는 청설모,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는 새끼손가락 크기의 도마뱀, 그리고 출근길 멀리서 들려오는 까마귀 우는 소리까지. 도심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 주변의 작은 산들에서도 사람이 아닌 동물들이 열심히 자기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ACC 공원에 모든 동물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지인과 어린이문화원 옥상에 잠시 앉아 쉬는 중 직원이 다가와 강아지는 출입이 불가하다며 나가 주기를 청했다. ACC 공원은 야외공간이라 주변을 걷다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강아지를 산책 중이었다면 휴식은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처지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그래도 ACC 공원을 찾는 다른 야생동물들을 위해 잠시 양보하자.

ACC 공원 이용안내

도심 생태와 공존

요즘 ACC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도심 생태나 자연보전, 공존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것을 보았다. 사람이 밀집된 도시 속에 생태 공간을 조성하여 사람이 아닌 다양한 동식물들이 도심 속에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광주천변은 사람들에게 산책과 자전거 타기 좋은 공간이면서 철새와 텃새, 작은 벌레와 물살이들에게도 좋은 삶의 터전이 된다.

도심 생태에 있어서 공원은 사람들의 휴식처이면서 다양한 야생동물들에게도 휴식처이자 먹이활동의 공간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우리만 쓰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들이 보였다. ACC 공원이 앞으로도 도심 속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더욱 충실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길, 그리고 사람들도 공존하는 자연을 이곳을 통해 가깝게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

도심 생태를 위한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반려동물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귀여운 강아지들이 ACC를 가득 채운 모습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다음엔 감으로 제대로 자라길
새들의 일용할 양식 보리수




by
임우정 (larnian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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