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예술

이상하고 새로운 예술적 경험

어린이문화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예술가와 함께
기발하고 재밌는
창작 여행을 떠나는 시간






분명, 편집장님께 전해 듣기론 예술창작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런데 수업이 열리는 어린이창작실험실로 찾아가 보니 예술적이라고 할 만한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예술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림 도구나 악기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한쪽 책상에 납땜 기구며 온갖 전선, led 전구, 건전지 등만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걸로 어린이들과 예술 수업을 한다고?

오! 진짜 수상한데?




지난해부터 ACC 어린이문화원을 다녀간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최강자로 떠오른 예술창작 프로그램 ‘수상한 예술!’ 이번 어린이문화에서는 그 이상하고 신기한 수업현장 속으로 찾아가 그 수상함의 진실을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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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하다 : 보통과 달리 이상하여 의심스럽다.




수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그렇다면 이 수상한 예술은 대체 어떤 프로그램일까? 수상한 예술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를 선정하여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미난 표현기법을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새로운 예술 영역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예술창작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예술의 확장과 경계를 넘나들고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의문과 관심을 갖게 된다.




때론 수상하고
때론 신기하며
때론 놀이같은
예술창작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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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예술은 연간 계획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홀수 달에는 감각을 깨울 수 있는 기초예술 장르의 예술 활동으로, 짝수 달에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 된 실험적인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교육의 공간 역시 어린이창작실험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문화광장, 하늘마당 등 전당 내 다양한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운영하고 있으며 흔히 어떤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예술가와 함께 경험하고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과정 자체에 더욱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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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이루어진 수업은 사운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배인숙 작가의 ‘소리 장난감 콜롬버스 만들기’ 수업이었다. 소리장난감 콜롬버스는 기울기에 따라 소리나 불빛이 켜지는 장난감으로 과학과 기술의 간단한 원리를 활용해 예술적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배인숙 작가의 작품을 활용한 장난감이다. 이는 과학으로서의 기술이 아닌 예술적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환경으로서의 기술을 적용해 가는 활동인데 이 날 수업에 쓰인 도구들은 어린 아이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납땜 기구나 전선, 건전지 등 전자부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까닭에 수업 전 배인숙 작가를 비롯해 수업 관계자들의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수업 참석자 중 절반가량이 예비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위험한 납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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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업이 시작되자 어른들의 유치한 염려 따위를 비웃듯 참여한 아이들은 다소 복잡한 작업 과정을 잘 따라가고 있었다. 전선을 건전지 홀더에 붙이는 납땜 작업은 물론 몰렉스와 +-로 구분된 전선을 연결해 소리를 내고 led 전구를 켜는 전체 과정이 다소 복잡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큰 무리없이 장난감 만들기에 성공했다. 그 과정을 보며 새삼 우리 아이들에게 훨씬 더 많은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다고 어렵다고 미리 속단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항상 더 큰 가능성을 선보인다.
어쩌면 수상한 예술 프로그램의 가장 큰 미덕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예술가와 함께 경험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점들을 높이 산 부모님들에 의해 최강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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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을 연결해 불이 들어오고 소리가 나는 순간을 경험한 아이들은 수업 후 자신만의 콜롬버스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추가해 보자는 배인숙 작가의 질문에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led 전구의 색깔을 여러 개 만들어 다른 색깔의 장난감을 만든다든지 소리의 높이가 다른 부저를 활용해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장난감을 만들고 싶다는 등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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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어린이를 위한 배인숙 작가 인터뷰

사운드 아티스트 배인숙



Q. 사운드 아티스트는 조금 생소한 분야인데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A. 소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적 시도를 하는 사람을 사운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소리가 소재로 들어갔을 때 개별적인 모든 접근을 하는 예술을 사운드 아트라고 하지요.



Q. 선생님은 그럼 어떻게 사운드 아티스트가 되셨나요?

A. 처음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음악을 했는데 음악이 멜로디와 소리의 영역이잖아요. 소리를 가지고 음악만 만드는 거 말고 다른 걸 해보면 어떨까 고민하다가 사운드 아티스트가 됐어요.



