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헤미안”으로 간다

숨결까지 전해지는 라이브무대

광주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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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사라진다
음악 공연 전용 소극장 ‘보헤미안’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기타 연주와 함께 보컬의 매력적인 음색이 관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불과 1미터 남짓.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오프닝곡이 끝나고 공연의 열기가 달아오르자 그나마 남아있던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사라진다.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 공연팀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과 벅찬 숨소리에서 오로지 이 순간을 향해 달려온 열정이 오롯이 전해진다. 단지 온몸의 감각을 열고 음악에 몸을 맡길 준비만 하면 된다. 안개 속을 걷는 사람이 안개에 젖듯 짜릿한 전율과 감동이 스며들어온다. 서로의 눈빛과 숨결까지 나누는 작고 아담한 공간이기에 관객은 무대와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맛보게 된다. 또 다른 전설의 록밴드를 꿈꾸는 이들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울려 퍼지는 곳. 음악전용 소극장, 이곳은 ‘보헤미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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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의 공연부터
유명 뮤지션의 무대까지..
온몸으로 경험하는 라이브의 세계!




음악을 오디오 음원으로 듣는 것과 라이브 공연으로 즐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보헤미안’을 추천한다. 보헤미안은 광주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악 공연 전용 소극장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실력 있는 인디밴드들의 공연부터 유명 가수의 무대까지 다양한 라이브공연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무대의 흥과 객석의 감동이 함께 뒤섞이는 딱 필요한 만큼의 공간, 크고 화려한 무대가 줄 수 없는 더 찐~하고 더 친밀한 감동이 펼쳐지는 공연장이다.

김남국 보헤미안 대표

“큰 무대는 관객들과 거리가 있고 뮤지션 입장에서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많은데, 클럽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공연을 할 수 있고 관객들은 뮤지션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는 소통의 장이 되죠.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끼를 더 많이 보여주고 좀 더 솔직하게 소통하는 공간, 한발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공연이 이뤄지는 게 저희 클럽의 장점인 것 같아요.”

2014년 8월 오픈.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탄생한 보헤미안.
개관 만 5년째 여전히 녹록지 않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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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김남국 대표



ACC 바로 건너편, 자그마한 건물의 지하층에 자리한 ‘보헤미안’. 공연이 없는 날, 인터뷰를 위해 보헤미안을 찾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아담한 음악 작업실과 80석 규모의 공연장이 눈에 들어온다. 의자를 빼면 최대 200여 명 정도가 함께 할 수 있는 스탠딩 공연장이 된다고 한다. 벽에 붙은 공연 홍보물에서 보헤미안의 지나온 시간이 스쳐간다. 대한민국 포크의 전설인 김두수의 공연부터 싱어송라이터 박강수, 산울림 김창훈, 록밴드 모비딕,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 등 유명가수들부터 지역 인디밴드인 헤비게이지, 거봉블루스, 석형밴드, 이안밴드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보헤미안을 거쳐 갔다. 2014년 8월에 오픈해 올해로 개관 만 5년째를 맞은 보헤미안. 대학 시절에는 락밴드 동아리 활동으로, 직장을 다니면서는 직장인 밴드의 드러머로, 늘 음악과 함께 해왔던 김남국 대표의 오랜 꿈이 실현된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음반회사를 다니던 시절,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공연을 접했고 밴드의 매니지먼트 일을 하며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를 지켜보았다. 실력은 있지만 기회가 부족해 꿈을 펼치지 못하는 여러 인디밴드들을 보며 언젠가는 라이브클럽을 운영해보리라 작은 소망을 품었다. 음반회사 일을 접고 광주에 돌아온 뒤 꼬박 일 년 넘게 오픈 준비에 매달렸다. 투자금도 부족했고 공간을 찾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좌절도 많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 간절한 마음이 더 컸다.

