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 위기의 지질시대 인류세, 미디어로 체험하다
ACC 복합2관 [지구의 기억] 전시 리뷰
요약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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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샹들리에와 원형 바닥 프로젝션 맵핑이 주는 감각적 경험
ACC 문화창조원 복합 1관에서 급경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복합 2관 전시관에 들어서면 거대한 원형의 높이 솟은 성벽을 마주한다. 이것은 매우 낯선 공간적 경험이다.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이곳에 오면, 인간인 내가 왜소하게 느껴져서 주저함이 생기곤 했다. 이번엔 좀 다르다. 눈을 먼저 사로잡는다. 입구너머 원형의 중앙 높은 천장에서 찬란한 빛의 더미가 눈을 파고든다. 미디어 샹들리에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원형 공간 한가운데 있는 샹들리에 바로 아래에 선다. 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보듯 그 빛의 퍼포먼스를 보는 동안, 파도소리인지 고래소리인지 모를 파열음이 들린다. 하나의 빙하였던 바닥이 조각나면서 순식간에 흩어진다. 아이들은 멈칫하며 본능적으로 얼음 조각들 위로 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녹아버린 바다 한가운데서 어찌할 바 모르며 얼른 빠져나오려 한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암석과 협곡이 형성되고, 순식간에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 숲은 빠르게 고층 건물들과 도로, 자동차들로 가득 차게 된다. 모래바람이 부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이곳은 모래사막으로 변하고, 사막에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닷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할 때 아이들은 파도와 술래잡기하듯 뛰어다닌다. 그러나 그 파도는 또 순식간에 사막을 바다로 만든다. 바다가 얼면서 빙하가 만들어진다. 자연 위기의 순환이 반복된다.
인류세, 인류가 파괴한 자연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
아이들은 대형의 원형 구조물 중앙의 넓은 바닥 프로젝션 맵핑과 사운드 안에서, 신기했다가 재미있다가, 두려워했다. 이미지 위에서 뛰어다니다 멈추었고, 중앙에 있다가 맵핑 이미지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 반복이 계속되었다. 미디어 샹들리에 그 빛의 매혹과 대조적인 인류세의 위기감, 거대한 원형의 성벽과 같은 공간의 위압감과 원형 광장의 자유로움이 이곳에서 공존하고 있다. 지구 환경으로 인해 생존하면서, 그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를 멸종시킬 위기에 처한 인류세 인간의 모순처럼 그렇다.
원형 광장에서 계단을 통해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미디어룸이 있다. 터치스크린에서 인류세에 재앙의 요인이 되는 여러 가지 즉 인류의 행위에 따른 지구의 변화를 체험케 한다. LED 터치스크린에서 꽃잎 이미지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끌어올리면 미디어 샹들리에와 미디어룸 안에서 요인별 환경 변화에 관한 프로젝션이 방 삼면을 가득 채운다.
2021년의 우리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급격한 자연환경의 변화가 생물 종의 멸종과 출현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가 배워 왔던 지질시대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총 5번의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주로 외부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이었고, 생물 종의 잘못은 아니었다. 2000년 지질학자인 폴 크뤼첸은 인류가 멸종의 원인을 제공하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라고 명명했다. 인류세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 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말한다.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는 1950년대 이후부터 지구의 모든 지층에선 방사능의 방출, 플라스틱, 콘크리트, 닭뼈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6번째 대멸종에 대한 위기, 인류세의 시작으로 본다. 2층의 미디어룸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된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 해양오염,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 대지진, 홍수, 핵전쟁 위협 등을 상기시키며 디스토피아적 관점과 유토피아적 관점을 모두 상기시킨다.
미디어로 체험하며 성찰케 하는 지구 환경의 위기
아이들은 이미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Ready Player One」(2018)을 보고 2045년 암울한 지구현실과 가상세계가 혼재된 삶의 방식을 보았다. 영화 「마션 The Martian」(2015)을 보며 지구가 아닌 새로운 행성 화성에서도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을지, ‘감자(식물)’을 키울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TV 뉴스에서는 호주의 기후재난 산불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를,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의 화산 폭발로 인한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룡은 어떻게 멸종했을까? 책을 보며 질문했던 아이들의 수많은 질문이 더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책이나 문자언어보다 시각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들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세계를 인식하고 경험하고 성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구 환경 및 생태의 이슈를 미디어아트 체험이라는 감각적 방식으로 접근한 것은 유의미하다.
지구의 나이 46억살, [지구의 기억] 전은 인류세 현재의 원인이 되는 과거를 기억하면서, 우리가 여전히 그 지구 안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기억은 현재의 삶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현재의 삶은 미래의 삶이 바뀔 수 있음을 함의한다. 그래서 [지구의 기억] 전은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함께 담고 있으며 함께 상상하며 성찰하길 권유하는 상징적 표현이자 성찰로의 권유이다.
MZ세대를 위한 미래형 미술관
MZ세대를 위한 미래형 미술관을 지향하는 ACC 문화창조원 복합 2관은 향후 상설 미디어아트 체험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지구 환경 및 생태’를 주제로 선보인 시범 사업으로서의 미디어 콘텐츠는 관객들의 경험적 관점에서 보다 섬세하게 보강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레지던시, 비디오아트, 실험영화, VR공연, 디자인랩 등 새로운 시대의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들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며 동시대에 의미 있는 주제들을 미디어 콘텐츠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구의 기억] 전은 ‘인류세를 예술로 상상한다’는 메인 컨셉에 기반하여 지구 환경 문제를 미디어로 체험하며 생태계와 문명의 공존 가능성을 성찰해보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전이다. 전시는 ACC 복합2관 상상원 아시아(The circle) 원형공간에서 8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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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천윤희 uni94@hanmail.net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20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