Q. 소리를 수집하고 예술로 만든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저같은 경우는 굉장히 특별한 소리를 찾아서 가는 것보다는 집안이나 도시 일상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특별한 소리를 찾았던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면 작년 겨울에 바다의 소리를 가지고 한 달 정도 작업을 했는데요. 인천 백령도라는 섬 바다의 소리를 녹음했어요. 그곳에 살고 계신 주민들이 백령도의 바닷소리는 좀 다르다고 해서 녹음을 했는데 막상 작업이 끝나고 들어보니 똑같은 소리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건 그냥 관뒀고요. 다른 작업은 맛있는 소리 작업인데요. 막걸리가 맛이 들 때 나는 소리를 그러니까 맛이 익을 때, 발효할 때 나는 소리를 모아봤어요. 저는 그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집에서 항아리를 두고도 해봤는데 정말 근사한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큰 항아리에 막걸리 발효를 시켜서 전시장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소리 전시를 한 적이 있어요.



Q. 그럼 그런 전시의 경우 관람객들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전시의 목적인가요?

A. 네. 그런 경우도 있고요. 어떤 경우엔 작가가 왜 이 소리를 여기서 들려주느냐가 전시의 목적일 수도 있어요. 저는 소리 자체 그러니까 내가 어떤 소리에 집중하고 이 소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전시하는 거예요. 한 예로 ‘부엌 생성 음악기’라는 조그마한 기계를 만든 적이 있는데요. 어떤 다큐를 봤는데 현대 사회로 갈수록 부엌이 없어진다고 해요. 부엌이 좁아지고 어떤 도시는 부엌을 안 쓰는 거예요. 다 밖에서 외식하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든 생각이 앞으로 집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 없어지는 소리는 요리하는 소리겠구나, 싶은 거예요. 믹서기 돌리고 찌개가 끓고 달걀 프라이를 만드는 소리 같은 거요. 그래서 그걸 의도적으로 내주는 플레이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40개의 요리하는 소리를 정하고 예를 들어 도마질 소리, 가스 켜는 소리,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요리할 때 들리는 소리들, 그런 소리를 내주는 시스템의 기계를 만든 거예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설치 작업이니까 와인 뚜껑으로 막아 놓고 열면 소리가 나게 했는데요. 처음엔 닫으면 소리가 나게 한 거예요. 근데 관객들이 이상하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왼손잡이다 보니까 모든 개념이 일반인과 약간 반대인데 해보니 닫아야 날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었는데 상식적이지 않다 라는 리뷰가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열면 소리 나는 기계로 바꿨더니 그게 더 자연스럽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피드백을 통해 작품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죠.



Q.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사운드 아티스트를 꿈꾸는 ACC 친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A. 사운드 아티스트는 사실 멋있는 일도 아니고 시각적이지도 않아요. 그런데 되게 깊은 감정을 끌어 올리는 작업이거든요. 그냥 소리만으로요.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어디가 생각난다든지 상상력이 많은 친구는 소리로 상상을 계속할 수도 있고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는 다른 동네엔 없는 소리가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집 근처에 연탄공장이 있었거든요. 산표 연탄공장이라고. 저는 그 연탄공장에서 나는 소리가 우리 지역을 나타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도시지만 공장이 있는 특수한 곳이었거든요. 그것이 우리 도시만의 특색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것처럼 여러분도 자기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 많이 탐색하고 소리를 찾기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소리를 듣기 위해선 내 안의 모든 소리를 멈추어야만 들을 수 있다. 그리하여 사운드 아티스트는 밖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예술가임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수상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하고 자기 안의 가능성들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또한 멋진 성공 뒤에는 항상 수많은 실패가 존재함을 깨닫고 즐겁게 도전해 나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길 소원해 본다.







  • . 문진영 moongaka@naver.com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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