김남국 보헤미안 대표

“공간을 구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 어떤 곳에서는 공연장을 한다니까 자기는 락음악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는 주인분도 있었고, 어떤 곳은 계약을 하려했는데 누수가 정말 심해서 취소해야 했고.. 그러다가 이곳을 만나게 됐어요. 이 공간 하나만 보고 시작했는데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서 반갑기도 했고요. 규모가 처음 생각보다 두 배 이상 커져서 투자금도 몇 배가 더 들어가고 지금도 계속 빚을 갚고 있는 중이에요. 공사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우여곡절을 말하자면 정말 끝이 없죠. 그래도 시작했다는 게 꿈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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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에 공연이 있는 날이면 김남국 대표는 쉴 틈 없이 분주하다. 조명부터 음향, 악기 세팅, 조율, 좌석 정비 등 공연과 관련된 모든 작업이 김남국 대표의 몫이다. 오픈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유지하는 것은 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일임을 한 해 두 해 치열하게 깨닫는 중이다. 가장 힘든 점은 지역 사회의 음악을 즐기는 문화에 대한 부분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그다지 높지 않고, 유명 가수가 아닌 이상 기획공연이 성공하기 어려운 지역의 여건이 가장 아쉽다. 보헤미안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이 자리 잡기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서 보헤미안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 그 역설에 기대어 오늘도 보헤미안은 조명을 켜고 볼륨을 높인다. 김남국 대표가 가장 애정을 갖고 준비하는 공연은 바로 지역의 인디밴드들의 무대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꿈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인디밴드들에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숨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주고 싶다.

김남국 보헤미안 대표

“지역의 실력 있는 인디밴드들이 참 많은데 기회가 부족한 것 같아요. 재능도 기술도 훌륭한데 사람들 사이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는 현실이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알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아야 하잖아요. 저희 보헤미안이 그런 지역 밴드들의 가교 역할을 한다면 참 좋겠어요.”

매달 한차례 선보이는
기획공연 ‘플라이데이’
2년째 꾸준히 진행
지역 인디밴드와 관객이 교감하는 무대




보헤미안에서는 보통 한 달에 네 차례 정도 공연이 열린다. 단순히 대관을 해주는 대관공연도 있고 보헤미안에서 직접 마련하는 기획공연도 있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일명 ‘플라이데이’는 보헤미안의 얼굴과도 같은 기획공연이다. 무대의 주인공들은 지역의 젊은 락밴드, 포크밴드, 펑크밴드들로 ‘강산기획’ ‘플라이트립’ ‘질풍노도’ 등의 타이틀을 갖고 한차례씩 돌아가며 공연을 선보인다. 벌써 2년째 이어져온 공연으로 단골관객들도 많아졌다. 단순히 흥행이 잘되는 공연보다는 관객들과 깊게 교감하는 공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 감동, 여운을 안고 가는 공연이길 바란다. 무대 연출자이자 공연기획자로서 김남국 대표가 가장 뿌듯한 순간도 그런 공연을 만났을 때다.

김남국 보헤미안 대표

“지금은 활동을 중단했는데 김유일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2016년에 보헤미안 레이블로 제1호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그때 단독공연을 했거든요. 그 공연에서 정말 진한 감동을 안고 가시는 분들을 봤어요. 무대 위 뮤지션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죠. 사람이 많이 오는 공연도 좋지만 그렇게 한 분이라도 감동을 안고 가는 공연이 진짜라고 생각해요.”



삶의 힘이 되는 공연과 음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보헤미안. 관객도 밴드도 굳이 서울에 가지 않고 지역에서도 충분히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 소망이 담긴 작업 중 한 가지가 보헤미안 레이블이다. 같은 이름의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2016년 이후 자체 음반 발매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역시 지역 뮤지션인 박성훈씨의 음반을 발매하고 쇼케이스 공연을 진행해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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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대표는 공연이 없는 평일이면 음악과는 전혀 무관한 또 다른 일을 병행한다. 보헤미안을 유지하면서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덤덤히 말한다. 뚜벅뚜벅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두려움 대신 도전과 용기를 택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남국 대표에게 보헤미안에서 꼭 한번 펼쳐 보이고 싶은 공연에 대해 물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김남국 보헤미안 대표

“정말 엄청 많죠.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억울할 정도로.. 광주에 있는 뮤지션들이 하는 공연인데 그 뮤지션들을 응원해주는 팬으로 가득 찬 공연을 해보는 게 소원이에요. 서울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유명세가 있으니까... 광주 뮤지션들이 지역에서 지지를 받는 그런 광경을 보고 싶어요. 지역 뮤지션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지역에서 응원해주는 그런 공연 문화를 보헤미안에서 만들어가고 싶어요.”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인디밴드들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무척 난처해했다. 정말 뛰어난 밴드가 많은데 몇몇만 언급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대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직접 광주 인디밴드를 검색해주길 진지하게 부탁했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한 번씩 공연을 보러 와주는 것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남국 보헤미안 대표

“좋은 공연을 더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계속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신규 관객이 들어올 수 있는 공연도 궁리하고 있고요. 영화관 가는 것 못지않게 아깝지 않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요. 관객이 들지 않는 것을 탓하는 것보다 더 능동적으로 고민해서 관객이 찾아오게끔 해야죠.”



보헤미안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43



  • . 유연희 heyjeje@naver.com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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