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명 위협에 대한
예술인들의 고민을 담다

2021 ACC_R 레지던시 결과 발표전
‘바이오필리아(생명사랑), 그 너머’

#레지던시


2021 ACC_R 레지던시 결과 발표전‘바이오필리아(생명사랑), 그 너머’

‘지금 행동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아는 세계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은 2006년 ‘스턴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묵시록적 결과를 매우 구체적이고 극적인 방식으로 그렸다.

보고서에는 지구 기온이나 평균기온이 1도가 올라가면 5000만 명분의 물 공급이 위협받고 동물의 10퍼센트가 멸종하고 2도가 오르면 아프리카에서만 6000만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할 것이라고 했다. 3도가 오르면 동물의 40퍼센트가 멸종하고 남유럽에 혹심한 가뭄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이미 20세기가 전한 생명파괴의 경고였으며 21세기의 지구온난화현상은 환경피해의 ‘한계 없음’을 전형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환경 위험을 “인명과 자연의 토대를 위험에 빠트리는 생산품과 생산과정의 산업화가 낳은 부작용”으로 간주했다. 참담한 결과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연출과 시각화가 필요하며 ‘문화들 간의 글로벌 대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경파괴에 따른 생명위협은 이제 우리의 턱 밑을 파고들었다. 지구별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예술인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생명’을 주제로 예술인들의 ‘예술적 가시화’를 통한 대화의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크레이터(The craters) 」 - 이재익 作
「크레이터(The craters) 」 - 이재익 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2관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진행한 레지던시 참여 작가들의 작품전시회인 <2021 ACC_R 레지던시 결과 발표전 ‘바이오필리아(생명사랑), 그 너머’>를 개최한다. 5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22명의 작가 19편의 작품이 전시된다.

지난해 ACC_R 레지던시 결과 발표전 ‘바이오필리아(생명사랑)’가 생태와 자연에 대한 ‘생명’의 당위성을 설정했다면 올해는 그 ‘생명’의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계인격’, ‘한때 생명이었던 물질’, ‘가상인물 등도 생명인가’에 대한 고민은 생명에 대한 외연적 확장과 동시에 인간중심의 생명 정의를 새롭게 관찰하고 연구했다.

이번 전시는 융·복합 기술 기반의 작품들을 비롯하여 전통공예의 현대적 해석, 학제 간 융합 연구 및 비평, 아시아 공동창작 공연 연구물 등 ‘생명사랑 그 너머’를 다양한 관점의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나이트워크(Night Walk) 」 - 이유리 作
「 나이트워크(Night Walk) 」 - 이유리 作

크리에이터스 부분으로 참여한 이유리 작가는 작품 <나이트 워크(Night Walk)>를 통해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설정하고 생명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다양한 지능 형태에 감탄한 작가는 그것에 착안한 곰팡이 로봇을 만들어 새로운 인공 생명 형태를 제시했다. 특히 무생물 로봇이 생명체의 생장과 변이의 개념을 구조 안에 품을 수 있도록 오리가미의 접힘과 펼침으로 유기체적 특성을 표현했다.



「 궤적(Trace) 」 - 권원덕 作
「 궤적(Trace) 」 - 권원덕 作
「 궤적(Trace) 」 - 권원덕 作


디자인 분야의 <궤적(Trace)>으로 참여한 권원덕 작가는 나무가 가진 물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나무가 살아온 궤적 ‘나이테’와 목재로 만들어지는 과정의 궤적 ‘갈라짐’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를 불로 태우는 작업에 중점을 두었다. 사람과 나무, 환경 각각의 궤적이 서로 겹쳐 만들어낸 결과물을 통하여 ‘바이오필리아, 그 너머’의 세상을 그렸다.

「 디지털 사물의 일기 」 - 박주희 作
「 디지털 사물의 일기 」 - 박주희 作


다이얼로그 부분에 참여한 박주희 작가는 <디지털 사물의 일기: 국내 미디어아트 생태계를 조정하는 사물의 행위 능력 추적 연구(A Journal of Digital Objects: A Study on the Agency of Objects That Control the Media Art Ecosystem in South Korea)>를 진행했다. 그녀는 국내 미디어아트 창작자와 문화 예술 기관이 당면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복잡성을,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사회기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디지털 사물(소프트웨어, 컴퓨팅 언어 등)의 행위 능력 추적에 집중했다.
창작자(인간 행위자)와 디지털 사물(비인간 행위자) 간 동맹관계 형성 과정을 통해 디지털 자본주의와 디지털 서구화를 논하면서 미디어아트 네트워크가 보다 민주적이고 윤리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 중첩의 영역(Overlapped Territory) 」 - 수랏 케이시크람(Surat Kaewseekram)  作
「 중첩의 영역(Overlapped Territory) 」 - 수랏 케이시크람(Surat Kaewseekram) 作


시어터 분야 <중첩의 영역(Overlapped Territory)>은 수랏 케이시크람(Surat Kaewseekram) 작품으로 작가는 생태계 보호 목적으로 거주지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태국 고산족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연구물을 설치했다. ‘숲은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까? 아니면 인간과 숲은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과의 공존이 숲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미니인터뷰-- 임리원 학예연구사
<2021 ACC_R 레지던시 결과 발표전 ‘바이오필리아(생명사랑), 그 너머’>를 기획한 임리원 학예연구사의 일문일답을 들어본다.

자료수집에서 히스토리가 나온다

이번 전시전은 단순히 결과 전시가 아니다. 그동안의 과정이 전시로 드러날 뿐이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작가 지원을 하면서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연구 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쓰고 있다. 내용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수개월동안 계속 작가와 창작하고 리서치 했다. 여러 가지 자료 수집을 하다보면 히스토리가 나온다. 그렇게 우리의 역사와 사회, 정치 등 관심가지지 않았던 것들을 연구해 나가고 있다.


현대예술과 기술의 융복합 지원

ACC의 장점은 인프라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신기술 장비들 사용이 가능하고 소속 테크니션(기술자)들이 작가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시도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기술적으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크리에이터스 부분은 현대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으로 기술적인 매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ACC, 아시아의 정체성 새롭게 쓰다

ACC는 아시아의 정체성에 대한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우리가 서구중심으로 바라보고 나부터도 타자화 했던 아시아의 생각들을 우리가 주체가 되어 바라보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작품전시에 있어 특별히 전통공예를 다루었던 것도 전당에서 찾고자 하는 미션을 같이 할 수 있어서이다.





  • 글. 윤미혜 mi4430@naver.com
    사진. 송기호 song@diam.kr

    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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