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두교 신화와 신들

인구만큼 많은 신들

아시아문화연구소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은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이다. 이를 트리무리티(Trimūrithi, 삼주신)라고 하는데, 각각 우주의 창조, 유지, 파괴를 주관한다. 브라흐마는 신으로 인정이 되지만 이름으로만 존재(세상을 창조한 이후 공기화되었다)하며, 비슈누와 시바가 실재하는 신으로서 세상을 관장한다. 많은 신도가 비슈누와 시바를 믿는데, 그리하여 힌두교의 2대 종파가 형성되었다.

뱀의 왕 셰샤의 등을 타고 있는 비슈누(왼쪽)와 라크슈미, 1870년경.

힌두교에는 비슈누와 시바에 관한 신화가 많다. 기본적으로 비슈누 신은 태양신으로서 제례와 관련이 깊으며, 명랑하고 전통적인 색채가 농후하다. 반면, 시바 신은 가축 떼의 우두머리로 산중에 살면서 제사를 줄이고, 흉포하고 음산한 양상을 띤다. 비슈누는 대해의 바닥에서 아내인 슈리 라크슈미를 껴안고 뱀의 왕 셰샤를 베개 삼아 편안히 잠을 자는데, 유사시에는 신들의 청을 받아들여 악마를 물리치고 정의를 지킨다. 특히 비슈누는 가장 자비로운 신으로 세상을 구제하는 수호신으로서의 위상이 높다.

비슈누의 아바타라. (왼쪽으로부터) 마츠야, 쿠르마, 바라하, 나라심하, 바마나, 파라슈라마, 라마, 발라라마, 고타마 붓다, 칼키. 19세기 전통 회화.

세계의 질서와 도덕의 위기가 다가오면 아바타라(Avatara)가 인간 세상을 구원하러 온다고 한다. 즉 비슈누 신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인간으로 형상을 바꾼 화신(化身)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현재까지 등장한 대표적인 아바타라는, 마츠야(Matsya, 물고기), 쿠르마(Kurma, 거북이), 바라하(Varāhā, 멧돼지), 나라심하(Narasiṁha, 반인반수), 바마나(Vāmana, 난쟁이), 파라슈라마(Paraśrama), 라마(Rāma), 크리슈나(Kṛiṣhṇa), 부처(Gautama Buddha)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할 아바타라는 칼키(Kalki, 백마)이다. 인도 신화로 알려진 《파드마 푸라나》에 따르면 열 번째의 화신이자 예언자적 구원자인 칼키가 암흑과 다툼의 시대인 칼리 유가의 말기에 출현해 타락한 세상을 파괴하여 평화 중심의 신세계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힌두 전통에 따르면, 현 시대가 칼리 유가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슈누는 구세주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성격이 유일신교적 신애(信愛)의 정신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불교의 화신불 개념도 이 아바타라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비하여 시바 신은 요괴와 괴물의 우두머리로서 화장터를 방황하며, 전신에는 시체의 재를 바르고 코끼리 가죽을 걸치고 있다. 큰뱀을 띠로 두르고 심산영봉인 카이라사에서 심한 고행을 한다고 하며, 히말라야산의 딸 우마와 파르바티 등을 아내로 여긴다. 시바의 아들은 군신인 스칸다이다. 시바 신과 여신들은 광폭하고 방탕한 성격을 농후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다크샤 프라쟈파티의 제식에 불청객으로 쳐들어가 제사를 방해하고, 사슴이 되어 도망치는 제사 행렬을 쫓아가 고행에 장애가 되는 사랑의 신을 불태워 죽인 후, 흉폭한 산간민 키라타의 우두머리로서 군림한다고 한다. 먼 옛날부터 가무음곡의 수호신으로서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문예 작품이 이 신에게 바쳐졌다.

시바(왼쪽)와 파르바티, 1800년대.

