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사유 :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기
ACC웹진 ‘도시문화와 생태’ 주제칼럼
요약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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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로 ‘도시문화’와 ‘생태’라는 주제로 예술가들은 도시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떻게 생태적 사유와 맥락화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각들은 실제로 도시를 감각하고 사유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
# 코로나 이후, 생태학적으로 도시를 본다는 것
지난 3여 년간 우리가 살고 있던 도시는 멈춰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거리에는 인적이 뜸했고, 많은 건물이 문을 닫았다. 특히 COVID19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던 이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온갖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는데, 가짜뉴스, 각종 음모론, 정치적 분열, 사이비종교, 환경오염 등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믿고 있었고, 믿어 왔었던 가치와 신념에 전복을 시도하는 것이기도 했다. COVID19의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모든 것이 전면 중단된 사이, 아마존의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렸다.
코로나 팬데믹은 지금껏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게 했고, 그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같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모든 것이 멈춰있는 사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화했다. 정말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일까? 이러한 생각에 의문을 품는 최근의 사유들은 인간중심주의적인 사고를 전복하는 것들이다.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생태철학,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 등은 ‘탈인간중심주의’라는 공통적 큰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사유의 변화들은 철학, 인문학, 문학, 시각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하고 실험하고 있음이 목격된다.
도시라는 현상 역시 늘 변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관심은 ‘고속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도시’에 더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생태학적 시각에서 도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이는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을 재고하도록 이끈다.
다음의 예술적 실천들은 생태적 사유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읽도록 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러한 사례로서 이소요 작가의 <서울에 풀려나다(Feral in Seoul)>와 김준 작가의 <에코시스템 :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을 살펴보자.
#이소요 : 도시의 ‘보이지 않는 틈’ 들여다보기
이소요의 작업은 ‘도시는 과연 인간만을 위한 곳인가?’를 질문하게 하며, 우리가 사는 도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인간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거의 보지 않고 지나치는 도시의 틈과 같은 공간이다. 그는 도시 틈새에서 발견되는 비인간적 존재의 다양한 삶의 형태에 주목하고 기록한다.
<서울에 풀려나다(Feral in Seoul)>는 *인간이 도시 환경에서 자원으로 길들였으나 풀려나서(feralized) 나름의 생태를 만들어 가는 생물들을 연구하고 텍스트, 사진, 생물표본 등의 방식으로 기록한 프로젝트이다. 그가 도시에서 발견한 식물은 콘크리트와 시멘트 틈에서도 살아남아 생명을 이어 나가는 ‘참오동나무’, 생울타리로 길들였지만 건축물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형태와 그 나름대로의 삶을 갖게 된 ‘회양목’, 서울 하늘공원의 억새에 기생하는 ‘야고’라는 생물군이다.
작가에 의하면, 참오동나무는 다른 조경수에 비해 번식과 생장이 왕성하여 벽돌이나 시멘트 틈, 공터와 같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환경에 쉽게 정착하여 살아간다. 과거, 목재나 약재로 사용했던 오동나무가 현대에 와서는 그 쓸모가 크지 않게 되었고, 급변하는 서울의 도시환경에서 또 다른 존재의 의미를 가지며 생존하고 있다.
야고의 경우, 서울 하늘공원을 조성할 때 참억새를 제주도에서 공수해 왔는데, 그때 야고들이 뿌리에 같이 붙어 있다가 딸려 왔고, 하늘공원 위에서 자생력을 가지면서 지역을 넓혀가며 번식하게 되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울은 겨울에 춥지만, 쓰레기 매립지였던 하늘 공원에서 쓰레기가 계속 부패하면서 지열이 발생해, 땅이 얼지 않아서 생물이 살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가 발견한 생명군들은 터전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방식의 자생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뿌리 내려진 생명들이 도시 곳곳에서 스스로 자생하며 나름의 생태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바꿀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을 깨뜨리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인식하도록 한다. 또한 연구자이자 작가로서 그 경계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틈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의 시선에서 소외되었던 비인간 존재들을 소환하고, 이들이 같은 질량으로 인식되기를 촉구한다.
#김준 : 생태와 도시의 ‘들려주는’ 감각
김준의 작업은 도시의 문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발견하도록 하며, 그것을 그가 가장 진실하다고 믿는 ‘소리’라는 매체로 들려준다. 그는 특정 장소에서 전자기기로 전자파를 측정해서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리는 영역으로 변환시켜 들려주거나, 도시의 소음,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에코시스템 :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는 세계 여러 도시와 장소를 다니며 소리를 채집하여 목제 가구 서랍 안에 구성한 사운드아카이브 설치 작업이다. 서울, 베를린, 런던, 시드니의 ‘도시 공간’에서 수집한 소리와, 호주 블루마운틴, 뉴질랜드 남섬, 한국 지리산과 제주도의 ‘자연 공간’의 소리는 각각의 장소에서 상반된 소리를 낸다. 서랍을 열면 안과 밖이 연결되어 한쪽을 열면 다른 한쪽은 닫힌다. 관람객은 작품의 안과 밖을 거닐며 각각의 소리가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는 경험을 통해 감각을 일깨운다.
기계소음과 새와 풀벌레 소리, 노동의 소리 등 소리로 들려주는 풍경은 어느 소리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측정한 ‘소리’라는 매체를 통해 각각의 장소로 우리를 데려가서 여러 풍경 레이어를 동시에 존재시킨다. 이렇듯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위는 도시와 자연을 오가는 그 공간의 간극을 사유하게 하며, 시 지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작가 자신을 둘러싼 생태환경에 대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다시 들려주려는 노력은 최근의 작업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에서도 드러난다. 작가가 오랜 기간 탐방한 여러 장소의 소리를 수집하여 마치 캠핑 하우스 같은 4개의 건축구조물에서 각각 들려준다. 그는 소리와 풍경이라는 단어가 조합된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자신만의 형식을 통해 어느 기억 속의 장소를 구현하고 있다. 그가 구현하는 풍경은 ‘소리’로 제시됨으로써 그 경험은 더욱 독특하고 특별한 것이 된다. 이러한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감각은 관객의 상상적 장소와 공명한다.
Sound Play List
이소요의 작업이 도시의 어느 잘 보이지 않는 장소를 드러내도록 하는 작업이었다면, 김준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것을 소리로 들려주는 방식을 통해 도시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소요의 작업은 생물이 존재하는 방식 그 자체로, 김준의 작업은 소리로 들려주는 방식이 예술이 되는 그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은 세계를 새롭게 보는 방식을 제시하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또 미래를 상상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이끈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고, 도시공간을 사유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여러 층위와 중첩되고 다양한 교차점을 지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도시를 다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 by
- 소나영 (nayeongso@daum.net)
- Photo
- 서울아트가이드 제공, 김준 작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