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그 집

나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그 집, 나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위화감을 조성하기보다 당신보다 낮게 낮추어 내려가기에 더 친근한 공간이지만, 누구나 한번쯤 지나가며 “저 곳에 들어가도 될까?”라며 머뭇거린 그 집이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이기에,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듯 쉬이 발을 들여놓지 못 했을 뿐이다.

그러나 한번 들어서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긴 호흡을 주고받게 된다. 당신의 호흡, 그리고 너의 온기, 그것이 이 공간을 따뜻하게 만든다.

“텅 빈 하얀 종이에 목탄이 희미한 선을 그린다, 지웠다 썼다 반복하던 손짓은 마침내 하나의 공간을 탄생 시킨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이름이 있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다.
집을 짓기 위해 설계를 하고 땅을 다진다. 첫 삽이 들어가고 세상에 집을 짓겠다고 알렸다.


“달빛은 수면에 파동을 내지 않은 채 호수 깊이 비춰줍니다.
문화는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인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비춰줍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나 홀로 우뚝 선 건물이 아닐 것입니다.
빛고을의 밝음이 땅 속 깊이 스며야 하지 않겠습니까.
온기를 머금은 땅 속의 훈훈함이 세상의 윗목까지 데워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화는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과거와 미래가 몸과 마음을 부비고 섞는 일...
드러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라만상을 키우는 대지의 마음이 바로 아시아문화전당의 마음입니다...
공손한 마음으로 기원하나이다.
이곳이 국경을 넘어 인종을 넘어 문화예술이 파도치는 푸른 바다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 中 -





2008년 첫 삽이 지면을 파고 포크레인 등 중장비들이 숨 쉬며 땅과 호흡하기 시작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계절들이 수십 번 바뀌며 땅은 새로 지어질 집의 뿌리를 받아들였다. 대지는 어머니라고 했던가, 새로 지어질 아이를 탄생시키기 위해 대지는 산고를 겪고 또 겪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대지 또한 그 통증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아이가 건강하게,
씩씩하게, 예쁘게 태어나길 희망했다.

“아이야, 어서어서 자라서 이 세상에 나오렴, 햇살 밝은 이곳에 엄마의 품에 안겨 그 따뜻한 온기를 이 엄마에게 온전히 내어주렴. 그 보드라운 살결로 이 엄마를 안아주렴. 그렇게 아가야, 너는 세상과 인사하게 될 거야. 태양은 너에게 웃음을 주고, 빛은 너에게 미래를 만들어 줄 거란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괜찮아 힘내렴, 엄마도 힘내서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엄마는 세상에서 만날 널 그리며 호흡하고 있단다.”



대지의 바람처럼 집은 건강하게 지어졌다. 겸손하게 낮게 지어진 집은, 그 낮음을 모두가 알지 못 하게 볕이 잘 드는 집이 되었다. 전통 한옥 구조처럼 마당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쌌다. 건물 곳곳에는 빛의 우물(채광정)이 만들어졌다. 하늘의 빛은, 빛 그대로 여행하고 싶은 그 마음 그대로 이 드넓은 집의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곳곳에 빛의 숨을 불어넣었다. 집은, 지하이나 지하임을 알지 못 하는 공간이 되었다.
지상과 함께하는 건물의 옥상에는 식물들이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나무와 꽃, 식물들이 미래의 숲 공원을 이루기 위해 저마다의 자리에 뿌리를 내렸다. 잔디는 푸르러졌고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집 공간을 둘러싸고 대나무숲 정원이 꾸며졌다.



빛을 불어넣은 공간에는 크고 넓은 방들이 존재한다. 책장을 넣은 곳도, 전시를 하는 곳도, 무대가 들어간 곳도 있다. 크고 넓은 장소들은, 각 공간마다 각자 공간에 맞는 숨이 불어넣어졌다. 나의 집, 이 공간 어느 곳 하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지 않은 곳은 없다.







빛이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아시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휴식공간이다. 책도 있고 디지털 자료로 가득한 도서관 같이 꾸며진 이 공간은 처음부터 자유로운 공간으로 설계되어졌다. 대나무 숲 정원과 채광정을 빛 삼아 이곳은, 숨소리 하나 못 내는 그런 딱딱한 공간이 아닌, 자유롭게 지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아시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드넓은 아시아가 마법의 가루를 이곳에 뿌렸다. 아시아 문화가 숨을 불어넣었다.






미로 같은 길을 지나 빛은 한 복도에 도착했다. 빛이 가득 들어오는 복도에 빛은 멈췄다. 그곳은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 자칫 빛에 대해 민감할 수 있는 전시의 공간과 공연의 공간이 있다. 빛은 고민했다. 이 공간에는 빛을 어떻게 불어넣어야할까. 어떻게 해야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열망을 이루어줄 수 있을까. 그 고민 그대로, 이곳은 어둠과 빛의 공간이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이 공간에는 마지막으로 창작의 혼을 불어넣었다. 다른 건물들과 달리 지상에 세워져 있는 공간도 있다. 이곳은 역사의 숨을 불어 넣어 세계와 소통하는 곳이다.



공간들이 완성되었다. ‘내’가 사는 그 집이 완성되었다.


“공간에 숨이 들어선다. 사람들의 코로 입으로 들이마시고 내시며 그들의 온기로 이 공간을 뜨겁게 달군다. 그 공간이 모여, 내일의 시간이 완성 된다”


11.25
내가 살고 있는 그 집, 나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 담벼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고 무엇으로 채울지는 ‘너’, ‘나’, ‘우리’에게 달려 있다.
나는 이 집에 소소한 여유, 웃음, 열정이 함께 머물고 호흡하기를 바란다.
언제나, 함께.
나, 바로 ‘문화’가 살고 있는 이 집, 이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너의 호흡이, 이곳에서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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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웹진 - L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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