인도의 신화는 베다 시대의 신화와 힌두교 신화로 나눌 수 있다. 《베다》에 등장하는 신들은 태양, 불, 바람, 비와 번개 등 자연현상에서 연원하는 것이 많다. 천둥과 번개로 상징되는 인드라는 무용(武勇)의 신으로서 금강저를 가지고 있으며, 신의 술인 ‘소마’를 마셔 슬기를 기른다. 인간 세계에 물을 가져다주는 존재이기도 한 인드라는 폭풍의 신인 마루트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악마 브리트라를 물리친다. 제사의 뜨락을 비추는 불의 신 ‘아그니’는 신들과 인간을 연결하는 신으로서, 제주의 손님이 되어 불에 바쳐진 제물을 천상으로 운반한다고 여긴다. 율법의 신 바루나는 우주적 질서인 리타(Rta)를 지니며, 일월(日月)의 운행과 사계의 순환을 주관한다. 그리고 탐정을 보내 인간의 행동을 감시하고 동아줄로 악인을 징계한다. 바루나는 계약의 신인 미트라, 관대의 신격화인 아리아만과 함께 아디티야(해와 달의 운행 혹은 자연의 질서를 뜻함.) 삼신으로 알려졌다. 바루나도 옛날부터 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일체의 만상을 키우고 생물에 활기를 불어넣는 태양은 수리아, 사비트리, 푸샨, 비슈누 등의 이름으로 숭배된다. 이외에 여신으로 그리스의 ‘로고스’(말)와 비교되는 말의 신(言神) 바치, 일체를 간직 하고 풍양을 베푸는 대지의 신격화인 푸리티비, 밤의 정령 라트리, 숲의 정령 아라니야니, 강의 정령 사라스마티 등의 신이 있다. 특히 동녘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새벽녘의 여신은 ‘우샤스’인데, 이 신에 대한 묘사에서 고대 인도인의 가련한 처녀상을 엿볼 수 있다. 그리스의 신화와 비교할 때 베다의 신들은 종교적 색채가 짙고, 각자 독립성이 강하다. 그리고 상호간 친족관계를 나타내는 계보가 분명하지 않다.

이 외에 세계의 수호신으로서 동서남북으로 인드라, 바루나, 야마, 쿠베라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인드라와 바루나는 《베다》에서 등장하는 신이다. 반면, 야마는 원래 사자 나라의 왕(불교의 염라대왕) 으로서 밝은 측면을 띠고 있었지만, 힌두교에서는 검붉게 빛나는 피부에 누런 옷을 걸치고 손에는 새끼줄을 들고 있다. 인간의 몸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영혼을 사정없이 뽑아가 버리는 사신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사신이라기보다 악인을 징계하는 율법적 성격이 강한 점은, ‘다르마라자’(dharmarāja: 법 의 왕)라는 별명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타바-베다 삼히타 경전 471쪽

쿠베라는 재화와 보물의 신으로, 히말라야의 카이라사 산정에 있는 아름다운 아라카 궁전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상 요괴, 야차, 나찰의 우두머리로서, 명랑한 성격은 없어 보인다. 이 신들은 옛날 유해를 휘저어 불로불사의 묘약 아무리타를 만들어 마심으로써 불사의 힘을 얻었다고 한다. 악마 라푸는 아무리타를 마시는 신들 틈에 몰래 끼어들었다가 일월(日月)의 최고 신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타가 이미 그의 목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목만이 불사의 부분이 되었다고 전한다. 고자질에 원한을 품은 라푸는 가끔 일월을 침식하여 지금도 목 부분을 보이고 있다.

로카푸루샤의 초상. 삼가야나라야나 원고. 16세기 인도.

그런가 하면, 후세의 철학적 사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우주 창조 신화도 있다. 이 신화에 따르면, 깊디깊은 물속에 ‘황금의 태아’가 잉태되어, 거기에서 신들이 태어나 태양과 교접함으로써 산과 바다가 생겨났다고 전한다. 그리고 유와 무도 없던 태고의 암흑 속에서 잠자고 있는 유일한 중성적 원리에서 일체가 개벽했다. 최초의 인류인 원인(原人) 푸르샤를 신에게 제물로 바침으로써 그 신체의 각 부분에서 삼라만상과 4계급이 생겼다는 거인해체 신화 등도 이 신화에 포함되어 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홍수 신화, 오직 혼자 살아남은 인간의 조상 마누가 겪은 고행 덕분에 인류가 번영하였다는 전설도 이 신화와 함께 전해오고 있다.

  • . 산토쉬 꾸말 굽타 (Santosh K. Gupta) santoshgupta@gmail.com
  • 사진. 위키피디아

    현, 인도 아미티대학교 언어학과 부교수.
    서울대 규장각 박사후연구원 역임.
    전공, 원불교와 관련된 한·인도 비교 연구
    논저, 〈소태산과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 비교 연구〉(2015), <현대 원불교의 사회적 차원〉(201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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