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CREATION VACCINE : 지구를 위한 창작 백신
2021 ACC 소셜디자인 랩
요약정보
- 아티클
- 교육·포럼
- #친환경
- #소셜디자인
- #그린뉴딜
- #지속가능성
“창작분야 12인/팀 릴레이 오픈톡,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워크숍 운영”
“호남·제주권 10개 대학과 환경 친화적 방식을
접목한 시제품 제작”
“지속가능한 ACC 콘텐츠 창제작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연구 추진”
연일 지속된 대형 화재, 미세먼지, 그리고 지금도 매일 수 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바이러스 등 최근 지구는 우리에게 굉장히 잔인했다. 그러나 그 발원을 곰곰이 되짚어 보자면 인간의 대가 없는 사용에 대한 ‘자연의 역습’일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학적 용어가 탄생했을까? ‘인류세’는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이 최초 언급한 개념으로, 인간을 뜻하는 안트로포(Anthropo)와 ‘새로운’이라는 뜻의 –신-cene이 조합된 지질학적 용어이다. 이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의 지질학적 변화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1] 현재 인류세는 지질학, 생물학은 물론, 인문, 사회과학 분야로까지 확산되며 담론을 형성하고 여러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이 용어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와 시사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 인간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은 자연에 대한 배려가 없었으며 그 결과 역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김하늘)
(프래그랩 대표 이건희)
그렇다면 문화·예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우리가 고귀하다고 여겨온 인류의 ‘창작’활동은 과연 인류세의 등장에 기여한 바가 없을까? 지난 2019년 일민미술관에서 개최한《Dear Amazon : 인류세 2019》展은 인류세의 관점에서 예술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화와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전시의 도록을 확장한 단행본에서 영국의 미술사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T, J. 데모스T. J. Demos는 인류세 담론을 다루는 인문학적 자료들이 계속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2]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제로의 예술(Zero Makes Zero)에서도 인간중심적인 창작 재료와 과정에 대해 경고하고, 사유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3] 이러한 시점에서 다분야 창작자들의 창·제작(Creation & Production)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 ACC)과 아시아문화원(Asia Culture Institute : ACI)은 《2021 ACC 소셜디자인 랩 : ECO CREATION VACCINE》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적 창작이 지구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담론을 생성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ACC 소셜디자인 랩’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이슈를 문화·예술 및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의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프로젝트이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소셜디자인 랩 프로젝트을 통해 다분야 창작자와 버려진 자원을 업사이클링하여 새로운 작품 및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ACC 그린뉴딜가이드북』을 발간하여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창제작 실천법을 제시하였다. 올해는 이에 대한 외연적 확장과 더불어, 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지구와 공존할 수 있는 창작’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실험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이자 결과물을 ‘창작 백신(ECO-CREATION VACCINE)’이라 정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과정을 ‘이해-실험-개발-소비-정착’ 등 다섯 개의 장으로 펼쳐나간다.
가장 먼저 ‘이해’의 장에서는 창작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의 실천과 환경 보전이 왜 필요한지 디자이너·창작자·기업가 및 인플루언서 12인/팀의 강연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생성하고 대중과 소통한다. 제2장 ‘실험’의 장에서는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4]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누구나 참여해 볼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하여 선언적인 구호나 단순한 캠페인 보다는 창작과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실험적 과정을 마련하였다. 제3장 ‘개발’의 장에서는 호남·제주권 10개 [5] 대학의 캡스톤 디자인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패션·공학·공예·서비스디자인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미래의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대안적인 작품과 상품을 함께 개발해본다. 제4장 ‘소비’의 장에서는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과 함께 업사이클링 굿즈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봄으로써 대중들이 직접 소비하고 향유하면서 창작 백신이라는 개념을 우리 주변의 보다 가까운 곳에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제5장 ‘정착’에서는 ACC의 콘텐츠 창제작 프로세스와 공간적 특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기획·운영 방식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대중들과 공유한다. 이를 통해 끊임없는 창조와 제작 과정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창작 백신을 제시하고자 한다.[6]
다시 본 프로젝트의 주제로 되돌아와 묻는다. “지구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창작할 것인가?” 상술하였듯이 창작이라는 행위는 인류의 존엄하고 고귀한 가치이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창작을 멈출 수 없다면 지구와 공존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물음이 올해 ACC 소셜디자인 랩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었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창작의 가치’와 ‘환경적 가치’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기까지 복잡다단한 논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유된 아이디어와 개별적 암묵지가 축적된다면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창작은 현실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많은 혁신가들과 함께 답을 찾고, 때로는 실패도 경험하며 소중한 자산을 축적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인류가 창작을 통해 앞으로 나아왔듯이, 우리는 그 속에서 화합하고 답을 찾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지구와 공존하는 창작을 하게 될 것이다.
1) 최정은, (2020),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적 기술(Art of Living the Anthropocene)』,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ACKIS) Vol. 97, p.2.
2) 일민미술관, (2021), 『디어 아마존 – 인류세에 관하여』 p.51.
3) 제로의 예술 웹진 『가벽 너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김화용)』, https://0makes0.com/webzine/vol4/3/
4) 네덜란드의 친환경 디자이너 데이브 하켄스Dave Hakkens가 만든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기계·설비 시스템을 일컬으며, 오픈소스 방식을 통해 기계와 몰드, 제품, 비즈니스 모델까지 제공하고 있음
5) 군산대, 목포대, 우석대, 원광대, 전남대, 전북대, 전주대, 제주대, 조선대, 호남대 등 10개 대학
6)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연대의 홀씨》展을 비롯해,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展,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등의 전시에 적용된 인쇄법, 모듈형 가벽 등 환경 친화적인 방식, 소재, 규격 등에 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사·정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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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민우(아시아문화원 혁신평가팀)minu@aci-k.kr
20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