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

ACC 개관 7주년 기념 어린이 블록아트체험 특별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개관 7주년을 맞아 어린이 블록아트체험 특별전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을 선보인다.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한국의 구전설화이자 판소리계 소설인 ‘별주부전/토끼전’을 각색하여 이야기와 체험, 놀이 요소를 더한 어린이 블록아트 체험전이다.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과 입체감 있게 연출된 다양한 블록아트 예술품을 통해 작품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부모님들은 조형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한 ‘별주부전/토끼전’을 만남으로서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 전시전경, 2022

전시는 작품 줄거리를 따라 ‘용왕이 사는 궁궐’, ‘자라와 함께 육지로’, ‘토끼와 함께 바다로’라는 총 3부의 큰 주제로 나뉘어 펼쳐진다.

1부 ‘용왕이 사는 궁궐’ 전시장에 들어서면 용궁을 배경으로 10m 크기의 용왕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용왕을 표현하기 위해 2만여 개에 달하는 블록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옆으로는 용왕을 지키는 문신인 문어와 해마, 메기를 형상화한 블록 작품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원인 모를 죽을병에 걸린 용왕이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고 신하들에게 명하고, 바다와 육지를 오갈 수 있는 자라가 명을 받들어 육지에 상륙하기 전까지의 줄거리를 다양한 블록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토끼 초상화 그리기 미션

전시장 한쪽에는 ‘토끼 초상화 그리기’라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토끼의 얼굴을 모르는 자라와 용궁 친구들에게 자신만의 토끼 그림으로 뽐낸 아이들의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본인 이름을 딴 OOO 토끼, 예쁜 토끼, 근육 토끼 등 아이들 제각각의 개성이 담긴 토끼 초상화는 전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2부로 향하는 길에는 난생처음으로 육지에 올라가는 자라가 챙길 준비물이 블록으로 제작됐다. 외출용 등껍질부터 자외선 차단용 선글라스, 토끼의 초상화, 생생한 육지 모습을 담을 카메라, 토끼를 만나면 줄 선물 당근까지 안전한 육지 방문을 위해 자라가 챙겼을 법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줄지어 나열됐다. 요즘 언어로 풀이된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시력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용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자라의 모습처럼 현대적인 감각으로 각색한 스토리텔링이 전시에 대한 몰입을 강화해 준다. 맞은편 벽면에는 육지로 넘어가기 전 ‘별주부전/토끼전’의 기원을 알아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는 내용을 담아 전시를 관람하는 아이들이 해당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부 ‘자라와 함께 육지로’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2020년 ACC 애니메이션 음악극 ‘드라곤 킹’에 출연한 소리꾼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무대 영상으로 이 곡은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재해석한 것이다. ‘별주부전/토끼전’과 같은 아시아의 옛이야기가 공연예술 혹은 본 전시와 같은 시각예술 장르로 재탄생되어 오늘날에도 창조적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치 공연사진

2부 전시장에서는 토끼 비위를 살살 맞추며 금은보화와 산해진미가 가득한 바닷속 세상 자랑을 늘어놓으며 토끼를 꾀어내고 있는 자라와 함께 호랑이, 사슴, 너구리, 원숭이, 앵무새 등 자라가 육지 세상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동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3부로 향하는 길에는 자라의 꾐에 넘어가 바닷속 세상에 들어가게 되는 토끼가 이용하는 잠수함이 전시되어 있다. 어렸을 적 우리가 읽었던 작품 속에서 토끼는 자라의 등을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는데, 잠수함이라니 이러한 작품의 해석도 상상력과 재미를 더해준다.

3부 ‘토끼와 함께 바다로’ 전시장은 바닷속 세상에서 토끼가 경험하게 되는 다채로운 바다 생물을 연출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고래, 해마, 오징어, 게, 복어, 가재, 가오리 등 다양한 바닷속 생물 모형의 블록 작품들을 보고 만지며, 직접 블록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침내 마주하게 된 용왕과 토끼다. 토끼는 간을 내놓으라는 용왕의 이야기를 듣고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여기에서 전시는 다양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별주부전/토끼전’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구전문학을 기반으로 발전되어 다양한 결말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용왕을 만나러 가는 길》을 체험하고 나온 아이들은 어떠한 결말을 그리고 있을까?

3부 전시장 너머 블록 체험존에서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감성이 폭발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토끼 유인하기’와 ‘토끼의 기지’와 같은 미션을 통해 자기만의 결말을 창작해보고 더불어 너른 공간에 펼쳐진 블록을 직접 조립해보면서 놀이와 공부를 자연스럽게 체험한다.

이번 전시에서 활용된 ‘케플(KEPL)블록’은 조립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김계현 작가가 개발한 것으로, 좌우상하 방향으로 슬라이딩하는 방식과 축적하는 방식으로 조립하여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어 입체 효과가 크며, 인체에 무해한 ABS 인증 원료로 만들어져 어린아이들까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용왕을 만나러가 가는 길> 블록체험라운지 전경, 2022

블록 체험 공간에 모여 앉은 아이들은 블록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느라 손이 분주하다. 손쉬운 조립이 가능한 덕에 유치원 아이들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렵지 않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부용 큐레이터는 “대부분의 전시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만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완구용 장난감인 ‘케플블록’을 활용한 ‘블록아트’ 작품들로 제작되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지며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전시로 구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본 전시를 구성하는 이야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 나라와의 구전설화와도 연관돼 있다.”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어린이 기획전시는 향후 아시아 각국의 스토리 기반 문화 콘텐츠 확장에 중점을 두고 미디어아트, 실감형 콘텐츠, 회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 전시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총 7회차로 구성되어 매시간 정각에 입장할 수 있다. 한 회차당 전시 관람 30분, 케플블록 체험 60분 등 총 90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내년 2월 26일까지 운영 예정이며, 더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https://www.ac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by 채지선
history-2000@hanmail.net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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