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신화에서 영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는
이모션 캡쳐와 가상 카메라를 활용한 눈부신 영상 기술로
디지털 영화혁명을 이루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오랫동안 인류의 무의식에 있던
이야기를 눈앞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영화 아바타에는 기원전 5천 년경 수메르 신화부터
그리스·로마 신화, 인도 신화 등 상상력의 시원인
여러 나라의 신화가 녹아 있다.

아바타의 비밀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바타는 힌두 신이 육체를 갖고 나타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미래 기술로 인간의 지능을
멀리 떨어진 신체에 주입하는 것”
이라고 답했다.

아바타는 ‘화신 化身’을 뜻하는 말로,
산스크리트어 ‘아바타라 avataara’에서 나왔다.
‘내려오다’라는 뜻의 아바ava와
‘땅’을 의미하는 테르terr가 합쳐져,
힌두교에서 신이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세상에 현신한 존재를 말한다.

인도에는 약 3억 3천 명의 신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힌두교의 3대 신은 창조의 신 브라흐마,
유지의 신 비슈누, 그리고 파괴의 신 시바이다.
비슈누는 인류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열 번의 아바타가 되어 세상을 구원하고 돌아간다.

힌두교의 3명의 대표 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 조각. 두 어깨로 그를 받치는 새는
비슈누의 바하나(탈 것)로 신의 성격과 힘을 가진 가루다이다.
가루다는 발톱으로 거북이와 뱀을 움켜쥐고 있다. (아시아문화박물관 소장품)

신들의 귀환

인간 세상에 독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을 삼켜 몸이 파래진 비슈누는 독수리 얼굴에
사람 몸을 한 가루다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영화 아바타에서도 파란색 피부의 나비족은
가루다와 비슷한 거대한 새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고대 신화의 상상 속 아바타는 첨단의 기술을 입고
지구 밖으로 화려하게 비상한다.

영화 아바타 (2009년)에서 제이크가 나비족들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자 탔던
붉은 무늬의 ‘토르크’는 비슈누 신이 타고 다니는 가루다를 떠올리게 한다. (네이버 영화: 아바타 포토)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그 이야기를 구현할 기술이 나오기까지 15년을 기다렸다”며,
“상상한 것은 무엇이건 구현 가능한 이 특별한 시대에
고전 古典으로 돌아가는 것은 강력한 힘이 된다”고 말한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산업에서
최첨단 기술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신화와 조우한다.
기술은 어느 단계가 지나면 ‘혁신’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출발한 ‘이야기’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가며 기술에 의미와 방향을 제시한다.

스크린 위에 이미지는 직관을 키우고,
종이 위에 문자는 사고를 더 깊게 만든다.
기술과 신화의 결합, 이미지와 문자의 조화는
이 시대 창조력의 핵심일 것이다.

참조자료

  • Rebecca Keegan “Q&A with James Cameron”, Time, 2007
  • 현경미, 『인도, 신화로 말하다』
  • 정재서, 『사라진 신들의 귀환』




by
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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