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ACC월드뮤직페스티벌

음악이라는 치유제와 함께 한 10년

이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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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가 담겨 있는
오늘의 음악, ‘월드뮤직’
한여름 밤 무더위를 날리는 종합예술축제!
열 번째 축제를 맞이한
‘2019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무릇. 뭔가를 10년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굳이 1만 시간의 법칙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 가지 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 이면에 배어있는 땀과 노력이 얼마나 많았을지 가늠케 한다. 10년 동안 ‘월드뮤직’이라는 씨앗을 척박한 땅에 심고자 한 이들의 노력. 그 노력에 대한 화답이었을까? 야외 공연 성공의 관건은 ‘날씨’라는데 2019년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ACC에서 열린 2019 ACC 월드뮤직페스티벌은 3일 동안 단 한 차례의 비도 내리지 않고 야외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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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광장 스테이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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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극장 스테이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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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안내소 아래 스테이지 3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의 스테이지는 총 3곳. 방문자 안내소 아래 설치된 ‘스테이지 3’부터 미디어월과 함께하는 야외광장 ‘스테이지 2’, 그리고 예술극장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스테이지 1’이 월드뮤직페스티벌의 공연장이다. 타임 테이블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골라먹듯 한 시간에 한 번씩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의 무대로 옮겨 다니며 음악을 듣는 것이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의 재미이기도 하다.

가슴 뭉클한 10년 만의 만남
다시 만나 반가운 인도 아티스트,
‘드바시시 바타차리야 트리오’와의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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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기세가 한 풀 꺾은 저녁 7시. 인도에서 온 드바시시 바타차리야 트리오를 만나러 빅도어 스테이지로 향한다. 꼭 10년 전. ACC월드뮤직페스티벌에 초청됐던 아티스트가 10년 후 같은 페스티벌의 무대에 선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열 번째 ACC월드뮤직페스티벌에 초대되어 행복합니다..
2010년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아티스트도 행복하고, 관객들도 뭉클한 공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악기는 단 둘. 타악기와 힌두스타니 슬라이드 기타뿐이었지만 빅도어 스테이지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맑고 영롱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현의 울림과 심장을 저격하되 무겁지 않은 타악 소리는 마치 대화하듯 울려 퍼졌다. 발리우드 뮤비(인도 영화)에서 많이 들어봤던 선율과 리듬이라 반갑고, 둘만으로도 빈틈없이 꽉 채워지는 음악이 놀랍기도 했다.

20여 분 간 두 연주자들의 연주가 계속 되다, 드디어 보컬리스트의 등장! 대한민국도, 광주도 처음 왔다는 보컬리스트의 기분 좋은 흥분이 객석까지 느껴질 듯 싱그러웠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 수줍게 인사하던 그녀가 박수를 유도하더니 마치 랩 같은 보컬을 쏟아낸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들어도 충분히 감동적인 월드뮤직. 좋다 보니 더욱 더 욕심이 난다. 연주되는 곡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월드뮤직과 함께하는 세계여행이 더욱 알찼을 텐데....아티스트들의 토크에 통역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연이 만족스러울수록 아쉬움도 진해졌다.

월드뮤직이 흐르는 밤의 요람으로 오라!
9개국 14팀의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월드뮤직의 세계
세계음악과 한국 뮤지션의 협연을 통한 글로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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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에 밤의 장막이 드리우면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의 클라이맥스가 열린다. 밤의 장막 아래 살포시 내려앉은 ACC는 마치 우리들만의 아지트처럼 몽환적이고 안온하다.

이 밤의 요람에서 헝가리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라카토쉬’를 만나고, 이탈리아의 레게 덥 밴드, ‘보엠’을 만났다. 아랍 멜로디와 아프라카 리듬, 페르시안 사운드가 한데 어울린 ‘엘 아미르 플라멩코 메디테라네오 앙상블’의 화려하고 독특한 무대에 매혹됐다.

빅도어 스테이지와 ACC 광장을 가득 채우기 충분했던 이란의 국민가수인 ‘알리레자 고르바니’, 포르투칼의 디바 ‘사라 꼬레이아’의 열정적인 무대. 레지던시를 통해 이라크의 콰논과 한국의 해금, 가야금의 협연을 일구어낸 ‘푸랏 콰도리’와 ‘밴드 둘다’의 합동 공연은 월드뮤직페스티벌이 나가야 할 방향 중 하나를 보여주는 특별한 무대이기도 했다.

음악으로 역사를 치유하다
음악으로 세계와 소통하다
상처를 치유하고 피어난
가장 평화롭고 가장 자유로운 월드뮤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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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7일. 이날은 광주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출발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온종일 비가 내렸던 날. ‘행사하는 날에 비가 오면 사업이 잘 된다’는 옛말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시작했던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올해로 10회 째를 맞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티스트 ‘수키 아프리카’가 첫 문을 열었던 월드뮤직페스티벌은 2010년 1회부터 지난해인 2018년 9회 월드뮤직페스티벌까지 55개국 230개 팀의 아티스트, 156,726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2010년 시작할 때 명명했던 이름,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지난 2016년 ‘ACC월드뮤직페스티벌’라 변경됐지만, 월드뮤직페스티벌에 담긴 사랑, 열정, 포용, 평화, 소통이라는 가치들은 변치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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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지속해 온 ACC의 대표 콘텐츠답게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에도 여유가 넘쳤다. ACC월드뮤직페스티벌용 일회용 종이의자는 관람의 필수 아이템, 돗자리를 가져와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도 많았다.

낯설지만 자꾸 듣고 싶은 음악, [월드뮤직] 그 음악에 가장 먼저 몸을 맡긴 것은 유치원생 꼬마였다. 쿵짝쿵짝 리듬에 맞춰 맘대로 춤을 추는 막춤의 퍼레이드는 무대 위의 아티스트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명장면. 음악과 함께 자신의 에너지를 불사르는 꼬마 월드뮤직 마니아 뿐만 아니라 헝가리, 인도, 이라크, 이탈리아를 막론하고 세계 어느 나라의 음악이든 거부 없이 그 속에서 뛰고, 먹고, 쉬며 음악과 하나 되는 시민들과 아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지난 10년간의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이 일군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잔디밭, 계단, 2층 난간. 장소를 불문하고 월드뮤직이 흐르는 공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편안하게 공연을 보는 시민들. 이 모습은 얼마나 뿌듯한 장면인가. 인도, 헝가리, 이라크,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네오 소울, 파두, 플라멩코, 레게, 국악 등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음악을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유년 시절이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사는 동안 두고두고 꺼내어 볼 추억이자, 감성이 살아있는 인간으로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39년 전 광주사람들의 피 땀 눈물로 지켜낸 민주, 자유, 평화, 인권의 성지. 39년 전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대신, 이웃을, 아이를, 그리고 미래를 지키고자 했던 순결한 청춘들이 잠들어 있는 이 공간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평화로운 월드뮤직의 무대가 됐다는 것은 어쩌면 감격적인 필연인지도 모른다. 음악이란 무릇,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면서 가장 강력한 치유제임으로!



  • . 최민임 samagg@hanmail.net
  • 사진. A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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