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 연구-터키의 카펫

일상의 관념화된 상징과 종교적 열망이 담긴 카펫 문화를 보다

아시아문화연구소


이슬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히잡, 무슬림, 하랄 푸드, 모스크 등도 연상되지만 최근에는 종교 극단주의에서 비롯된 테러 행위가 아닐까 싶다. 지난 10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한 교사의 길거리 참수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한층 가중시켰고, 이는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은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 퍼져있고, 그 중심에 있는 서아시아 역시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기에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인류 공동체로서 함께 모색이 필요한 과제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아시아문화원은 작년부터 서아시아 문화 연구의 일환으로 카펫을 조사하고 있다. 그 중, 터키 카펫과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이란의 카펫은 본지를 활용해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유목민족의 전통과 이슬람의 종교적 특징이 녹아든 터키 카펫을 살펴보며 이슬람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

카펫은 아시아 유목민족으로부터 출현하여 그들의 생활과 미의식을 반영하며,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아시아 문화 속에서 화려하게 꽃피워 난 산물이다. 현존하는‘오리엔탈 카펫’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은 최소 2,500년 전 만들어졌고, 여러 사료를 종합해 볼 때 카펫은 바닥 깔개의 형태로 선사시대부터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의 카펫도 이러한 역사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민족의 이동 또는 지리적 위치에 따른 변화를 흡수하며 발전해 나갔다. 그리고 7세기 후반, 이슬람의 도래 이후 터키 카펫은 지역 고유의 문화에 종교적 색채를 입고 나타났다.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터키의 민족과 지리적 특성 그리고 이슬람에 대해 짧게 짚어보자.

터키는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기원한 튀르크 민족을 조상으로 하며, 이들 중 오구즈 계통의 튀르크인들이 아나톨리아 반도에 자리를 잡으며 형성된 국가이다. 아나톨리아 반도의 중심부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연계하는 교역의 중심지였고, 이 지역은 고대 히타이트 문명의 시발로서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서북부 유럽의 게르만 등의 다양한 민족이 유입된 곳이다. 또한,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정교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종교이다. 터키 역시 오스만 제국의 붕괴 이전까지 종교적 지도자가 세속적인 통치자를 겸하며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이슬람의 교리를 적용하였다. 따라서 터키 카펫은 중앙아시아 유목민족으로부터 탄생하여 아나톨리아 지역에 살아온 이들의 자취를 갖고 이슬람 문화 위에서 만들어졌다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이슬람은 그 이전 시대의 유물인 우상숭배 전통과 반대로 종교 장소에서 인간, 동물과 같이 생명이 있는 대상을 묘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금지했다. 신과 예언자에 대한 묘사는 가장 불경한 행위였기에 이슬람 예술은 현실 재현이 아닌 관념과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기하학적 무늬, 추상적인 식물무늬, 문자를 활용한 장식이 발전하였다. 무슬림의 가정과 신앙 활동에서 모두 쓰이는 카펫은 이러한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미지 설명
1. 코냐 모스크 카펫, 터키, 13세기, 519 x 294 cm 출처: Museum of Turkish and Islamic Art, Istanbul

현존하는 터키 카펫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중 하나인 <코냐 모스크 카펫>(사진1)은 중앙의 기하학적 문양과 테두리의 아랍어 비문 장식을 보이며, 우상숭배 금지로 사실주의를 탈피하고자 고안된 추상 양식을 보여준다. 한편 같은 시기에 제작된 카펫 조각(사진2)은 터키의 지리적 환경과 이슬람 문장(紋章)의 결합을 보여주는 예로, 팔각형의 양식화된 문양을 둘러싸고 꽃과 물고기, 새가 반복적으로 새겨진 장식을 보인다. 특히 고온 건조한 기후로 물이 귀한 지역에서 생명력이 가득한 물고기, 식물은 풍요로운 안식을 주는 모티프로 나타났고, 팔각형, 8개 꼭지의 별 모양 또한, 이슬람 이전의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충만함과 재생의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이슬람에서도 이러한 상징들은 유사한 의미로 자주 등장한다. 즉, 이슬람이 엄격한 종교이긴 하나, 그 지역에 살아온 이들의 정서를 배제하고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님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음의 ‘벨벳 패널’카펫(사진3)은 시작점과 끝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렬된 형식을 통해‘신은 영원하다’라는 이슬람 개념을 보여주며, 야자수 잎사귀 안의 각기 다른 형태의 수목문은 신을 제외하고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세 개의 아치형 디자인 카펫>(사진4)은 기도용 깔개로서 이슬람의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공간인 ‘미흐랍(Mihrab)’을 형상화한 것인데, 이는 이슬람에서 낙원 그 자체로 통용된다. 카펫은 메카를 향하므로 한 방향을 보이고, 중앙 아치에 달린 램프는 ‘신성한 빛’의 상징으로 신을 비유하며, 테두리와 배경의 연주문, 팔메트문, 아라베스크 등 식물 모티프는 이슬람 양식으로 추상화된 장식 문양을 보인다. 흥미롭게도 건축양식은 당시 유행한 유럽풍의 장식을 반영하며 동서 문화가 혼합된 터키 카펫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실로 다양한 디자인과 문양 상징을 포함한 카펫들이 존재하며 그 안에 나타난 이슬람의 상징은 장신구, 도서, 건축 등에서도 발견된다. 즉, 무슬림 사회에서 이슬람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종교이자 거대한 문화적 실체로서 나타난다. 따라서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에서 이슬람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종교와 또 다른 복잡다단한 형태라 보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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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셀주크 카펫 조각, 터키, 13세기, 230 x 380 cm 출처: The Vakiflar Carpet Museum, Istanbul

터키와 동족인 투르크메니스탄에는 “물은 투르멘들의 생명이요, 말은 그들의 날개요, 그리고 카펫은 그들의 영혼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터키인들에게도 선사시대부터 그들과 함께해온 카펫은 앞의 문장과 같은 의미를 지닐 것이다. 일상의 관념화된 상징과 삶을 더 이롭게 하는 종교적 열망을 충실히 담고 있는 터키 카펫을 통해 이슬람과 터키인들의 문화를 더 가깝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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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벨벳 패널, 터키, 16세기 후반-17세기 초, 176.5 x 125.1 cm. 출처: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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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 개의 아치형 디자인 카펫, 터키, 1575-90, 172.7 x 127 cm.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 글.정지희 jhjung@aci-k.kr
    현,아시아문화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기획팀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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