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서수진

실용성과 독창성을 향한 디자인 열정

레지던스

패션 디자이너 서수진

디자이너 서수진은 건국대학교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였고 2014년부터 남성복 브랜드 ‘바니앤블랜치(BONNIE&BLANCHE)’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8년 여성복 브랜드 ‘유어인바이티드(You are invited)’를 런칭하여 패션 디자이너와 텍스타일 디자이너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보인다는 뜻이다.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은 천하게 보이고 좋은 옷을 입은 사람은 귀하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좋은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알맞은 옷을 입는 것도 필요하다. 평범한 날에는 간편한 옷을 걸치고, 특별한 자리에는 그에 적합한 옷을 입어야 보기 좋다. 게다가 사람들은 매일 옷을 입을 때 날씨에 따라 옷을 고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옷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간사회에서 옷의 역할은 크다. 그런데 우리가 사 입는 그 옷들은 맨 처음에 누가 만드는 것일까? 바로 패션 디자이너다. 패션 디자이너는 알맞은 천을 선택하고 색상, 무늬, 형태 등을 디자인하여 대중적인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옷을 만든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노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션 디자이너는 사회 분위기와 문화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대중들의 취향과 유행의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2019년 하반기 ACC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들 중에도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서수진이다. 그는 일찌감치 패션업계에 뛰어든 젊은이다. 이런 선택에는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의류사업을 한 어머니의 영향이 매우 컸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일을 어깨 너머로 보고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패션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였고, 대학생 시절에도 어머니의 사업을 도우며 실무를 터득하였다. 그는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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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남성복 브랜드 ‘바니앤블랜치(BONNIE&BLANCHE)’
좌측 상단부터 2014 가을/겨울, 2015 봄/여름, 2015 여름, 2015 겨울, 2016 여름, 2016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면, 폴리에스테르, 울 등의 소재로 제작)


2014년에 서수진은 남성복 브랜드 <바니앤블랜치(BONNIE&BLANCHE)>의 총괄 디자이너가 되었다. 어머니가 사업의 대표를 맡고 그는 디자인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이 브랜드에서는 주로 현대적인 분위기의 간편한 평상복을 제작하여 선보였는데, 꽃 이미지를 극도로 단순화한 추상적인 색상과 다양한 절개 요소를 조합하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바니앤블랜치>를 운영하며 그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노력해왔다. 옷감의 선택에서부터 견본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바니앤블랜치>는 온라인으로만 판매되고 있는데, 대체로 젊은 남성들이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옷들이기 때문에 2014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남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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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여성복 브랜드 ‘유어인바이티드(You are invited)’
상단부터 2018 가을/겨울, 2019 봄/여름 시즌 컬렉션(면, 폴리에스테르, 실크, 울 등의 소재로 제작)


한동안 남성복을 만들어온 서수진은 자신의 표현 영역을 더 넓히고 싶었다. 그리고 남성 소비자뿐만 아니라 여성 소비자까지도 공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내놓고 싶었다. 그래서 2018년 하반기에 여성복 브랜드 ‘유어인바이티드(You are invited)’를 선보였다. ‘당신은 초대되었습니다.’라는 의미의 이 여성복 브랜드를 통해 그는 아름답고 당당한 여성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며 서수진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였다. 그래서 이미 제작된 원단을 구입하여 옷을 만드는 방식과 차별화하기 위해 그는 직접 독특한 문양을 개발하여 원단을 제작하기로 했다. 특히 꽃무늬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그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계절 이미지에 맞는 다양한 꽃무늬를 스케치하고 여러 재료로 채색해서 완성한다. 이렇게 손으로 그린 문양을 평판 스캔을 해서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시키고, 컴퓨터를 이용해 다시 반복되는 문양으로 편집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인쇄 공장으로 가져가서 원단에 인쇄를 시킨다. 이제 원단을 가지고 알맞은 옷을 구상하고 견본을 제작한다. 즉 의류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며 디자이너의 감성을 소재부터 옷 디자인까지 통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그는 자신이 만든 문양과 옷을 디자인특허등록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꽃무늬는 여성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소재이고 개발과 변형 가능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계속 꽃무늬를 연구할 생각이다. 온라인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여성복 브랜드 ‘유어인바이티드’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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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2018 롯데백화점 아트프로젝트 LAAP (Lotte Annual Art Project)
<잉여의 쓰임 Ⅳ - From Upcycle to Fashion>전시회, <업사이클링 자켓>, 원두 포대자루. 2018


서수진은 남성복과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편, 패션 디자이너로서 몇몇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였다. 2018년 롯데백화점은 전국의 11개 롯데갤러리에서 동시에 아트프로젝트인 ‘LAAP’(LOTTE ANNUAL ART PROJECT)을 추진하였는데, 그중 롯데갤러리 광주점은 광주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잉여의 쓰임 Ⅳ - From Upcycle to Fashion>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플라스틱 페트병처럼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자원을 새롭게 활용하여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개념의 디자인 전시였다. 이 전시에 참여한 서수진은 광주광역시 동구 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두 포대자루를 이용하여 실용적으로 착용 가능한 자켓을 만들었다. 황마포 소재의 거친 원두 포대자루에 인쇄되어 있던 상표와 글씨 이미지들은 마치 새로운 자켓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처럼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어우러졌다.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는 옷이 만들어진 것이다.(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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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Design ACC 2018, 팝업스토어 프로그램 참가 작품, 2018


2018년에 서수진이 참여한 또 다른 프로젝트는 ‘Design ACC 2018’이었다. ACC가 주최한 이 프로젝트는 카페, 레스토랑, 상가들이 많은 동명동에서 디자인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총 40개의 상점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 서수진이 참여한 팝업스토어 프로그램은 14개의 상점과 공예, 패션,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1대 1로 만나 협업하여 새로운 문화와 디자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동명동의 쥬얼리 공방 ‘푸케금빛제작소’와 함께 작업했다. 기존의 쥬얼리 공방에 어울리는 의상들을 배치하여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는데, 특히 쇼윈도우에는 그가 만든 옷들을 전시하여 행인들의 시선을 상점으로 유도했다.(사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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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로고를 이용한 문양 및 상품 개발, 2019


Design ACC 2018에 참여한 서수진에게 2019년에는 ACC에서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의 알파벳 머릿글자인 ‘ACC’를 이용한 디자인 상품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수진은 타블렛으로 ACC라는 글자를 드로잉한 뒤 디지털 작업으로 문양을 제작하였다. 손으로 그린 필기체 스타일의 글자들을 율동감이 강한 반복적인 문양으로 배치하였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미지들은 ACC의 현대적인 분위기와 잘 맞았다. 서수진이 개발한 디지털 문양은 앞치마, 파우치, 에코백 등 일상용품으로 제작되어 ACC 문화상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다.(사진5)

현재 서수진은 ACC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소속된 여러 나라의 국화(國花)를 연구한 다음 각 나라를 상징하는 꽃 이미지를 조합한 새로운 문양을 개발하려고 한다. 아세안이 상징하는 다양성과 조화의 의미를 담아내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이 문양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우산, 스카프, 휴대폰 케이스, 가죽 파우치 같은 소품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 상품들 역시 10월 하순에 ACC문화상품점에서 전시되고, 그 이후에 판매될 예정이다.

디자이너로서 서수진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옷이나 소품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상품을 애용하며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를 바란다. 대중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 실용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디자이너를 꿈꾼다. 오늘도 그 꿈이 현실이 되도록 그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 . 백종옥 icezug@hanmail.net
  • 사진. 서수진 bonniensu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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