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들의 행진: 여성과 이주

라이브러리파크 상설전시 연계 프로그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상설전시 연계 프로그램 “떠난 자들의 행진-여성과 이주” 개최
8월 13일부터 9월 24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여성과 이주자 발자취 조명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ACC 라이브러리파크 상설전시와 연계하여 아시아 여성의 이주와 삶에 관한 총체적 관점들을 제시하는 강연, 영화 상영 등 “떠난 자들의 행진: 여성과 이주”를 개최하고 있다.

「 떠난 자들의 행진: 여성과 이주 」 포스터

라이브러리파크 상설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떠난 자들의 행진: 여성과 이주”는 8월 13일(토)에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왜 여성은 집을 떠나는가?: 글로벌 이주의 여성화의 돌봄 정치’를 주제로 한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김현미 교수는 이주의 여성화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봄으로써 돌봄 중심의 사회적 연대를 상상해 보았다.

‘왜 여성은 집을 떠나는가?: 글로벌 이주의 여성화의 돌봄 정치’를 주제로 강연 중인 김현미 교수

8월 20일(토)에는 포루그 파로흐자드 감독의 영화 검은 집(The House is Black)의 상영 및 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뉴이란시네마의 선구자 포루그 파로흐자드’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문성경은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고 인간 존엄에 대해 질문을 던진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삶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떠난 자들의 행진: 여성과 이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중 3번째 프로그램인 ‘여성 괴물 대행진’ 워크숍과 ‘아시아 여성 괴물 도감 만들기’ 체험행사에 참여해보았다.

# ‘여성 괴물 대행진’ 워크숍과 ‘아시아 여성 괴물 도감 만들기’ 체험행사

모든 괴물들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인 두려움들에 직접적으로 말을 겁니다.
여성 괴물은 의심의 여지없이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여성들의 그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바바라 크리드, ‘여성 괴물’ 한국판 서문 중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두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가?

최고은, 최하나는 요괴연구모임인 ‘돌곶이요괴협회’를 진행하면서 ‘평범’하거나 ‘정상’이 아닌 존재가 괴물이 되는 점에 주목하여『귀여운 요괴도감』, 『슬픈 요괴도감』, 『백귀주행-여성 괴물 행진』 등을 제작했다. 『백귀주행-여성 괴물 행진』은 나라별 여성 괴물에 대한 설명과 여성 활동가의 인터뷰를 교차해 배치하고 있으며, 여성 괴물과 인간의 연대 시위를 형상화하기 위해 병풍 형태로 만들어졌다.

체험프로그램인 「여성 괴물 대행진: 아시아 여성 괴물 도감 만들기」 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왜 슬픈 사연을 가진 괴물은 여성이 많을까?

이날은 세계 각국의 유사한 슬픈 사연을 가진 여성 괴물들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손각시, 말레이시아의 랭수이르와 폰티아낙, 태국의 메낙 프락카농, 일본의 우부메와 아메온나, 멕시코의 라 요로나, 이누이트족의 콸룰릿 등이다. 늘어트린 긴 머리, 하얀 옷, 길고 날카로운 손톱 등과 같이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여성 괴물의 외형이 유사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 여성 괴물들이 갖는 서사였다. 대부분의 여성 괴물들은 아이와 연관되어 아이를 갖지 못하거나, 유산하거나, 사산아를 낳거나, 아이를 잃어버리고 심지어 죽이는 등 재생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여성이 ‘괴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괴물을 만들어낸 것은 무엇인가? 누가 여성 괴물을 만들었는가?

여성 괴물의 탄생에 대해 최고은, 최하나는 요괴설화에 당대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변용 및 재생산되었다고 강조한다. 여성 괴물은 각 세계 문화권에서 두려워하고 금기시했던 것들을 형상화한 존재라는 것이다.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남성들의 두려움,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이이라는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하는 여성에 대한 경고와 금기가 여성 괴물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공포스럽고 끔찍하게 형상화된 여성 괴물에게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체험프로그램인 「여성 괴물 대행진: 아시아 여성 괴물 도감 만들기」 활동지

이 경고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의 두려움과 경계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에도 새로운 괴물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인 ‘여성 괴물 대행진: 아시아 여성 괴물 도감 만들기’는 “괴물이 지닌 힘을 긍정하며, 개인적인 소망에서 비롯한 괴물을 창조”한다. 괴물을 창조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나를 괴물로 탈바꿈하고 2단계, 괴물이 지닌 소리, 냄새, 외형 등 괴물의 모습을 구체화하며 3단계, 괴물에게 이름을 붙이면 완성이다.

참가자들의 호응도는 높았다. 참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괴물들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현대인의 우울과 나르시시즘을 먹고 옮기는 괴물, 연봉협상을 비롯하여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을 눈빛으로 설득할 수 있는 마스카라 형태의 괴물,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고 벌하는 바이러스 형태의 괴물 등 다양한 형태의 괴물들이 등장했다. 이 새로운 괴물은 “우리를 두려워하고 통제하려는 이들에게 맞서는” 힘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 작품들은 오는 10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 ACC 콘텍스트 《좀비 주의》의 참여 코너에 전시될 예정이다.

새로운 괴물 만들기를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

“떠난 자들의 행진: 여성과 이주”를 주제로 한 상설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향후에도 지속된다.

9월 17일(토) 홍명교 플랫폼C 연구활동가는 ‘동아시아 디아스포라의 노동과 저항’이라는 주제로 동아시아 노동자들의 초국적 연대와 저항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9월 18일(일)에는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의 문선아, 최원준이 ‘냉전과 자본주의: 이주민의 삶과 정체성 변화’라는 주제로 동두천과 파주 등 미군 부대 기지촌 인근에 거주하는 이주민 2세의 삶과 정체성 변화의 의미를 살펴본다.

9월 24일(토)에는 독립연구자 박소현이 ‘아시아 여성 여행자의 역사’라는 주제로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로부터 싱가포르 삼수이(Samsui)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노동 이주를 다룬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아시아 여성의 이동이 확장된 현상을 공유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가능하다. 아시아의 여성, 이주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위기와 사회현상에 대해 고민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by 채지선
history-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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