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만나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국내유수영화제를 만나는 ACC 시네마테크

ACC 시네마테크 정기 상영회(이하 ACC 시네마테크)는 국내외 유수 국제영화제와 교류하여 영화제의 화제작, 실험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시민들을 다시 찾은 ACC 시네마테크는 올해 첫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했다.

2000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 23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10일간 총 57개국 217편(해외 123편, 국내 94편 / 장편 143편, 단편 74편)의 영화로 관객을 맞이했다. 코로나19에 적응하며 방역과 함께 오프라인 상영과 디지털 상영이 동시에 진행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폐막 하루 전 기준 47,171명 관람, 10일간 약 5만 명의 관객이 영화의 거리를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후 열린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축제성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으며, 지역민들을 위한 특별 상영회, 사전 매표소 운영, 골목상영·야외상영 프로그램 등과 더불어 외부기관과의 적극적 협력으로 <전주 국제영화제와 함께 하는 나래 코리아 콘서트>,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세이브 더 칠드런 시네마토크>가 진행되며 3천여 명의 관객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영화 외의 콘텐츠를 즐겼다.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메타버스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 내 공식 상영관인 CGV 월드맵을 통해 7일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 수상작 5편을 상영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까지 접근 가능한 글로벌 오픈 맵으로 전 세계의 관객들이 한국을 찾지 않아도 메타버스를 통해 전주국제영화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데믹을 겪고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ACC 시네마테크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 경쟁부문 대상작을 비롯하여 이번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총 9편의 영화를 광주 시민들에 소개했다.

깊이 있는 영화의 이해 ACC 시네마테크

관객과의 대화 中
관객과의 대화 中
관객과의 대화 中

ACC 시네마테크 첫 상영작은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분더카머 10.0>(32분, 기예림 박소윤, 정인우)와 <파란나라>(18분, 김영글), <풍경>(21분, 무진형제)으로 3편의 영화 상영 후 전진수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파란나라>의 김영글 감독, <분더카머 10.0>의 기예림, 정인우 감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GV)도 마련되었다.

영화 「분더카머 10.0」 스틸 이미지
영화 「분더카머 10.0」 스틸 이미지
영화 「분더카머 10.0」 스틸 이미지

영화 <분더카머 10.0>은 미래의 한 가상도시를 배경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영 체제인 ‘분더카머 10.0’을, <파란나라>는 1904년 10월 12일 벨기에 영사관 건물을 짓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한 무리의 스머프들에 대해, <풍경>은 오늘날 ‘아버지’로 대변되는 기존 질서와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고독의 지리학」 스틸 이미지
영화 「고독의 지리학」 스틸 이미지
영화 「고독의 지리학」 스틸 이미지

국제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고독의 지리학>(103분, 재클린 밀스)은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해역의 외딴곳, 세이블섬에 머무는 환경 보호 활동가 조이 루커스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1970년대 처음 이 섬에 들어왔을 때 미술학도로서 세이블섬에 사는 말(馬)을 그리고자 하였던 조이는 수십 년을 이 섬에서 보내며 환경 보호 활동가가 되었다. 기다란 섬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말과 말의 사체, 자연을 관찰하고, 섬으로 밀려들어오는 쓰레기들을 분리하고 세세하게 기록하는 작업을 조용하고 묵묵하게 이어나간다.

영화 「혁명을 말하자」 스틸 이미지
영화 「혁명을 말하자」 스틸 이미지
영화 「혁명을 말하자」 스틸 이미지

<혁명을 말하자> (127분, 니콜라 클로츠, 엘리자베트 페르스발)는 시대와 대륙을 초월해 벌어지는 인간 사냥을 다룬 샤머니즘적 다큐멘터리로 영혼과 육체의 저항을 물리치고 체계화하는 전술이자 치료법인 ‘춤’을, <2 파솔리니>(11분, 안드레이 우지커)는 영화감독 파솔리니가 자신의 영화 <마태복음>(1964년)의 촬영지를 물색하던 중 팔레스타인의 사막에서 본 환영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 「플라스틱 기호학」 스틸 이미지
영화 「플라스틱 기호학」 스틸 이미지

영화 <배드 럭 뱅잉>(2021)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루마니아 영화감독 겸 각본가인 라두 주데 감독의 인간 생애를 어린 시절 장난감으로 표현한 신작 <플라스틱 기호학> (22분) 또한 ACC 시네마테크를 통해 광주를 찾았다. 감독은 “우리 삶의 본질을 말뿐만이 아니라 순수한 장난감의 이미지로 전하는 영화를 상상했다.”라고 자신의 영화를 묘사했다.

영화 「달과 나무」 스틸 이미지
영화 「달과 나무」 스틸 이미지

말레이시아 출생으로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인 차이밍량의 2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달과 나무> (34분)는 스물셋에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2년 전 마침내 통증을 느끼고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한 리페이징이 물리치료를 받는 모습과, 세월이 흐를수록 멋과 매력이 더해지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창펑을, <홍콩의 밤>(20분)은 여전히 매혹적이고 아름답지만 일상의 모습이 변해가는 2019년 홍콩의 밤을, 코즈웨이베이 거리를 거닐며 고가도로를 따라 도시의 리듬과 분위기를 기록했다.

7월 추억의 한국 애니메이션과 함께

ACC 시네마테크는 오는 7월, 4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28일과 29일, 오후 3시, 7시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극장3을 찾는다면 추억의 한국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28일 오후 3시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홍길동>(1967년, 66분)이 상영되고, 이후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한명아 애니메이션 감독과의 GV가 예정되어 있다.

홍길동

<홍길동> 은 『소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신동우 화백의 장편 만화 <풍운아 홍길동>을 형인 신동헌 감독이 영화화하여 크게 히트를 쳤고, <홍길동> 개봉 이후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한동안 유행하게 하였다. 이번 상영되는 <홍길동>은 2021년 디지털 심화 복원작업을 거쳐 원본에 가깝게 복원되었다.

호피와 차돌바위

7시에 상영되는 <호피와 차돌바위> (1967년, 74분)는 <홍길동>의 속편과 같은 작품으로 늑대떼의 습격을 받은 홍길동의 제자 차돌바위가 그를 구해준 호피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 일어나는 사건과 모험을 담아낸다.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29일(금) 오후 3시에는,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되며 인기를 모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 방영되며 ‘둘리’를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를 탄생시킨 <아기공룡 둘리>의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1996년, 82분)이 상영된다. 영화는 둘리가 빙산 속에서 한강으로 떠내려온 시점부터 기존의 이야기 속 인물들을 만나는 과정과 타임 코스모스의 오작동으로 우주로의 모험에 오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콩쥐 팥쥐

7월 ACC 시네마테크 마지막 상영작은 고전 동화 ‘콩쥐 팥쥐’를 ‘장화홍련’ 이야기와 함께 각색한 <콩쥐 팥쥐> (1977년, 72분)로, 1964년 실험영화 동호회인 ‘씨네포엠’의 발족인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유현목 감독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 당시에는 드물었던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국내외 유수 국제영화제와 교류하여 영화제의 화제작, 실험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ACC 시네마테크는 매달 마지막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 7시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진행된다. 남은 일정은 7월 28~29일, 8월 25~26일, 9월 22~23일, 10월 27~28일, 11월 22~26일, 12월 29~30일로, 9월에는 넷째 주에 상영되고 11월에는 ‘ACC 나쁜 영화제(가칭)’와 연계 진행으로 일정에 변화가 있으니 방문에 참고하기 바란다.

ACC 시네마테크 포스터
ACC 시네마테크 포스터




by 임우정
larnian_@naver.com
사진
AC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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