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ACC 산책

Dancing with colors

알록달록 색들이 춤을 추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가을이다! 파랗고 청량한 여름의 컬러를 뒤로하고 이제 빨강, 노랑, 초록의 다양한 색들이 춤을 추는 가을의 색을 만끽할 시간이다. 그중 가을의 색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산책이 아닐까 싶다. 색으로 둘러싸인 가을 길을 걸으며 선선해진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책이야말로 가을의 지금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ACC 정원은 우리 주변의 들과 산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나무와 식물로 식재되어 있어 회색의 건물로 가득 찬 도시 안에서 계절에 따라 바뀌는 색의 변화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미디어월과 함께 전당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시민 공원과 예술극장 옆 열린 마당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나무와 꽃들, 옥상 정원의 다양한 과실 나무 등 ACC 정원 이곳저곳은 가을을 가득 담고 있다.

알록달록 ACC산책 포스터

이런 가을의 ACC를 더욱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ACC의 특별한 산책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알록달록 ACC 산책>이 그 주인공이다. 가을과 함께 시작된 ACC만의 특별한 투어 <알록달록 ACC 산책>는 ACC의 가을 전경 속에서 유명 작가들의 공공미술 작품을 따라 떠나는 나들이다. 거기에 드로잉 체험도 함께 진행된다고 하니 고민할 필요 없이 신청 페이지를 클릭한다.

자! 이제 가을의 다양한 색깔만큼 개성 있는 ACC만의 특별한 공공미술 작품을 만나보자.

알록달록 ACC산책X드로잉 체험 현장

작품을 만나기 전 쉬운 해설로 공공미술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미술이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전시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근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념 조형물의 형태를 뒤집어놓거나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공공 영역에 개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필자는 종종 ACC를 방문하거나 주변을 지나다니며 공공미술 작품을 마주하면서 작품들이 그 장소에 놓은 다양한 이유에 대해 추측해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산책을 통해 만날 공공미술 작품들에 더욱 기대감이 컸다. 특히 전당의 공공미술 작품은 ‘장소 특정적 미술’로 공간의 특징에 따라 작품이 의도적으로 계획되고 배치되어 각각의 장소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다

가장 먼저 최정화의 작품을 만났다. 총 세 점의 작품이 ACC에 설치되어 있으며 모두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 그 공간에서 쓰임이 있도록 설치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투어에서 만난 작품은 예술극장 로비의 오방색 문양의 소파 「Ancestral Landscapes」로 작품 위에 앉는 관람객의 체험적 행위를 통해 작품의 물리적 변화를 가져오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예술극장 내 최정화 작가의 두 작품이 더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다음 방문에 더 찾아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에는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 하나 더 놓여 있다. 이불의 「무제」가 그것이다. 광주의 지역적‧역사적 배경과 함께 ACC의 장소적 특성을 표현한 작품으로 카메라 옵스큐라를 모티브로 한다. 특히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과 기운이 작품 위 천창을 통해 들어와 공간에 따뜻한 기운을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ACC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하 공간을 밝게 만들어주는 ‘빛의 숲’의 연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예술극장을 뒤로하고 알록달록 ACC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을바람과 함께 알록달록한 ACC의 정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투어를 향한 설레는 마음이 두 배가 된다. 예술극장 옆 데크를 따라 펼쳐진 배롱나무에 여름 동안 피고 졌던 붉은 꽃 대신 붉은 잎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우고 론디노네, 〈Magic mountain〉

배롱나무 길을 지나 우고 론디노네의 「매직 마운틴」 앞에 섰다. 이 작품은 우고 론디노네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자연과 인공의 차이, 그리고 유사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작가는 작품의 모티브를 화순과 고창의 고인돌 무덤과 무등산 주상절리에서 받았다고 한다. ACC를 방문한다면 이 거대한 돌덩이 모양의 작품에서 시간의 순환과 에너지를 느껴보길 바란다.

하늘정원 길을 따라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하늘마당은 따스한 가을 햇살을 만끽하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맞은편 옥상 공원에는 알록달록 ACC라는 말에 걸맞은 다양한 색으로 물든 가을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무등산의 가을 풍경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도심 한 가운데에서 마주한 가을의 풍경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알록달록 ACC산책X드로잉 체험 현장

ACC 안쪽으로 들어가 문화창조원 앞에 서자 ACC 포토존으로 유명한 왕두의 작품 「Victory」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V자로 치켜올린 손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작품 뒤 광주민주화운동 최후의 항쟁지 구도청이 겹쳐 보이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V는 민주주의 자유의 승리를 쟁취한 도시 광주를 나타내며 앙상하게 드러난 뼈는 이를 위해 희생된 5·18 희생자들을 의미한다. 작품을 배경으로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인증사진 한 장을 남기고 문화창조원 내부로 이동한다.

문화창조원 로비 들어서면 마탈리 크라셋의 「Reflexcity」를 마주할 수 있다. 비슷한 형태의 작품 다섯 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모두 장소 특정적으로 설계되었다. 안테나 형상은 작가가 생각하는 문화창조원의 첨단의 실험적 창제작 공간에 대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특히 가구형 설치 작품으로 방문객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용도로도 사랑받고 있다. 한 층 위에 설치된 썬배드 작품은 창조원의 대나무 정원을 마주할 수 있어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에 잠시 기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알록달록 ACC산책X드로잉 체험 현장

창조원 로비의 공공미술을 마지막으로 알록달록 가을풍경과 함께 한 ACC 공공미술 산책을 마무리하고 드로잉 체험을 위해 대나무 정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번 드로잉 체험은 대나무 정원 풍경과 함께한다. ACC 대나무 정원은 한국 고유의 정원 형태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지하에서도 시간과 계절을 감상 가능한 특별한 공간이다.

‘드로잉 체험’은 ACC 다양한 공간 중 특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공간 세 곳을 자기의 색으로 채워보는 활동이다. 원하는 도안을 취향껏 골라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하며 내가 생각하는 ACC의 색깔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지며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붓을 들고 여러 색을 섞어 색칠하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반가운 기분이 들어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온전한 나의 시간을 만들어준 <알록달록 ACC 산책>에 감사하다!

<알록달록 ACC 산책>은 가을의 무수한 색들과 마주한 귀한 시간 속에서 ACC의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나고 또 나만의 색을 찾을 수 있는 개성 가득한 활동이었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더불어 특별한 체험까지 포함되어 마음이 풍족해지는 시간이었다. 도심 안에서 변화하는 계절과 함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면 ACC 산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by 박하나
play.had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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