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날의 향기나는 산책

5월 6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투어

5월과 6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는 특별한 투어가 있다. 초록이 둘러싼 늦봄과 초여름의 반짝거림과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초록초록 ACC 산책>이 그것이다.

<초록초록 ACC 산책>은 해설사와 함께 초록으로 가득 찬 ACC를 산책하며 주요 공간과, 조경, 공공미술을 둘러보는 도보 투어 프로그램이다. ACC를 거닐며 건축물의 형태와 기능에 따라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들과 산책길에서 만나는 전당의 꽃과 나무, 거기에 공공미술 작품들까지 ACC 이곳저곳을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민주평화교류원 앞 벤치
민주평화교류원 앞 벤치

초록이라는 단어가 가진 기분 좋은 설렘을 가지고 산책이 시작되는 오후 4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산책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둘러본 ACC는 초여름 녹음의 청량감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며 방문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초록초록 ACC 산책>은 민주평화교류원의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한다. 민주평화교류원 일대는 옛 전남도청 본관, 회의실, 별관 등 6개의 보존건물이 있는 광주 정신이 깃든 곳으로 근현대사의 역사적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이다. 특히 광주의 아픈 역사를 지켜본,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현재를 지켜보고 있는 ‘목격자 나무’를 바라보며 그 시절의 투쟁과 그 투쟁을 통해 지금을 누리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Victory!(승리!)」 왕두(Wang Du) 作
「Victory!(승리!)」 왕두(Wang Du) 作

민주평화교류원 일대에서 시작한 산책은 해설사의 이야기와 함께 플라자 브릿지를 건너 하늘마당으로 옮겨간다. 하늘마당으로 건너가기 전 플라자 브릿지에 잠깐 멈춰섰다. 저 멀리 무등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ACC는 주요시설들을 지하에 배치하여 옛 전남도청과 무등산이 가려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그 곳에 서서 무등산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무등산을 잠깐 바라보다 플라자 브릿지 아래로 눈을 돌리자 ACC를 대표하는 공공미술 작품인 왕두(Wang Du) 작가의 <Victory!(승리!)>가 보인다. 여기서 V는 민주주의 자유의 승리를 쟁취한 도시 광주를 나타내며 앙상하게 드러난 뼈는 이를 위해 희생된 5·18 희생자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늘마당 잔디에서 초여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
하늘마당 잔디에서 초여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

플라자 브릿지를 지나 하늘마당으로 건너가니 초여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늘마당은 광주시민들이 사랑하는 장소로 가족들과 푸른 잔디에 누워 햇살을 즐기고, 친구와 앉아 도론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과 음악으로 피크닉을 즐기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초록빛의 시원한 잔디가 파란 하늘을 이고 드넓게 펼쳐진 공간이다. 또 도심 속 아름다운 노을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하니 길을 걷다 노을이 지는 시간이면 잔디에 앉아 잠깐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하늘마당을 지나 문화창조원으로 내려가기 전 ACC 옥상정원에 놓인 70여개의 채광정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옥상정원 채광정은 ACC 읍성의 돌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낮에는 정원의 자연광을 지하 건물로 내려 보내고 밤에는 반대로 건물 안 불빛을 옥상 정원으로 올려 보내는 빛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옥상정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문화창조원으로 내려가면 위에서 보았던 너른 정원의 느낌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무등산의 식생을 참고하여 조성되었다는 ACC 조경은 인위적인 손질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ACC 건립공사 때 나온 정원석들도 함께 배치되어 이러한 느낌을 잘 전달해준다. 멀리서도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가이드수신기를 손에 쥐고 안쪽에 숨어 있는 나무와 꽃을 보러 살짝 다른 길로도 들어가 본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마주한 다양한 수목들이 만들어낸 그늘과 바람에 흩날리는 꽃과 나뭇잎 풍경에 “산책오기를 잘했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나비분수」
「나비분수」

나비가 춤을 추듯 뿜어내는 음악분수인 나비분수대가 있는 작은 정원은 아시아 문화의 가치가 나비처럼 들로, 산으로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예술극장 극장1 외부의 빅도어 앞에서 설명과 함께 ≶초록초록 ACC 산책>이 마무리되었다. 7월에는 예술극장 빅도어 대형스크린을 통해 야외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ACC 빅도어시네마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기대된다.

무수한 초록잎에 얼굴을 마주하고 수선화, 장미, 이팝나무, 작약 등 흐드러지게 피어난 이 계절의 꽃향기를 맡으며 ACC 이곳저곳을 걷다보니 40분의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었다. 서서히 뜨거워져가는 초여름 햇살에 살짝 맺힌 땀을 식혀주는 도심 속 숲을 찾아 떠난 ≶초록초록 ACC 산책>은 일상 속에서 짧지만 긴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초록초록 ACC 산책>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한다. 이 계절이 지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니 6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산책을 놓치지 말고, ACC 누리집(www.acc.go.kr)을 통해 예약하자. ACC는 초록내음 나는 초여름 산책을 시작으로 또 다른 계절의 산책도 준비 중이다. 9월~10월 초가을에는 알록달록 ACC 산책(가제), 11월 초겨울에는 소복소복 ACC 산책(가제)으로 계절을 느끼며 ACC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드는 중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by 박하나
play.hada@gmail.com
사진
A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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